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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glish man in New york Feb 23. 2023

서평: 삶의 격(페터 비에리)

존엄한 당신을 위한 길잡이 책

학창시절에 인간의 존엄성은 민주주의 사회의 기초가 되는 당연한 것으로 배웠고 또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문득 인간이 존엄하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아리송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인간이 존엄하다면 그 존엄성은 무엇으로부터 비롯되었으며 또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해졌다. 삶의 격은 그 고민을 풍부하게 하기에 충분히 좋은 선택이었다.


호기심 가득한 사람이 신기한 물건 하나를 들고 요리조리 살펴보고 분해해 보듯, 작가는 존엄성이라는 개념을 조목조목 따져보고 분석해서 정리하고 있다. 피터 비에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총 8가지로 나누었는데, 사실 8가지로 분류된 존엄성은 서로 겹치고 영향을 주기 때문에 분류라는 표현보다는 다양한 관점으로 살펴보았다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이러한 8가지 존엄성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주체성”이다.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주체적인 인간”이 모든 존엄성의 시작점에 있다. 이것이 “독립성으로서의 존엄성”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체적인 인간들의 상호 만남과 교류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존엄성이 발생한다. “만남으로서의 존엄성”, “사적 은밀함을 존중하는 존엄성”, “진정성으로서의 존엄성”이 그것들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인 교류에 더하여 자신의 내면과의 관계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존엄성이 있다. “자아존중으로서의 존엄성”, “도덕적 진실성으로서의 존엄성”, “사물의 경중을 인식하는 존엄성”, “유한함을 받아들이는 존엄성”이 이에 해당된다.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인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개념이 결국 아래와 같은 문장으로 쉽게 정리될 수 있다.


 “우리는 주체적인 인간이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타인의 독립성을 인정하며 그들을 주체적으로 대하고, 반대로 본인 또한 그렇게 대함을 받을 때 우리는 존엄하다고 느낄 수 있다. 더 나아가 스스로를 객관화하여 인식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우리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소설에서, 실제 사건에서 그리고 상상을 통해 여러가지 사례들을 인용하면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새로운 이론을 설명하거나 주장하는 것은 없다. 작가가 던지는 질문들에 고민해보고 책의 끝까지 따라간 후에 도착하는 마지막 지점은 앞에서 언급한 “본인에 대한 객관화”이다. 우리의 존엄성을 찾거나 회복하는 것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발짝 다가서 있는 것이다.


책 설명을 자세히 보지 않고 구매했고, 이 책을 통해서 인간이 왜 존엄한지에 대한 답변을 찾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그러나 이 책은 존엄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적 설명을 다루지 않는다. 당신의 존엄성을 더 높여주고 지켜주기 위한 친절하지만 시크한 조언자와 같은 책이다. 읽다 보면 힐링이 되는 책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친동생에게 이 책을 선물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한 책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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