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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온도 Jul 06. 2023

입덧 VS 출산, 두 가지 고통 중 한 가지 고르라면?

나는 1초의 고민도 없이 을 선택한다. 이 말은 즉슨, 나는 입덧을 굉장히 심하게 하는 산모란 뜻이다. 동안 브런치에 글을 쓰지 못했던 이유도 둘째를 임신하고 다시금 입덧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지금부터 글 속에서 말하는 모든 발언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경험에만 의존하였음을 밝힌다.


어떤 이는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입덧과  어떻게 같은 선상에서 비교가 가능한가요? 출산 고통순위에서 상위에 랭크될 만한 누구나 다 아프다고 생각하는 그런 고통이 아니었던가요? 입덧은 당최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사람이 있다면 필시, 입덧이 약거나 아예 없거나 경험을 해보지 못한 사람들일 것이다. 나도 내 주변에 나만큼 입덧을 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나에게 입덧은 TV드라마 속에서나 나오는 그런 그림이었다. 그랬던 내가 사람들에게 "어우 저는 입덧 때문에도 둘째 갖기 싫어요"라고 말하기까지 했으니 나는 얼마나 괴로운 임신초기를 보냈던 것일까.


이렇듯, 입덧은 어떤 산모들에게는 정말 지옥의 시간을 선사한다.






1. 기간 차이 (얼마나 오래 시달렸는가)


나의 경우 입덧의 시간은 평균보다 길었던 반면, 자연분만에 소요된 시간은 평균보다 짧았다.


입덧 : 전체 임신부의 70~85%에서 나타나며, 병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생리적인 현상이다. 보통 임신 9주 내에 시작되고 임신 11~13주에 가장 심하며 대부분 14~16주면 사라지지만 20~22주 이후까지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검색어 '임신' 출처


첫째 때 나는 5주부터 입덧을 시작해 16주에 끝이 났다. 평균보다 일찍 시작해 평균지점에 마무리되었고 11주 동안 입덧을 앓았으며 이를 개월수로 환산하면 약 3개월 시간이 된다. 고로 나는 약 3개월간 매일매일 구역과 구토를 하며 살았다.


입덧멀미+숙취+식체를 모두 합쳐놓은 것 같은 아주 기분 나쁜 느낌이 든다. 이 쓰리콤보가 눈을 뜨면서부터 눈을 감을 때까지 하루종일 쉴 틈 없이 나를 따라다닌다. 숙취가 심한 날을 상상해 보라. 다시는! 내 인생에서 다시는! 술을 먹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며 바로 전날밤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가. 그런 죽을 것 같은 날이 입덧산모에게는 단 하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몇 날 며칠 혹은 몇 개월 동안 지속된다.


계속 울렁대고, 속이 메스껍고, 명치가 답답하고, 구역질이 올라오며, 먹은 것을 다 토해야 이따금 잠잠해다. 보통은 심하게 체했을 때, 체한 음식을 다 밖으로 쏟아내고 나면 괜찮아지지만 입덧은 그렇지 않다. 토해서 속을 비워냈는데 속이 비면 또 속이 비어서 울렁거리고 메스껍다. 그럴 땐 또 별 수 없이 먹어야 한다. 먹으면 어떻게 될까? 맞다! 다시 토하게 된다. 이게 가장 미칠 노릇이다. 먹고 토하고 또 먹고 토하는 도돌이표 같은 일상이 계속된다.


가장 심했던 날은 2시간 동안 총 6번을 토하러 왔다 갔다 했다. 먹은 음식을 다 토했는데도 끝나지 않아 마신 물도 토하고, 물도 나오지 않 지경이 되자 노란 위액까지 다 토해냈다.

   

3개월간 구토를 해본 적이 있는가. 정말 삶이 피폐해지는 지옥 같은 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분만(출산) 소요시간 : 정상 만삭 산모에서 자연 진통이 오고 촉진제를 쓰지 않고 자연분만을 할 때 분만기에 따라 걸리는 평균시간
분만 소요시간  초산모는 총 14시간 / 경산모는 총 8.5 시간
-네이버 지식백과 [차병원 건강칼럼] 검색어 '분만 시간' 출처


나는 에 있어서는 참 운이 좋은 산모였다. 유도제를 맞는 상황이 오지도 않았고, 역아라거나 아이 체중이 너무 크지도 않고 적당했으며, 분만 도중에 위급상황이 생겨 갑자기 수술을 해야 하는 그런 아찔한 순간도 없었다. 첫째의 첫 진통은 분만예정일 하루 전날 새벽 1시경 시작되었고 딸은 오전 8시가 조금 넘어서 세상 밖으로 나왔다.  7시간이 걸렸으니 초산모의 분만 평균시간이 14시간임을 감안하면 나는 만으로 견뎌야 할 고통의 시간을 반이나 줄여버린 셈이었다.  


