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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온도 Apr 17. 2024

드디어 7살 첫째의 돈 벌기가 시작됐다.


우리 부부는 그동안 첫째가 돈을 흥청망청 쓰는 것을 쭉 지켜봐 왔다. 참 길고도 힘든 시간이었다.



기다린 이유가 있었다. 돈에 대한 개념을 부모의 말이 아닌 직접 몸으로 체득하게 하고 싶었다.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돼서 읽었던 <유대인 엄마의 힘> 사라 이마스 작에서 유대인들의 경제교육에 대한 부분이 있다.





돈의 필요성을 몸소 느끼고

돈을 얻기 위해서는 정당한 노동이 필요하며

노동을 통해 얻은 돈으로 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삶에서 알려주고 싶었다.

 


드디어 때가 왔다.





첫째에게는 여기저기서 받은 용돈을 모아두는 지갑이 있다. 물론 통장도 있다. 이번에 받은 세뱃돈은 잘 설득해서 대부분 저금을 해 놓았다. (그마저도 저금해놓지 않았으면 다 공중분해됐을 것이다.)



지갑에는 약 15만 원 정도 현찰이 있었다. 그 돈으로 본인이 사고 싶거나 먹고 싶은 것들을 샀다. 예를 들면, 뽑기, 캐릭터 열쇠고리, 액세서리, 머리띠, 아이스크림, 과자, 사탕 등등.



그래서 딸은 외출하면 꼭 지갑을 챙겼다.



첫째는 돈을 시원하게 써재꼈다. 가끔 우리한테 플렉스도 했다. 저번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에게 커피를 사겠다고 해서 단숨에 2만 원이 훌렁 나간 적도 있다.  



그렇게 지갑의 돈을 거의 탕진하고 약 2만 원이 남았을 무렵이었다.



봄옷을 사러 백화점에 갔는데 갑자기 블링블링한 곳으로 나를 끌고 갔다. 유치원 가방에 달 키링과 반지와 팔찌가 있는 액세서리 함을 골라서 계산하니 2만 원이 조금 안되게 나왔다.  



지갑이 텅 비게 된 상황. 갑자기 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자기 돈 안 쓰고 엄마 돈으로 사주면 안 되냐고. 돈이 별로 없다며 속상해하기 시작했다. 설명을 했다.



1. 돈을 마구 쓰면 이렇게 돈이 없어지니 꼭 필요한 것만 사야 한다.

2. 돈이 계속 있으려면 돈을 버는 방법이 있다.

3. 마지막으로 지금은 환불이라는 개념이 있으니 원하면 환불을 하자고도 설명했다.



자기는 이렇게 비싼 줄 몰랐다며 환불하고 싶대서 액세서리를 환불했다.



돈이 더 있으면 좋겠다고 하기에 집안일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심지어 지난번에 중고물품 판매를 알려줬는데 자기 물건을 팔고 싶다고도 했다.



남편과 함께 첫째가할 만한 집안일을 적고 그에 따른 금액과 규칙도 정해보았다.





그리하여 7살 첫째의 돈 벌기가 시작되었다. 월요일부터 시작했는데 나름 순항 중이다.



상황을 지켜본 뒤에 집안일의 개수를 늘릴 생각이다.



그때그때 마구 사지 말고,  원하는 것을 정해서 돈을 모은 뒤에 사면 어떠냐고 조언도 했더니 우선은 알겠다고 했다.



과연 첫째의 돈 벌기는 어찌 될 것인가. 벌은 돈으로는 무엇을 살 것인가. 다시 흥청망청 쓸 것인가. 꼭 필요한 것을 살 것인가.



돈 벌기의 끝이 어떻게 이어질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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