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성격 검사가 대세 중 대세인 듯하다. 내가 어릴 때는 혈액형에 따라 사람을 분류하곤 했는데, 요즘은 MBTI가 그 자리를 물려받은 것 같다. 인터넷에서 무료로 쉽게 검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4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혈액형보다 16가지로 나누는 편이 조금 더 신빙성이 있어서일까? 앞서 몇 차례 바뀌긴 했지만, 현재(최근) 내 성격 유형은 ENFJ다(온라인으로도 정식 오프라인 평가지로도). 구글에서 검색해보면 한국에서 가장 보기 드문 유형이라고. 그 이유는 배려심 많고 감정적이며 사교성이 풍부한 ENFJ적 특성과 한국의 사회적 요구가 충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의 말을 잘 믿고 남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부드러운 성격 탓에 냉혹한 사회생활을 겪으며 상처를 받고 손해를 보는 경험이 많아 점차 다른 성격 유형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라니…. 어쩐지 조금 슬픈 분석이다.
ENFJ의 성격 유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의로운 사회운동가"다. 먼저 좋은 점을 찾아보자면, '모든 MBTI 유형 중 상대방에게 가장 부드럽게 말을 잘하는 유형'이라고 한다. 또, 공감되는 특징으로는 '전형적인 모범이 되는 학생회장 유형으로, 군중을 이끄는 뛰어난 리더십이 있다'는 것. 학생회장 같은 데는 나가보지 못했지만 조 발표나 모임을 하게 되면 조 대표나 모임장이 되는 경우는 많았다. '세상 모든 사람이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단점이라면 '경쟁적이거나 긴장이 팽배한 환경에서 일하기 힘들 수 있다', '성격이 급해 가끔은 충동적으로 행동할 때가 있다' 정도가 보이는데, 이것들 또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런데 내 성격이 어떤가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내 경우 나와 잘 맞는 MBTI가 무엇인지 조금 더 궁금하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떠도는 궁합 표에 따르면 ENFJ는 INFP, ISFP와 천생연분이란다. 전자의 경우 상대방을 잘 배려하고 이해하는 ENFJ가 낯가리고 소극적인 INFP와 잘 맞는단다. 또, 베풀기 좋아하고 사회성이 좋은 ENFJ가 연애할 때 예민한 INFP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편이라고. 후자는 두 유형 모두 연인이 생기면 서로를 우선시하며, 특히 ISFP는 서로의 다른 점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편이기 때문에 연인 앞에서 어리광쟁이로 돌변하는 ENFJ와 시너지가 아주 좋단다.
어떤 검사 결과든 맹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모든 사람의 성격을 어찌 16가지만으로 분류할 수 있겠는가. 또, 성격이란 주변 환경이나 경험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게다가 상대방을 제대로 알기도 전에 MBTI를 물어서 섣불리 재단하는 일은 다소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편견을 갖게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재미 삼아 참고하되, '이런 유형의 사람은 이런 특징이 있구나'하고 상대방을 좀 더 잘 이해하는 데 쓰면 좋겠다. 그럼 나와 너무 다른 사람도 조금은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여러분의 MBTI는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