만약 나와 다르게 어떤 산모는 입덧이 아예 없었고, 자연진통으로 14시간 혹은 그 이상이 걸렸다 하고 하자. 그럼 당연히 그 산모는 입덧보다는 의 과정이 훨씬 아프고 힘들었다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1140시간과 7시간의 대결이었다. 나는 그냥 하루 짧고 굵게 해치워버리는 것이 러모로 편했다.

 

물론 출산이 아프지 않았는 말은 아니다. 맷집 좋은 나도 형언할 수 없이 아파서 이대로 정신을 놓아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힘주기를 잘 못했는지 출산을 마쳤을 땐 실핏줄이 다 터져서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아마도 물리적인 고통의 강도로만 따지자면 내 인생을 통틀어 제일 아팠던 날이었음은 분명하다.



2. 공감의 차이 (나만 입덧하는 거야?)


모든 세상사가 다 케바케이듯, 입덧도 사람마다 다 다르다. 나처럼 입덧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예 안 하는 사람도 있고 (우리 엄마처럼), 아니면 입덧을 하더라도 약하게 하거나 토하는 입덧이 아닌 속이 비어있을 때만 메스거리는 먹덧을 하는 사람도 있다. (내 동생처럼)


내 주변 대부분은 주로 먹덧을 했다. 첫째 때는 아예 토덧이어서 먹덧을 부러워하곤 했었는데 둘째 임신을 알고 얼마 안 돼 먹덧이 찾아왔을 때 느꼈다. '아.. 먹덧도 만만치 않구나...' 쉴 새 없이 무언가를 넣어주어야 하는데 그것도 엄청 고역이었다. 하지만 먹덧도 잠시 나는 다시 토덧의 세계로 들어갔다.


첫째 입덧 때 나는  내 주변에서 나와 같은 사람이 없었기에 더욱 서러웠다. 다들 무난하게 임신기간을 거치는 것 같은데 임신이라는 놈이 유독 나한테만 가혹한 것 같아서 속상했다. 모두 힘들어하는 나를 걱정하며 안부 물어주었다. 하지만 내 주변 그 누구도 나의 상황을 함께 공감하진 못했다. 당연했다. 겪어보지 않았으니까.


그래서인지 나는 어딘지 모르게 외로웠다. 때 정말 많이 인터넷을 뒤졌다. 입덧에 대한 글들을 굉장히 많이 읽었다. 인터넷나보다 심한 입덧을 앓는 분들이 수두룩 했다. 아예 물도 마시지 못해 입원을 하는 산모도 있었고 임신 기간 내내 입덧을 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많은 산모들은 엄마가 되는 과정을 혹독히 치르며 힘들게 아이를 지켜내고 있었다. 만 힘든 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입덧이야 말로 뱃속에 아이가 잘 자라고 있다는 증거라는 말에 힘든 순간을 버티고 버텼다.


나는 첫째, 둘째 모두 입덧약을 복용했는데 첫째 때는 약발이 잘 듣지 않아 먹어도 토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둘째는 이 효과가 있었고 어느 정도 먹을 수 있었다. 물론 중간중간 구토도 많이 했지만 한 번 겪어봐서 그런지 예전처럼 변기통을 부여잡고 울거나 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째가 있었기에 만만치 않은 입덧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이젠 알고 있다. 임신한 사람들 중 나 혼자만 이렇게 괴로워하는 것이 아라는 것을.



3. 무지의 차이. (입덧이 그렇게 힘든 건지 몰랐다.)


나는 대체적으로 '알면' 잘 견디는 편이다. 예를 들어 운동을 할 때 "오늘은 플랭크 자세 2할게요"라고 누군가 말했다고 하자. '2분'이라는 시간을 들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어떻게든 버티어 본다. 하지만 "오늘은 1분 할게요" 하고 1분이 다 되어 갈 때쯤 "1분만 더 할게요" 하고 시간을 끌면 나는 정말이지 머리끝까지 분노가 차오른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그렇다.


