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차. 교토 아라시야마, 기오지, 기요미즈데라.
교토 2일 차 여행은 그야말로 강행군. 오전에는 아라시야마로, 오후에는 기요미즈데라로 이동했는데 여행 내내 머물렀던 동생집에서 아라시야마까지 1시간 조금 넘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비교적 일찍 서둘러 움직였다. 전날 저녁에 찾아두었던 이동 경로가 다시 검색되지 않아서 계획하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였는데 오히려 동선도 무난하고 배차간격도 적절하게 란덴열차로 갈아탈 수 있었다. 이것을 시작으로 럭키비키를 무수히 외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여행 내내 행운이 따라 주었다. 화창하면서도 바람 부는 좋은 날씨도 그렇고 나 날씨요정인가...
란덴 열차는 교토 주택 사이를 이동하는 경로이고 아날로그 느낌이 물씬 나는 분위기의 열차다. 역마다 간격이 멀지 않은 편이고 천천히 이동하기 때문에 주변 풍경을 구경하며 이동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인 것 같다. 아, 그리고 일본은 버스나 열차(지하철 말고)를 탈 때 뒷문으로 타고 내릴 때 앞문으로 내린다. 특히 버스 기사님들은 내리는 사람이 불안하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운행을 하며 내리는 사람이 많거나 버스 안이 복잡할 경우 뒷문을 바로 개방하지 않고 내부가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 그때 뒷문을 열어 사람을 태운다. 일단 기본적으로 모두가 서둘러 타거나 내린다는 분위기가 없고 서로 조심하고 여유 있게 움직이는 것이 기본예절로 탑재된 느낌이고 차가 움직이거나 흔들릴 때는 기사님이 '차가 이동합니다.', '흔들립니다.'하고 말해준다. 일본 현지인들은 대중교통을 타면 시끄럽게 대화하거나 소란을 절대 피우지 않는다. (실제로 남미계 외국인으로 보이는 몇 분과 중국인이 큰 소리로 대화하는 것만 봄) 침묵을 지키는 것이 무척 좋았고 한국에도 이런 예절은 지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아라시야마에 도착한 후 검색해 두었던 '코토이모'가 죽림 입구에 있어 당고 기본맛을 먹어봤다. 동생이 첫맛을 보자마자 눈이 동그래지며 감탄했다. 너무 맛있다고. 서둘러 나도 한 입 먹어봤는데 너무 달고 짜면 어쩌나 걱정했던 것과 달리 간이 아주 적절하고 식감이 너무 부드러워서 단번에 그 맛에 반해버린 우리는 말차 당고도 하나 더 추가 주문해 먹었다. 기본맛이 너무 강렬했는지 말차는 심심한 느낌. 아라시야마에 간다면 '고토이모'에서 기본맛 당고 추천! 그리고 당고는 상점가 골목에서 먹지 말라고 스태프(?)로 보이는 현지인이 설명해 줘서 가게 옆에서 먹고 안으로 들어갔다. 가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아라시야마 죽림은 관광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넓어서인지 복잡하다는 느낌을 크게 받지 못했다. 아마 평일 여행이라 사람이 좀 덜한 것도 있지 않을까 싶지만. 아무튼 그렇게 시원하고 청량한 죽림을 지나 비구니 승려 자매가 머물렀다는 기오지라는 작은 사찰로 이동했다. 가장 끝쪽에 위치한 이 사찰은 매우 작은 규모이고 이끼 정원을 잘 관리한 신비롭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사람이 비교적 적게 방문하는 점이 좋고 이끼정원이 매력적이다. 조그만 사찰 안에서 쉴 수도 있는데 그 안에서 보는 바깥 풍경이 참 좋았다.
기오지에서 휴식을 충분히 가진 후 다시 상점가로 내려와 동생의 추천으로 유바치즈를 사 먹었다. 겉튀김 식감이 예술이다! 크! 속은 어묵과 치즈이고 겉은 두부껍질로 감싸 튀긴 것인데 진정한 겉바속촉이 이런 것이리라. 유바치즈 드셔보시길. 강추강추!
아라시야마는 아무래도 관광지여서 식비가 비싼 편인데 검색해서 찾아간 BanBan이라는 소바 식당은 가격이 적절했다.(내 기억에 900엔부터 1300엔 사이 정도?) 그리고 후식으로 Tea room KIKI에서 밀크티 아이스크림과 스콘 세트를 먹고 아이스티 한 잔을 마셨다. 이곳은 영국식 티 문화에 진심인 느낌이랄까? 다인원(3-4명 정도)이 간다면 다양한 디저트를 제공하는 세트와 함께 Tea Free 메뉴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차와 스콘의 퀄리티가 꽤 좋았다.) 아, 밀크티 아이스크림도 강추! 정말 정말 맛있다.
점심식사와 후식을 먹은 후 바로 기요미즈데라로 이동! 이동 경로 강행군. 하하하. 기요미즈데라에서는 입장권을 구매하진 않았고(더위와 체력 이슈) 밖에서 구경하고 상점가를 돌아다녔다. 기요미즈데라도 그렇고 주변에 보이는 절도 그렇고 일본의 절의 건축 색채는 다소 단순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어떤 곳은 단순함을 넘어서 무섭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다. 해풍 때문에 색이 쉽고 빠르게 닳기 때문에 단순화했을까? 화려한 중국, 미얀마, 화사하고 단아한 한국 등 다양한 아시아권 나라들의 사찰 양식에 비해 일본은 다소 단순한 느낌.
상점가를 벗어나면서 중심가로 이동하는데 긴 행렬이 늘어서 있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서 뭐 하는 건가 하고 봤더니 계획 세웠을 때 상황 봐서 볼 수 있으면 보자 했던 기온마츠리 행렬이었다. 럭키비키! 기온마츠리의 시작 행사로 신을 모시는 가마를 가모강으로 가져가 씻기고 다시 가져오는 행렬이었다. 긴 행렬 때문에 시내 교통을 통제하고 악기 소리와 함께 다양한 분장을 한 어린이들과 어른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운 좋게 좋은 구경!
중심가에서 여러 구경을 하면서 로프트 매장과 돈키호테에서 선물을 구매했다. 예상했던 금액보다 초과해서 돈을 썼지만 기분이 좋았다. 선물 받는 사람들이 잘 사용하고, 또 먹길 바라면서. 그리고 다양한 물건을 사면서 느낀 건데 일본은 패키징이나 물건의 디테일이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고양이가 잡고 있는 걸 표현하기 위한 주름이나 각종 물건들의 라벨 분리선이 깔끔하게 뜯긴다거나 그 라벨 분리선 시작점에 곡선을 넣어서 쉽고 깔끔하게 뜯을 수 있게 제작했다거나 페트병 라벨지를 뜯으면 끈끈한 것이 남지 않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것 등등. 한국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왜 시도를 안 할까, 돈이 더 많이 들어가서 그럴까 생각하면서 모스버거에서 간단한 저녁식사를 끝으로 2일 차 여행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