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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이들과 하와이 여행기(4)

by 자유 창조

시간을 19시간 거슬러 금요일 오전에 하와이 호놀룰루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금요일 저녁에 도착했는데 오랜 비행을 했는데도 금요일 아침이니 시간을 벌었다. 돌아갈 때 19시간을 손해 보니 조삼모사다. 아들은 입국심사에서 직접 말해야 하는 줄 알고 더듬더듬 영어를 암기했다. 그런 모습이 귀엽다. 가족이라 성인 한 명에 아이 한 명이 동시에 입장하여 심사를 받을 수 있어 나와 아내가 아이 한 명씩 데리고 심사를 받았다. 반팔 유니폼에 문신이 가득한 사람이 굵은 목소리로 질문을 던져왔지만 최대한 떨리지 않는 척 자연스럽게 심사를 마친다.


짐을 줄이고자 한국에서 비교적 얇은 옷을 입고 와서 그런지 덥지 않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하와이는 습하지 않아서 그런 거다. 한국에서 예약한 하나 택시가 연착으로 인해 가버렸을 줄 알았지만 다행히 기다리고 있다. 친절한 한국 교포분이 기사님이라 그런지 우리가 예약한 일리카이 리조트까지는 긴장을 안 해도 된다. 가는 내내 하와이 이민생활 경험을 말씀하신다. 즐거워 보인다. 여행은 우리가 왔는데 기사님이 더 설렌다. 아마도 하와이 문화가 그런 건지 아니면 이분 성향이 원래 친절한 건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분의 설명을 들으며 무시무시한 물가와 포케를 꼭 먹으라는 말씀은 기억한다.


숙소는 시내에 위치해 고층 빌딩이 즐비한 곳에 위치해 있다. 아내가 알고 예약했는지 룸 컨디션도 최상이다. 이 정도면 비행 피로와 시차 적응하는데 문제없다. 체크인을 마치고 오랜만에 반팔, 반바지를 입고 거리를 나선다. 하늘은 미치도록 깨끗하고 햇살은 따뜻하다. 눈이 많이 내리고 추웠던 겨울이 지겨웠는지 하와이 날씨가 일단 모든 피로감을 날려준다. 오늘은 매주 금요일 저녁에 힐튼호텔 불꽃놀이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아서 근처 알아모아나 쇼핑센터로 걸어간다. 거리에는 웃통을 벗고 뛰는 사람들도 많고 수많은 레깅스 차림의 여성들이 즐비하다. 자유로운 영혼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풍기문란죄로 잡혀갈까? 아니다. 우리도 이젠 개방적인 나라다 하며 혼자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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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물가를 고려해 알라모아나 내에 위치한 타겟 마트에서 간단한 먹거리와 소고기를 구매한다. 고기는 질 좋아 보이고 싼 편이다. 하나 택시 기사님이 프라임을 사라고 했는데 초이스밖에 없다. 다음에 꼭 사서 먹자고 하며 우린 초이스를 사서 숙소에 들어온다. 고기는 내가 구운다. 겉은 바싹하면서도 육즙이 살아있게 굽는 게 요령이다. 가지고 온 햇반과 볶음김치, 기내에서 준 튜브 고추장을 곁들여 먹으니 여기가 하와이인지 한국인지 아직 헷갈린다. 아주 즐거운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각자 짐 정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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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디를 가든 걷는다. 리조트 내를 구석구석 확인하고 리조트 주변 거리를 혼자 걸어본다. 여기에 이런 곳이 있으니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마치 정찰병 느낌으로 걷는다. 처음 걷는 거리는 늘 흥분된다. 그래서 걷는 게 매력 있다. 차로는 볼 수 없는 사람, 거리, 상점들을 꼼꼼히 볼 수 있어서 난 걷는 게 좋다. 1시간 정도 걷고 들어오니 짐 정리는 다 되어있다. 각자 휴식을 조금 취하고 바로 옆에 힐튼 호텔로 향한다. 근처 사람들이 뛰기 시작한다. 시간이 임박했다는 소리다. 우리도 같이 뛴다. 서두를 걸 그랬다. 그래도 즐겁다. 뛰다 보니 폭탄 폭발음이 들린다. 하늘에 반짝이는 폭죽들이 휘날린다. 가까워서 다행이지 멀었다면 늦을 뻔했다. 최대한 가까이 걸어가서 구경한다. 힐튼호텔에 묵는 사람들은 여유롭고 우리처럼 다른 리조트에서 온 사람들은 숨이 찬 거 같다. 이런 폭죽놀이를 무료로 볼 수 있어 행복하다. 얼마 만에 보는 폭죽인지 모르겠다. 여의도 불꽃축제는 사람이 많아 가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올해는 도전해 볼까 잠시 고민한다. 그래도 사람이 너무 많으면 불편하다는 결론을 내리고는 다시 숙소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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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와이키키 해변을 갈 예정이다. 늘 궁금하고 말로 먼 듣던 해변! 드디어 내일이다.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눈을 감는다.

- 5편에 계속 -


잊지 마세요. 오늘도 당신은 향기로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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