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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위로 Jun 15. 2022

Day 15: 모임 좀 해본 사람

서울 생활을 접고 귀향한 지 햇수로 5년. 무료함을 달래고자 약 2년 전부터 고향 근처에서 열리는 여러 모임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현재 참여하고 있는 모임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독서 모임. 서울에서도 꾸준히 참여해왔던 터라 심리적인 부담감이 덜했다. 자유 도서 모임에서는 각자 인상 깊게 읽은 책을 자유롭게 소개하고, 지정 도서 모임에서는 같은 책을 읽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눈다. 혼자서는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책들을 읽는 재미가 있고, 동일한 내용을 읽고도 다른 생각들이 교차하는 것이 흥미롭다. 한 달 전부터는 모임을 위임 받아서 모임 장으로 활동 중이다.


두 번째는 영화 모임. 책만큼(때로는 책보다 더)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해 선택한 모임이다. 보고 싶은 영화가 생기면 같이 보러 갈 사람들을 모집하여 함께 영화관을 찾는다. 해당 모임 활동을 하던 중에 직접 영화제를 기획하는 다른 동아리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지금은 두 곳 모두에 속해 있으면서 영화를 보고 영화제를 기획하는 활동을 둘 다 하고 있다.


세 번째는 운동 모임. 영화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 중 운동에 관심 있는 이들을 모았다. 이 모임은 주로 비대면으로 진행되는데, 주 3회-30분 이상 각자 운동하고 이를 사진으로 캡처해 인증한다. 횟수를 채우지 못하면 벌금도 낸다. 혼자 운동하는 것보다 동기 부여도 되고, 모인 벌금으로는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니 일석이조!


마지막은 글쓰기 모임이다. 지금의 글을 쓰게 된 것도 이 모임 덕분이다. '6월 한 달간 매일 글쓰기'에 도전 중인데, 내 글을 쓰는 것도 보람차지만 함께 챌린지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아직 챌린지에 도전 중인 이들을 만나기 전이라 글로 먼저 그들을 그려보는 재미도 있다. 아무쪼록 남은 기간에 더 좋은 글들을 만나고 싶다.


모임 좀 해본 사람으로서 느낀 모임의 가장 좋은 점은, 뭐니 뭐니 해도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내 귀향 살이는 지루하지 않다. 가끔 울적하거나 고민이 생기면 모임에서 만난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훌훌 털어낼 수 있다. 나누고 싶은 정보가 생기면 가장 먼저 각 모임의 채팅방을 찾는다. 모임 활동을 하며 고등학교 동기를 만나기도 했다. 하여 지금은 '심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주변 지인들에게 새로운 모임에 나가볼 것을 제안한다. 혹은 내가 참여 중인 모임에 그들을 초대한다.


어쩌고 보니 모임을 예찬하는 글이 되어 버렸다. 낯가림이 심한 사람들은 모임을 시작하는 것 자체만으로 큰 용기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만 눈 딱 감고 관심 있는 주제의 모임에 나가 보라.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고, 일상의 재미는 덤으로 찾아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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