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차. 교토 훈습관, 큐교토, 가모강.
3일 차 오전에 방문하기로 한 절은 과감히 일정에서 제외했다. 전날 3만보에 가까운 이동 거리를 소화했기 때문에 피로감이 상당해서 오전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고 자전거 대여 후 동생이 추천한 동네 카페로 향했다.
이 카페는 여사장님 홀로 운영하는 카페이고 대화 금지 카페이다. 입구로 들어서면 사장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시면서 카페에서 대화를 할 수 없는데 괜찮으시냐고 친절히 얘기해 주신다. 우리는 이미 알고 갔던 터라 괜찮았고 조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충전을 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시간이 점심시간이었기 때문에 기본 가정식을 시켰고 정갈하고 담백한 반찬과 함께 밥과 미소국을 먹었다. 일본 음식은 간이 세다는 의견이 있어 걱정했는데 이곳은 적절한 간의 식사가 제공되어서 행복하게 먹을 수 있었다. 이번 여행장소 중 가장 맘에 드는 곳일 정도로 분위기, 맛, 친절함, 카페 모든 곳에 사장님의 손길이 닿은 물건과 책들까지 완벽한 공간이었다.
식사를 마친 후 자전거로 이동해 훈습관과 큐교토를 방문했다. 훈습관은 동생의 추천으로 가게 된 곳인데 일본의 향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동생의 설명에 의하면 (일본 귀족들이) 향도구를 이용해 향을 맡고 어떤 재료가 쓰였는지 맞추고 표시하는 향도라는 문화가 있다고 했다. 훈습관은 향도구과 다양한 인센스를 판매하고 있고 베이스 재료의 향을 맡아볼 수 있다. 우리가 맡았을 땐 바닐라향만 호. 나머지 향들은 난이도가 좀 있었다. 하하.
이후 멀지 않은 거리의 카페에서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큐교토를 방문했다. 큐교토는 1000년 된 문구점이라고 하는데 서로 마주 보고 두 공간으로 나누어 운영 중이다. 평소 문구용품을 보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기대가 컸던 장소였고 일본을 잘 표현한 엽서들과 일본 종이, 예쁜 패턴의 선물 박스들(?), 편지지를 보고 한가득 사고 싶은 충동이 있었으나 누군가에게 편지 쓸 일이 요새 있나 싶어 엄청 자제하고 조금만 구매하였다.
구경을 마치고 자전거로 이동하면서 각자 먹을 오니기리 하나씩 사서 가모강으로 향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기분 좋게 이동하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달해 시원한 강물에 발을 담그고 오니기리를 먹었다. 저녁 식사 하기 전 동생이 추천한 소품샵을 들렸는데 영업이 종료되어서 아쉬운 대로 그 옆 다른 상점으로 가 작은 유리그릇 하나를 샀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견과류나 간식 먹을 때 요긴하게 사용 중이다.
자전거 반납 후 미리 예약해 둔 오코노미야끼 식당으로 향했다. 생맥주가 먼저 나와서 벌컥벌컥 마신 바람에 빠르게 취해버렸다. 일본의 생맥주는 왜 그렇게 맛있는 걸까? 부드럽고 깔끔한 맥주 참 맛있었다. 여러 철판요리와 함께 맥주 한 잔을 더 시켜 먹었다. 본래 술을 잘 못하기도 하고(몸에 안 맞음) 어쩌다 마시는 타입이라 평소에도 330ml 한 캔만 마시거나 500ml도 2/3만 마시고 버리는데 저 날따라 술이 맛있었다. (분위기에 취해버림) 다 먹고 밖을 나오니 비가 적당히 내리고 있었다. 햐. 어쩜 비 내리는 타이밍도 예술! 알딸딸하게 취해 적절히 좋은 기분과 함께 어스름한 저녁에 추적추적 내리는 비라니. 후후후. 3일 차도 행복하게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