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슬리퍼를 사러 근처 아웃렛(outlet store) 크록스 매장을 방문했다. 그동안 알고 있었던 크록스가 디자인이 다양해졌고 종류도 많아졌다. 대신 가격은 사악했다. 아들은 뒤가 끈으로 막혀있지 않은 기본 슬리퍼 제품을 원했는데 다행히 가격이 제일 저렴한 편이었다. 문제는 슬리퍼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크록스 슬리퍼는 구멍에 지비츠라는 액세서리를 끼워 꾸미는 게 인기가 많은데 개당 가격이 일반 커피값이나 식사값이 나올 정도라서 놀라웠다.
지비츠 매대를 보면서 문득 제품의 본질보다는 꾸미는 게 요즘 대세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방에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키 링, 나만의 다이어리 꾸미기, 신발 꾸미기 등 그 종류는 셀 수도 없을 정도다. 음식도 그렇다. 요아정이 유행했는데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토핑을 다양하게 선택하여 올려 먹는다. 냉장고도 고객이 색상을 도어마다 선택할 수 있다. 이런 사회현상을 보면 확실히 선택의 폭이 넓어진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규격화된 제품보다는 다양성 확보라는 원가 상승 요소가 발생하여 가격 상승이 되었고 그 대가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되었다.
꾸미기 현상은 왜 생겨난 걸까? 아무래도 기성세대들에 비해 개성이 다양해진 세대의 등장이 크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유행하는 옷, 같은 신발을 신으며 우정과 무리의 소속감을 느꼈다면 요즘은 비슷하지만 똑같지 않은 개성을 추구하는 듯하다.
아마도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외적으로 보이는 거의 모든 것들이 개성에 따라 꾸밀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다. 선택의 폭은 더욱 다양해질 것이고 가격은 더 올라갈 것이다. 개성의 표현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나 제품의 본질보다는 외적으로 꾸며지는 것이 더 강조되는 세상이 오고 있구나 하는 우려도 있다. 사람으로 치면 내실보다는 외적인 아름다움만을 강조하는 세상이라고나 할까?
외적인 꾸미기는 그 경우의 수가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내면의 채우기는 그 한계가 없다. 외적인 개성은 첫인상을 좌우하지만 내면이 꽉 차있는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호감이 커진다. 은은하고 오래가는 매력을 가진 이는 비록 겉모습은 수수하지만 단정하고 내면이 탄탄한 사람이 많다. 기업들도 제품 본질의 창조성이 우선이다. 외적인 꾸미기에만 치우쳐 경쟁하다 보면 결국 주객이 전도되어 고객의 마음속에서 떠날 것이다.
우리 내면의 차별화에 더욱 신경을 쓰자. 그것이 진정 개성이 아닐까?
자신만의 유니크한 향기를 만들어보자.
잊지 마세요. 오늘도 당신은 향기로울 거예요.
Go toge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