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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두연 Nov 01. 2021

[간헐적 일기] 동료가 필요해

문득 브런치에 글을 더 많이 써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종종 간헐적으로 일기를 올려보고자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안물안궁의 일기 시작. 





아버지 사업장에 들어와 월급을 탄지도 벌써 12번째다. 요즘의 삶이란 자극과 격변이 없는 나날이다. 언뜻 보면 평화롭게 들리겠지만 나는 열정적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 중에 하나로서 재미란 것을 못 느끼는 요즘의 나날인 것이다. 


어쩌면 이곳에는 작은 일상과 소소한 농담을 공유하며 아침에 입고 나온 옷과 옅은 화장으로 사회생활의 겉차림을 뽐낼 누군가가 없으니 내가 이리도 삶에 권태로움을 느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것도 아니라면 또래의 사람들이 많은 환경에서만 일을 해온 탓인지 이 사무실의 고요가 힘들 때가 있다. 살아오며 내내 고요를 바랐건만. 참으로 모순이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아버지는 내가 머리를 염색한 것도 모르고 립스틱 색깔 취향이라거나, 새로 산 옷들도 못 알아본다. 나머지 직원도 아저씨여서 나의 이러한 차림과 취향을 알리고 싶지도, 그렇다고 그가 알지도 못한다. 예전 사회생활에서는 귀에 이어링만 끼고 가도, 그것에 대해 조잘거리며 어디서 샀는지, 그런 것이 요즘 유행인지 등등을 물어보곤 했는데... 그럼 나는 알아봐 준 것이 신나고 쑥스럽지만 태연한 척하며, 패션에 늘 신경 쓰는 사람인양 답변을 하곤 했는데...


그래, 나는 지금 나와 일상을 공유하며 조잘거릴 20대에서 30대 중반까지의 여성들이 필요한 것이다. 매일 아침 아메리카노를 돈 주고 사 먹는 것을 이해하는 나의 세대의 사람! 그것이 동료이며 진정한 친구인 것인데! 그래서 아버지가 매일 점심과 저녁 지인과 친구들을 만나러 바쁘게도 움직였던 것이구나. 이제야 이해가 간다.


내게 더 많은 일이 휘몰아쳤으면 한다. 어째서 정신없던 나날이 그리운 것일까? 어째서 나는 이리도 근육통을 달고 사는 몸뚱이로 무언가를 계속해야만 삶의 가치를 느끼는 것일까?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 그것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동료가 필요하지만 이곳에 동료는 없다. 매일 찾아오던 나의 유일한 친구이자 낙인 길냥이도 찾아오지 않는다. 암울하군, 무언가 필요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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