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 배우의 소상소감
1990년대 한석규의 이름은 곧 흥행 보증 수표였다. 1994년 방영된 '서울의 달'이라는 TV 드라마를 통해 먼저 연기력을 인정받은 그는 자연스럽게 영화계로 무대를 옮겼고, 다양한 장르에서 한석규의 이름 석 자는 영화의 흥행과 완성도를 책임지는 보증수표가 됐다. 특히 한석규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편안한 외모는 관객의 공감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잇따른 흥행 실패에 긴 슬럼프에 빠진다. 길고 긴 어둠의 슬럼프가 지나고 2011년 '뿌리 깊은 나무'의 세종대왕 역으로 다시금 한석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그의 한층 깊은 연기력과 연기 자체를 즐기는 모습으로 시청자의 공감을 얻으며 지금에 이른다.
2016년 SBS에서 방영된 '낭만닥터 김사부'를 통해 그는 다시 한번 연기대상을 수상하며 남긴 다음의 수상소감은 그의 깊이 있는 내면을 엿볼 수 있다. "신인시절 하얀 도화지가 되라는 말을 많이 듣지 않느냐? 그런데 검은 도화지가 될 수는 없는 것인가? 생각을 했다. 밤하늘을 생각할 때 어둠, 암흑이 없다면 그 별은 빛날 수 없을 것이고, 어쩌면 어둠과 빛, 블랙과 스타는 한 몸이 아닌가 생각을 했다. 그런 점에서 제 연기가 좀 더 나아지고 있구나 생각했다."
지금 당신은 하얀 도화지로 살고 있나요? 아니면 검은 도화지로 살고 있나요? 두 종류의 삶은 한석규 배우가 말한 것처럼 다른 것이 아니다. 누구나 하얀 도화지가 될 수도 검은 도화지가 될 수도 있다. 검은 도화지가 하얀 도화지로 바뀔 수 있고 하얀 도화지가 검은 도화지로도 바뀔 수 있다. 오히려 두 도화지의 색을 모두 가져본 사람의 인생은 누구보다 깊고 그만의 향기를 가진다. 마치 한석규 배우처럼 말이다.
누구나 인생이라는 영화 속에 주인공을 꿈꾸며 살아간다. 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이 한두 명인 것처럼 우리 사회도 각 분야에서 소위 성공했다는 사람들은 극소수이다. 하지만 그 성공한 사람들은 결코 혼자의 힘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가 주인공만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수 없듯이 말이다. 성공한 사람들 옆에는 늘 함께 한 동료들이 있었고 주연배우들도 연기파 조연배우들의 뒷받침이 있기에 더욱 빛날 수 있는 것이다. 한석규 배우도 성공과 실패, 오랜 슬럼프의 시간을 지나왔듯이 지금 성공한 사람이 영원히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지금 실패하여 좌절하고 있는 사람도 누구나 재기할 수 있는 게 인생이다.
지금 성공했다고 '자만심'이라는 독에 빠지지 말고, 설사 지금 긴 슬럼프의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지경일지라도 지혜의 무기로 슬기롭게 이겨내길 간절히 바라본다.
잊지 마세요. 당신의 오늘도 향기로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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