쓰다
<여전히 식민지>
쓰고 있다.
200여 개의 숙여진 머리, 굽은 등.
주입된 지식일까, 진짜 생각일까?
로봇일까, 인간일까?
체제의 노예일까, 자유로운 정신일까?
19세기일까, 21세기일까?
변한 게 없다,
점령된 사람들.
<오개념>
쓰고 있다.
200여 개의 숙여진 고개, 감투의 무게.
권력의 상징일까, 복종의 목줄일까?
무얼 바라 쓰고 있을까?
새까맣게 시험지를 채우고 있을까?
자유를 좇아온 이곳은 창살 없는 감옥.
<스포일러>
쓰고 있다.
200여 개의 꺾인 목, 종이를 바라보는 눈.
무엇이 씌어 굽은 등을 펴지 못할까?
시험지 너머의 삶은 무엇일까?
10년간의 대출상환으로 내 집이 된 아파트?
은퇴 후 공원에서 보내는 하루?
장례식에 온 지인들과 내 육신을 보는 나?
애써봐야 시시한 결말만 남게 될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