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 철로, 시멘트 표면 굴곡 사이에 고인 물의 표면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니 방콕 끄라비의 풍경이 오버랩된다.
자본의 유입으로 곳곳에 회색빛 시멘트가 바삐 들이부어져 어설피 표면을 울퉁불퉁 덮으며 자리 잡은 조그마한 지방 도시의 호텔들, 상점가, 그리고 해변까지. 휴양을 목적으로 갔던 나야 그저 기암괴벽과 너른 바다, 붉게 찬란한 노을이 있으니 그 자체로 행복했고, 게다가 그러한 환경에 현대적 문물들이 있어 생활의 불편함 또한 없어서 완벽한 휴가를 즐길 수 있었지만 그곳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그들은? 우기라서 매일 밤만 되면 꽤 많은 비가 들이부었는데 밤이면 검붉게 변한 울퉁불퉁한 시멘트 위로 떨어져 사방 간 데로 튀는 빗방울은 자못 을씨년스럽고 또, 사람의 마음을 쓸쓸하게 만드는 무언가의 힘이 있었다.
날것의 시멘트는 특이하게도 내게 많은 감정을 기억하게 한다. 비 오는 날이 아니라 비 온 후 물이 고여 있는 시멘트에서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이유 모르게 눈시울에 뜨거워짐이 올라오는 것은 음... 냉혹한 도시 속 홀로 버티기에 많이 지쳐 있다는 반증 일려나? 지나친 비약인 것 같기도 하다.
새해, 그리고 이번 주 회색빛 시작과 함께 윤하의 신곡이 나왔다. 이전에는 이런 수사적인 표현 그다지이었는데, 글자 그대로 진짜 별것 없다는 걸 알아버린, 이유 없이 살아가는 세상살이에 음악만이 한 줄기 숨구멍이 되어주어 참 고맙다. 벌써 내릴 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