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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위로 Jun 14. 2022

Day 14: 프리랜서로 살아남기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한 것은 2021년으로, 그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다. 나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교원이다. 처음에는 주말에만 일했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무료 수업을 하기도 했다. 이력서에 적어넣을 수 있는 경력을 쌓기 위해서였다. 한국어 교원으로서 경력을 쌓으려면 어디에서건 일을 해야 하는데, 이 일은 시작할 때부터 경력을 요구하는 편이라 첫 진입 장벽이 높다. 같이 공부한 석사 동기 중 "아니 도대체 어디에서 경력을 쌓으란 말이냐"고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여기서부터는 TMI) 한국어 교원 자격증은 3급부터 2급, 1급까지 총 3개로 나뉜다. 이중 가장 아래 단계인 3급은 학위과정에서 한국어교육을 부전공으로 이수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120시간 이상의 양성 과정 수업을 들은 뒤 필기와 면접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2급은 주전공이나 복수전공으로 학위과정을 이수하면 주어진다. 한국어교육 전공으로 학부나 석사를 졸업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또는 3급 취득 후 요구되는 강의 기간과 시수를 채우면 2급이나 1급으로 승급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기간과 시수가 짧게는 3년, 1,200시간 이상에서 길게는 5년, 2,000시간 이상으로, 실로 어마어마하다.

시험 전형으로 3급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1년에 한 번 있는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필기, 면접)에 합격해야 한다. 이 시험의 합격률은 평균 30% 정도로 난이도가 꽤 있는 편이다. 하여 시험을 치르지 않고 석사 과정에 바로 등록해 2년간 수업만 듣고 학위를 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어 교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나는 곧바로 석사를 시작하기 전에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을 먼저 준비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한 번 만에 시험에 통과, 3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미리 교원 자격증을 따둔 덕분에 남들보다 조금 먼저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교수님의 소개로 야매(?)로 일하는 것 말고 법적으로 경력이 인정되는 기관에서 처음으로 일하게 된 것이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들어온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는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의 한국어 강사가 되었다. 비록 일주일에 2시간, 한 달에 4번에서 5번밖에 일하지 않지만, 원래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렇게 나의 프리랜서 라이프는 시작되었다.


지금은 대학교 어학당 강의도 나간다. 진행 중인 온라인 수업도 2개인데, 그중 하나는 주말에 있다. 매일 8시간씩 일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수업이나 시험 준비를 하자면 꽤 품과 시간이 든다. 따박따박 월급을 받았던 직장인 시절과 비교하자면, 지금 벌어들이는 돈은 그때보다 절대적으로 적다. 직장인일 때는 적금을 많게는 두세 개씩 넣기도 했는데 지금은 한 개 넣기도 벅차다. 하지만 프리랜서로서 좋은 점도 찾아보면 꽤 많다. 평일 오전에 조조 영화를 볼 수 있고, 학기 중간에 생기는 방학이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5주라 훌쩍 여행을 떠날 수 있으며, 외국인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고 원한다면 해외 생활도 가능하다……, 등등.


실제로 머지않은 미래에 해외에서 한국어 교원으로 일하는 게 현재의 목표이자 희망 사항이다.

프리랜서로 살아남기란 쉽지 않지만, 목표하는 바를 이루는 그날까지, 잘 즐기며 견뎌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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