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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온도 Sep 13. 2024

자세를 바꿔야 시야가 바뀐다.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면 처음에는 내내 누워만 있습니다. 그저 누운 자리에서 먹고 자고 싸고 놉니다. 아기의 시야는 언제나 평평하고 깨끗한 천장뿐입니다.



그러다 3개월이 가까워질 무렵에는 목에 힘이 좀 들어가고 스스로 고개를 가눌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아기는 세상구경을 합니다. 이때부터는 상황에 따라 아기의 눈빛이 시시각각 달라집니다.



아기에게 트림을 시키려고 몸을 세웁니다. 그러면 눈이 똥그래지고 표정도 환해집니다.



트림을 마치고 다시 아기를 눕히면 이내 표정이 안 좋습니다. 마치 이건 아닌데.... 하는 것 같습니다. 불편해하는 것 같아 다시 몸을 일으켜주면 눈빛이 어느새 초롱초롱 변해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아기도 이제는 누워서 바라보는 세상이 싫구나.. 서서 세상을 보고 싶구나....






4개월 무렵이 지나면 아기는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발차기를 하며 꿈틀댔던 몸은 뒤집기 연습을 하면서 어느 날 갑자기 180도로 뒤집어집니다.





누워있던 세상에서 엎드린 세상으로의 입성입니다. 아기 입장에서는 이 바뀐 세상이 얼마나 신기할까요? 그동안 오로지 밋밋하고 허여멀건 하기만 했던 천장의 세상에서 이것저것 다양한 물건이 즐비한 바닥의 세상으로 시야가 바뀌었으니 말입니다.



저라도 다시 뒤집고 싶을 것 같습니다.



아기 역시 이때부터는 도통 누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엄청난 에너지를 써서 계속 뒤집으려고 노력합니다.



어느 정도 뒤집기가 익숙해지면 이제 아기는 주 양육자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나아가고 싶어 합니다.



아직은 나가는 힘이 부족해 무릎을 꿇고 손을 땅에 짚은 채 앞뒤로 몸을 흔들어 댑니다. 또다시 엄청난 연습을 합니다.



8개월 무렵이 되면 몸에 힘이 더 붙어 기어 다니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본인이 기어가는 만큼 파노라마로 달라지는 시야에 아기는 무척 흡족해합니다.



심지어 이제는 보기만 하는 것뿐 아니라 스스로 움직여 물건을 잡고, 만지고, 입에 넣을 수 있으니 또 얼마나 신이 날까요? 한동안 온 방안을 쏘다니며 다양한 물건을 탐색하고 세상구경을 하며 놉니다.





하지만 아기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머지않아 서서 중심을 잡는 연습을 합니다. 그러면 기어 다니고 앉아있던 낮은 시야에서 서 있는 높은 시야로 업그레이드됩니다.



손을 떼어 중심을 잡는가 하면 물건을 잡아 밀고 다니며 연습을 합니다. 한동안 그렇게 물건을 집고 걸어 다닙니다.



하지만 끝이 아닙니다. 아기는 더 높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오르고 또 오릅니다.



침대, 박스, 선반, 수납장, 의자, 소파, 식탁까지....



오를 수 있는 높은 곳이 있다면 아기는 거침없이 오르고 또 오릅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시야의 장소로 들어서면 또 처음 보는 재미난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양육자에게 보채는 날도 많아집니다. 양육자에게 안겨 더 높은 세상을 보면 자기 손으로는 미처 닿지 못하는 곳, 자기 시야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던 물건들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양육자에게 안기는 일은 자기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구경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기는 오르고 또 오르는 것 같습니다.






시야가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아기의 표정과 눈빛을 보면서 사람은 본능적으로 더 넓은 세상을, 더 높은 세상을 원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달라진 시야를 경험하면 절대로 다시는 예전에 시야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마치 넓은 집에 살던 사람이 좁은 집에서는 살기 힘들다고 하는 것처럼, 근사한 서비스를 경험한 사람이 비교적 평범한 서비스를 불편해하는 것처럼요.



자세가 바뀌면 시야가 바뀝니다.

더 깊이 말하면 자세를 바꿔야만 시야가 바뀝니다.



반대로 말하면 자세를 바꾸기 위한 노력이 없으면 나의 시야는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시야가 바뀌면 나에게 펼쳐지는 세상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새롭게 펼쳐진 세상에는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가득합니다.



아기의 세상뿐 아니라 우리의 세상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딱 한 번 유럽을 경험했던 것만으로도 대한민국이라는 시야에서 전 세계로 시야가 바뀐 것처럼요.





그러니 무언가 변화하고 싶거든 먼저 시야를 바꾸셨으면 좋겠습니다. 늘 같은 시야로 사는 공간에서는 경험할 수 있는 일 역시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형편이 어려울수록 근사한 서비스를 자주 경험하라는 유명한 작가님의 문장이 있습니다. 만약 내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다면 가장 먼저  몸으로 새로운 시야를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아기는 그 이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시야를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하고 노력하고 기어서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시야를 바꾸기 위해서는 기필코 자세를 바꿔야 합니다. 그리고 자세를 바꾸기 위해서는 아기처럼 몸을 움직여 연습을 해야 합니다.



우리 함께, 몸을 움직여 자세를 바꿔봅시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길을 걷고, 사색을 하고요. 궁금하지 않나요? 시야를 바꾼 세상에는 무엇이 펼쳐져 있을지요?


 

자세를 바꾸면 시야가 바뀝니다.

시야가 바뀌면 나의 세상도 바뀝니다.

내가 원하는 나의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 부지런히 자세를 바꾸어 봅시다.






* <반가워, 나의 아기 선생님> 은 매주 금요일 연재 됩니다 :)



원하는 시야로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자세를 움직일 여러분을 응원하며

오늘도 은은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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