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두연 Aug 16. 2024

[짧은 글] 사탕 목걸이

나는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피노키오 유치원에 다녔다. 유치원에 다니기에는 이른 3-4살 때쯤부터 다니기 시작해,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다녔으니 유치원 한 군데를 꾸준히 오래 다닌 드문 원생이었다. 졸업할 때는 송사까지 맡아 우렁차게 낭독할 정도로 유치원 원감님도 선생님들도 나를 아껴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워낙 오줌도 못 가리던 어린 시절부터 다니기도 했을뿐더러, 나의 엄마가 주변을 살뜰히 챙기는 성품으로 인해 더 이쁨을 받았던 것 같다. 


내 밑으로 세 살 차이가 나는 동생도 피노키오 유치원에 다녔다. 엄마는 1-2년 정도 내 동생을 나와 같은 피노키오 유치원에 보냈다. 후에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잘 다니던 피노키오 유치원을 때려치우고 옆 단지 병설 유치원으로 옮기긴 했지만(그 후에 다시 피노키오 유치원으로 옮겼다) 그래도 내 동생도 나와 같은 유치원의 환경을 공유한 셈이었다. 


피노키오 유치원에서는 달마다 그 달의 생일 원생들을 모아 생일파티를 챙겨주곤 했는데, 그중에서도 생일자를 치켜세워주는 것은 바로, 원감 선생님이 직접 줄줄이 엮어 만든 사탕 목걸이였다. 기억하건대 아직도 마트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스카치 캔디를 엮어 만든 사탕 목걸이였다. 그 목걸이를 원감 선생님이 생일자들의 목에 직접 걸어 주는 것이 파티의 중요 관례인 것이다. 


나도 피노키오 유치원을 다닐 시절, 생일 때가 되면 매년 사탕 목걸이를 목에 걸고 집에 왔다. 그리고 부모님에게 자랑을 하곤 하며 사탕 한알, 한알 귀중하고 소중하게 굴려먹었다. 원감 선생님이 만들어주신 멋진 사탕 목걸이는 치렁치렁 목에 걸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린 나의 기분을 한껏 고양시켰다.


내가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무렵, 내 동생은 아직 피노키오 유치원에 다니고 있을 적이다. 그때 동생이 그 달의 생일자여서 어김없이 목에 사탕 목걸이를 걸고 집에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순간 부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곧 동생 사탕을 몇 개 뺏어 먹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자세히 보니 동생 손에는 사탕 목걸이가 하나 더 들려있었다. 동생은 그 사탕 목걸이를 내게 건네며 '원감선생님이 누나도 가져다 주랬'다는 것이다. 


아, 아. 원감 선생님은 졸업한 나를 잊지도 않고 사탕 목걸이를 챙겨주신 것이다. 너무나 감동하여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렇게 귀하고 소중한 걸 생일도 아닌 나에게 선사하신 것이, 나를 생각해준 그 마음이 너무나도 감복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생일도 아니면서 집안에서 사탕 목걸이를 주렁주렁 메고 다니며 밥도 먹고 책도 읽고, 놀았다. 다시 유치원생 그때로 돌아가 원감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기분에 빠졌다.


문제는 그 사탕 목걸이를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화장실에도 목걸이를 하고 갔다는 것이다. 아니다 다를까 변기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어이없게도 사탕 목걸이는 툭하고 끊어져, 변기통 속으로 휘리릭 떨어지고 말았다. 그 순간 너무도 놀라고 속상하여 가만히 변기통 속을 바라보았다. 정신을 차리고 빨리 건져내어 물에 씻기도 해보았지만, 엄마는 그걸 어떻게 먹냐며 가차없이 버리라고 했다. 


하지만 그 사탕목걸이는 단순히 변기에 빠졌다고 해서 버릴 수 있는 그런 목걸이가 아니었다. 내 동생도 옆에서 안타까워하며 그 어린애가 글쎄 "그거 원감선생님이 하나하나 엮어서 만든 건데..." 했다. 목걸이를 왜 화장실까지 하고 들어갔냐는 엄마의 타박과 함께 내 자신이 싫어졌다. 그리고 원감 선생님께 너무나 죄송했다. 아끼느라 몇 알 먹지도 못한 사탕이 쓰레기통으로 가는 것에 상실감을 느꼈다. 그것은 사탕 목걸이로 나에게 전달한 마음을 오래오래 느끼지 못하고, 감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상실감이었다. 


며칠 동안 여러 가지 마음을 안고 살아갔다.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 사탕 목걸이가 떠올라 괴로웠다. 사실 지금도 마트나 편의점에서 프렌치 사탕이 보면 그때가 생각난다. 그래서 씁쓸한 마음을 가지며 사탕을 입안에 넣고 단맛을 느끼려 이리저리 굴려본다. 왜 지금도 마음이 아픈지, 원감 선생님은 잘 지내고 계실지, 지금쯤 나이가 많이 드셨을텐데 하며.....,




작가의 이전글 [짧은 글] 고통이라는 역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