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먼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제는 속담의 의미조차 낯설어진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의 선풍적인 인기는 그 시절을 경험한 기성세대들의 그리움과 요즘 세대들의 호기심이 시청률 상승의 양대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구도심 지역에 가면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집들이 남아있다. 집안에는 작지만 마당이 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르게 문은 굳게 닫혀있고 드라마처럼 사람들이 골목길 평상에 모여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순 없다. 건축가 유현준 교수는 아파트 거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이웃 간에 벽이 생겼다고 말한다. 일리가 있다. 현대의 아파트보다 작은 평수의 집이었지만 집집마다 작은 마당이 있어 마루에 나와 앉아있으면 사계절의 변화를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고 대문까지 열면 평상이 놓인 공동 마당이 있어 공간을 훨씬 넓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베란다까지 확장을 해서 살고 있다 보니 우리가 집에서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은 거실 창호 사이즈만큼의 크기뿐이다. 실제로 현대인들이 TV 채널을 계속 돌리는 이유도 그런 욕구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다. 현관문을 열면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까지 내려가 외부로 바로 나가다 보니 자연스레 이웃 간의 벽은 더 두꺼워졌다. 행여나 엘리베이터에서 반갑게 인사를 해도 인사를 받지 않고 경계하는 사람도 있는 걸 보면 이젠 이웃사촌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촌도 멀리 사는데 이제는 이웃까지 멀어졌으니 현대인들은 참으로 외로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2023년 자살자 수가 교통사고 사망자의 5.5배에 이른다는 발표가 있었다. OECD 국가 중에서도 부동의 1위라는 오명을 이어가고 있다. 가끔 뉴스를 통해 사망한 지 몇 달이 지나서야 발견되는 독거노인들의 사연을 볼 때면 우리가 지금도 골목길 문화에 살고 있었다면 아마 그런 사연들은 거의 들을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같이 이웃 간의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시대는 이제는 보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에서라도 이웃 간에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여분의 음식이 있다면 썩어 버리지 말고 이웃과 조금씩 나눠 먹을 수 있는 따뜻한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잊지 마세요. 오늘도 당신은 향기로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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