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침부터 비가 왔다. 유쾌하지 않은 기분으로 눈을 떴다. 개인적인 약속이 있었다면 취소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나는 비 오는 날을 싫어한다. 비를 맞으며 일터로 향하는데 문득 의문이 들었다. 언제부터, 왜 비를 싫어하게 되었을까.
일단 우산을 드는 게 귀찮다. 무겁고 번거롭다. 잃어버린 우산만 몇 개인지 모른다.
비가 오면 길이 미끄러워 자전거도 탈 수 없다. 애초에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는 게 무리다.
택시나 버스를 비롯한 자동차들이 고인 빗물을 지나며 만들어 내는 물벼락을 맞는 것도 진절머리 난다.
신발이나 옷이 물에 젖는 것도 싫다. 적고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싫다. 비 오는 날이 사라져버리면 좋겠다.
비 오는 날의 냄새나 소리를 좋아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글쎄, 전혀 공감할 수 없다.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을까?
어릴 때는 싫어했던 마늘이나 호박죽을 지금은 좋아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