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목에서

방황은 현재 진행형

by Hache

"남이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나를 잃어버리지 마."


현재의 내게 주는 일침이다. 결국 타인의 인정, 그리고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소위 '자리'를 바라는 상태이다. 그렇게 해야만이 내가 원하는 무언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의 연장일 것이리라. 사실 원하는 바를 수행할 능력이 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어느 곳이 됐건, 누군가의 인정이나 '자리'가 없어도 하고 있으면 되는 것이리라. 안철수 교수가 따로 정보보안 전문학과를 나와 정보보안 전문가로서 직장 경력을 쌓지 않았더라도 의사 일을 하며 퇴근 후 바이러스 백신을 꾸준히 개발하여 스스로 안랩을 만들어 낸 것처럼 말이다(물론 안철수이기에 그럴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본다. 범인으로서 함부로 비교의 대상으로 삼지 못하리라).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과거 국가가 공인한 학력 기관(대학, 대학원 등) 보다 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학습재와 환경이 이미 전 세계, 수많은 민간에서 웹으로 제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리'가 없어서 '난 더 이상 그곳으로 나아갈 수 없어, 내 인생은 이걸로 끝이야.'라고 결론짓는 것은 결국 꿈꾸는 곳으로 나를 이끌 내 안의 원동력이 없음을, 애초에 난 그럴 수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혹은 스스로 부여하는 포기에 대한 변명, 면죄부에 불과할 뿐이라고도 생각된다.


마음이 답답하다. 수많은 생각이 충돌한다. 수많은 마음의 흐름이 가슴 한가운데서 충돌해 속도를 잃는다. 어느 곳으로도 흐르지 못하고 고인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잠들지 못하게 한다. 안개 낀 하루가 된다. 어느 한쪽 마음 주지 못해, 발걸음 떼지 못한다. 이대로 구덩이 파고 들어가 이번 생,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다. 홀로 발버둥 치는 건 정말 지친다. 오래 바라왔던 건 그저 이 우주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한 가지였을까?


고통이 상처가 된다. 상처가 반복되어 깊어진다. 보이지도, 돌보지도 않은 채 곪아간다. 도망친다. 더 도망친다. 더 더 도망친다. 잊힌다. 더 잊힌다. 모른 척한다. 모른다. 잊는다.


3개월이 훌쩍 지나간다. 3개월이 남았다. 잊은 건 정말 잊은 것일까? 꿈은 그저 꿈으로 남겨질 뿐일까? 장강명 작가의 이야기처럼 학력,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는 공언이 결국 실제가 될 수 없는 사회인 것일까? 바라는 건 안정인데, 안정이 안정이 되기 위해서는 떠나야 하는 것일까, 머물러야 하는 것일까?


여전히 무거운 답답함의 단층만 켜켜이 쌓아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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