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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위로 Jun 07. 2022

Day 7: 우리들의 블루스


이 드라마는 인생의 끝자락 혹은 절정, 시작에 서 있는 모든 삶에 대한 응원이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기획 의도 첫 구절이다. 이 드라마에는 사연 없는 등장인물이 없다. 옴니버스식으로 14명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그 이야기가 대부분 애처롭고 불쌍하다. 특히 다운증후군을 앓는 언니 영희와 동생 영옥의 이야기, 남편은 물론 자식 셋까지 먼저 보낸 춘희와 그 손녀 은기의 이야기가 눈물겹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해되지 않는 인물이 없고, 그래서 더 정겹거나 안타까울 때가 많다. 작가 노희경의 내공이 느껴진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일품이다.


드라마의 옴니버스식 구성에 대해 노희경 작가는 "언젠가부터 주인공 두 사람에게 집중된 이야기를 쓰는 게 재미가 없어졌다. 실제로 우리 모두가 각자 삶의 주인공 아닌가? 출연진 누구도 객으로 취급하고 싶지 않았다. 이러한 의식이 드라마의 첫 출발이었다"라고 말했다. 작가의 의도 덕분인지, 처음에는 다소 낯설었던 구성이 회를 거듭할수록 인물 한 명 한 명에게 오롯이 집중하게 만든다.


또, 드라마의 제목에 대해 작가는 "'블루스(Blues)'가 서민의 음악이지 않은가? 테마를 가진 각 서민들의 이야기를 한 곡의 음악처럼 들려주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과연, 이 드라마에는 재벌남이나 상속녀처럼 넘사벽 인물들이 없다. 생선 팔아 자수성가한 은희, 딸내미 골프 유학에 등골이 빠지는 한수, 우울증을 앓는 이혼녀 선아, 만물상 트럭을 모는 동석…. 주변에서 마주칠 법한 인물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에 더 마음이 쓰인다.


다행히 드라마 속 여러 에피소드는 대부분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불의의 사고로 의식불명이었던 춘희의 아들 만수는 딸 은기의 애절한 소원 끝에 살아난다. 우울증에 자살까지 생각했던 선아는 동석의 애정 어린 질책에 기운을 차린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언니 영희가 버거워 제주로 도망치듯 내려온 영옥도 언니를 이해하게 된다. 우리네 삶도 꼭 그러리라는 법은 없지만, 드라마에서만이라도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절망보다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 드라마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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