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남쪽 나라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5년 전 겨울, 춥고 외로웠던, 홀로 숨은 채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일하며, 준비했던 시험에 방점을 찍고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봤던 하늘 같이, 오늘도 그저 하늘은 맑고 푸르고, 그리고 차갑다.
사흘째 반복 재생하고 있는 윤하의 Lonely를 또 들으며 차창 밖을 한참 본다. 출근길은 늘 회색 빛 하늘이 반사된 빌딩 유리 숲, 회색 시멘트 건물들로 가로막혀 사고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기찻길은 탁 트였고, 흙이 보이고, 무엇보다 푸른 하늘이 파노라마 뷰로 끝없이 이어져 마음이 놓이고 많은 생각에 잠기게 만들어준다.
5년 전 그 겨울의 버스에서는 혼자서 많이도 울었다. 행복이었건 슬픔이었건, 어쨌든 넘쳐흐르는 감정이 있었고, 지금 생각해보니 제법 그때가 더 사람 같았구나 싶다. 오늘, 같은 방향의 그 길 위에서 난, 겨울의 한가운데 발견한, 치워지지 않은 지난가을 낙엽의 메마른 잔해 같은 감정의 상태임을 깨닫는다.
그때의 나도 나고 지금의 나도 나인데, 왜 이렇게 내 마음은 빈곤해졌을까.
사람이 늙는다는 것은 나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문장으로만 입력됐던 그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어딘가의 뉴스인가, 노인들에게 몇 세로 돌아가면 하지 못했던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지 질문을 했다고, 그리고 그 답변이 30대였다는 것은 제법 나를 다시 채찍질해주는 사실이지만, 자꾸만 어리광을 피우고 있다.
힘들어. 나도 기댈 곳이 필요해. 나 하나 견뎌내기도 벅차니깐 제발 난 그냥 나로 내버려 둬. 날 기댈 곳으로 삼지 마. 가족이고 뭐고 네가 이미 다 가져갔잖아.
생각이 엉뚱한 곳으로 번져간다. 감정은 이렇게도 사치인걸. 2019년은 내가 보낸 서른 넘은 해 중 가장 빠르게 지나갔다. 남은 게 무엇인지 세어보면 텅 빈 몸뚱이 정도, 빈곤해진 마음 정도. 시간은 날 세상 밖으로 계속 밀어내려 하는 것 같은데 나만 미련하게, 헤어짐이 예견된 연인의 옷자락 붙잡듣 애절하게, 그 끝에 매달려 있는 것만 같다. 언제든 끝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데 그저 시간이 흘러버린다는 핑계만 비겁하게 반복한다. 역시 최악이다. 너무 복잡하게 얽혀 더 이상 정리할 수 없게 돼버린 실타래 같다. 그냥 뚝 잘라내 버리고 다시 감아올릴 수 있을까? 내게 그런 용기가, 생기가 다시 생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