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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이들과 하와이 여행기(3)

by 자유 창조

인천공항은 정말 대단한 규모다. 각종 상점들이 편리하게 입점되어 있고 화장실은 청결하다. 여행을 가는 사람도 오는 사람도 꼭 거쳐야 할 첫 번째 장소가 공항인 걸 감안하면 우리가 인천공항을 가지고 있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이다. 인천공항 공사 막바지에 생도 시절 견학을 왔었던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그 당시에는 규모에 놀랐지만 지금은 유지관리 능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우리 가족은 책을 읽다가 이른 저녁식사를 하러 4층 식당가로 올라가 메뉴를 고른다. 평소 날 닮아 후각이 예민한 아들은 음식에 대한 거리감이 크다. 먹어봐서 검증이 되거나 냄새로 판단해 자극적이면 일단 거부한다. 평소 같으면 혼냈을 테지만 내가 한 여행의 원칙이 있기에 웃으며 넘어간다.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해외로 출국하는 여행객 수는 정말 어머어마하다.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하는데 이런 걸 보면 아닌 거 같기도 하다. 아내가 예약한 하와이 에어 라인 부스가 열리고 줄을 서기 시작한다. 퍼스트, 비즈니스석의 라인과 이코노미석의 라인이 구분되어 있다. 우리가 선 라인은 벌써부터 붐비고 있다. 한산한 저쪽 라인은 뭐냐고 아들이 물어온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런 질문에 난 아마 돈지랄을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아들에게 설명했겠지만 얼마 전 읽은 '나의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라는 작품의 역할인지 있는 그대로 설명해 준다. 퍼스트, 비즈니스석은 우리 티켓보다 몇 배의 가격을 지불한 사람들이 타는 좌석이고 그 좌석의 장점은 시간을 절약해 주고 장시간 비행으로 컨디션이 망가지는 걸 최대한 예방해 주는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부자가 되어 꼭 타보자고 말해준다. 아들이 납득한다.



장시간 체크인과 보안검색을 마치고 면세점에 들어간다. 아내와 딸은 인터넷으로 사전 구매한 제품을 받으러 이동하고 난 아들에게 그전부터 사주려 했던 손목시계를 사러 기웃기웃한다. 가격과 디자인이 예쁜 스와치 상점에 들어가 아들이 마음에 들어 하는 시계를 사서 나온다. 아내와 딸도 사전 구매한 제품을 챙겨 나와 게이트로 이동한다. 아마 예전 같으면 나도 각종 명품숍을 들어가 제품들을 구경했을 텐데 최근에 읽은 해빙이라는 책이 나의 그런 욕구를 잠재웠다. 여행을 출발하면서 아내에게 해빙이라는 책을 건네서 아내도 읽기 시작했으니 다 읽고 나면 내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지 않을까 한다.



티켓이 가리킨 13번 게이트로 이동하여 난 김승호 회장의 '사장학개론'은 펼치고 아내는 '해빙'을 펼치고 딸은 '홍학의 자리'를 펼친다. 물론 아들은 다시 휴대폰을 꺼내 유튜브를 본다. 책을 한창 읽다가 고개를 드니 책을 읽은 가족은 우리밖에 없다. 지루할 거 같았던 시간은 책을 통해 흥미로운 시간으로 바뀌어 보딩 시간으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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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것보다 좌석은 좁지 않았다. 감사한 일이다. 비행기 출발을 알리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나오고 이동을 시작했지만 타는 냄새가 나 좀 이상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기계적 결함이 발생하여 2시간 30분의 지연시간이 추가로 발행했다. 그래도 난 좋다. 여행이 좋고 이 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어 좋다. 아이들이랑 아내는 처음에는 불안한 표정이 보였으나 시간이 좀 지나니 나처럼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한다. 그렇게 우리 비행기는 이륙했다. 감사한 일이다.





잊지 마세요. 오늘도 당신은 향기로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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