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손목시계

보고 싶은 내 아버지

by 자유 창조


삶이 고달프고 힘이 부칠 나이가 되면 지극히 평범한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2001년 겨울, 내가 군 생활로 외국에 있을 때 아버지는 내 곁을 떠나셨다. 벌써 24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셈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걸 안 건 귀국 후 집에서 어머니를 뵈었을 때였다. 4개월 만에 뵌 어머니의 얼굴은 반가움보다는 무언지 모를 안절부절못함이 있었기에 불안감이 날 감쌌었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전해 듣고 몇 분간은 눈물조차 흐르지 않았고 그냥 멍하니 앉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어머니께서 아버지 유품을 꺼내주셨는데 유품은 달랑 '손목시계' 한 개였다. 그것은 내가 몇 년 전 선물로 드린 싸구려 손목시계였는데 마지막까지 차고 계셨다는 말씀을 듣고 난 참았던 울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비싼 것도 아니고 특별한 기념일에 사드린 게 아니라 지나가다 산 평범한 시계였다. 아마도 내가 살면서 젖 달라는 아이처럼 그렇게 소리 내면서 운 건 지금까지도 없다. 손목시계 줄은 이미 많이 낡아서 끊어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시간은 마치 아버지 삶처럼 멈춰있었다.




나에게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추억은 많지 않았다. 그 시절 아버지는 가족들을 위해 밤낮으로 일하고 집에는 늦게 들어오시는 게 보통이셨고 월요일에 쉬셨기 때문에 남들처럼 일요일마다 아버지와 추억을 쌓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었다. 아버지랑 목욕탕에 간 기억도 한두 번이 다였다. 평소 여유가 있으실 때에도 나보다는 여동생을 좀 더 챙기셨기 때문에 그땐 그게 섭섭했었다.




하지만 나에게 아버지는 거인 같은 특별한 존재였다. 매번 중요한 결정을 할 때면 아버지에게 여쭤보고 결정을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버지의 말씀은 지금까지도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 문과, 이과를 결정할 시기에 선생님들은 나에게 이과를 추천하셨고, 친한 친구들도 이과를 선택했기에 난 고민이 많았는데 아버지는 내게 "앞으로의 시대는 이과가 분명 기회가 많을 것이지만 네가 즐겁게 잘할 수 있는 분야라면 문과라도 나는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말씀하셨고 결국 난 문과를 선택했다. 생각해 보면 아버지는 무슨 일이든 내게 강요하신 적이 한 번도 없으셨고 내가 결정을 하는데 조언 정도만 해주셨던 분이었다. 그래서 난 지금도 가끔 고민이 생길 때마다 아버지가 더 그리워지는 게 아닌가 싶다.





세상에는 타인의 삶을 간섭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다 보니 내 삶을 온전히 내 결정대로 살지 못하고 '목동의 지시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양 떼들'처럼 살아간다.

한 번뿐인 소중한 내 인생이 딱하지 않은가?



그래서 난 결심했다.


오직 내 결정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나의 존재감을 내 삶에 스스로 채색해 가는 삶!

그로 인해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내 삶의 향기로운 체취로 힘든 영혼의 어둠을 조금이라도 밝혀줄 수 있는 삶!

내가 꿈꾸는 삶이다.




오늘도 당신은 향기로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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