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언덕 너머로 선회하는 비행기가 보였다.
‘이번엔 놓치면 안 돼’
마음이 급했다. 언덕 위를 향해 울타리 주변으로 둥글게 나있는 길을 따라 뛰었다. 하지만 채 절반도 가지 못하고 비행기는 목적지를 벗어나 날아갔다.
시야로 비행기가 다시 들어왔다. 같은 녀석인 것으로 보인다. 운 좋게도 언덕 주변을 한 바퀴 돌아 목적지에 다시 오나 보다. 이번에는 좀 더 빠르게 뛰었다. 숨이 조금 가빠졌다. 날숨과 들숨이 주기가 짧아졌다. 나의 마음과 무관하게 언덕 너머 목적지를 다시 비행기는 유유히 지나가버렸다.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둥글게 언덕길을 따라 달려 내려갔다.
또다시 비행기가 보였다. 시야에 제법 가까웠다. 주저하지 않고 둥글게 나있는 길을 따르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곧장 울타리 사이를 지나 일직선으로 뛰었다. 비행기의 패턴이 주기적이니 이대로 가면 이번에야말로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됐다. 숨 가쁘게 달렸다. 날숨과 들숨은 좀 더 빠른 주기로 반복됐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로지 저 목적지에 비행기보다 빨리 도착하리라. 그렇기만 하면...
‘숨 천천히 쉬어’
갑자기 언덕이 사라지고 온통 검은 공간, 뭘 하고 있던 거지? 거친 숨만이 얼마간 그대로 이어진다.
어쩐지 밝은 이 아침까지 가쁜 숨이 선명하다. 가본 적 있는 것처럼, 언덕도 기억 속 어느 장소에 존재하는 듯 기억된다. 무엇이었던 걸까? 도달하지 못할 것이란 걸 이젠 알면서도 그저 그래 왔던 대로 숨만 헐떡이며 달리는, 매일 보내버리는 요즘 하루하루가 그대로 형상화된 것만 같다. 역시 과한 의미부여. 내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