일을 할 때도 마감기한이 정확하거나 내가 해야 할 것을 명확하면 수월하다. 그럴 때는 양이 많아도 어떤 방식으로 해야겠다는 계획이 서는 편인데 그렇지 않으면 시작부터 압박감이 많이 온다. 이렇 나는 내가 명확히 알고 있냐 모르고 있냐의 차이가 꽤 크다.

 

그런데 입덧은 정. 말. 몰랐던 영역이었다. 분만에 대한 이야기들은 당장 엄마에게만 물어도 알 수 있고, 수많은 매체들을 통해 자주 봐왔다. 그래서 '아 분만은 아픈 거야. 힘든 거야. 정말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는 거야'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입덧은 아니었다. 물론 입덧 역시 매체에서 본 적은 있지만 '입덧은 저렇구나' 하는 외양의 모습을 보여줄 뿐 그 강도가 얼마나 세었는지, 얼마나 오래 가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임신을 했다'라는 상징으로 주로 사용될 뿐이었다.  


입덧을 하고 인터넷에 이게 도대체 무엇인지 많이 찾아봤다. 찾아보고 가장 충격을 받았던 부분은 입덧의 원인이 아직까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이었다. 그저 여러 이론과 연구들 따르면 임신으로 인해 나오는 몇 가지 호르몬 때문일 것이다라고 추측할 뿐이었다. 원인을 밝히지 못했기에 치료법 또한 없었다. 다행히 근래에 들어서는 입덧약이라는 것이 생겼고 증상을 좀 완화시켜주긴 하지만 증상의 완화이지 근본적인 치료라고 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어떤 이들에게는 입덧약이 잘 듣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효과가 없기도 했다.


그래서 첫째 때는 정말 괴로웠다. 약이 잘 듣지 않았을뿐더러 원인도 모르는 것을 나는 왜 겪고 있어야 하는지 분통이 터졌다. 공감하는 이가 없어 외로운 것도 한 몫했지만 무엇보다 가장 나를 괴롭혔던 건 그 끝을 모르겠다는 거였다. 사람마다 입덧 끝나는 시기가 다 다르다던데, 나는 도무지 끝날 기미가 안보였다. 이러다가 애 낳을 때까지 10달 동안 입덧을 하게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나를 공포에 떨게 했다.


하지만 둘째 때는 첫째라는 데이터가 있었다. 나는 이번 입덧이 얼추 16주쯤 끝날 거다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신속하게 했다. 입덧약을 복용하고, 하기 힘든 일은 최대한 신랑한테 맡기고, 미리미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챙겨놓고, 어딜 가든 화장실 위치를 머리에 심어두었다. 그저 '버티자~ 5월에는 끝난다~ 잘 버티자~'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현재 22주인데 심한 입덧은 12주쯤에 사라고 아주 잘 먹으며 지내고 있다. 입덧의 과정은 여전히 힘들었지만 딱히 울지도, 마음이 그토록 괴롭지도 않았다. 역시 끝을 알고 시작하니 조금은 나았다.

 





끝으로, 이 글을 성시키는 과정 속에서 나는 왜 이렇게 이걸 쓰고 있는가 고민을 했다.


나는 그저 알리고 싶었다. 예비 엄마들에게는 아이를 낳을 땐 낳더라도 이 고생의 과정들을 조금이라도 알고 임신하면 좀 낫지 않을까 싶어서 알리고 싶었고, 예비 아빠들에게는 이렇게 엄마의 희생이 수반되기 때문에 임신이 아름다운 현상이 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이렇게 힘든 얘기를 실컷 했으니, 혹시 임신을 후회하냐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대답은 '아니요' 다.


나도 이런 내가 참 기가 막힌데 첫째 때 임신, 분만, 육아까지 매 순간 혼란과 고생의 도가니탕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정말 정말 예쁘다는 사실이었다.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차원의 사랑과 행복이 나를 찾아 왔었다. 과연 아이가 없었다면 내가 지금 이렇게 웃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동안 무미건조했던 회색 같은 삶에서 다채로운 색을 지닌 무지개 같은 세상으로 바뀌어 갔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물론 힘들다. 임신도, 출산도, 육아도 엄마가 되는 모든 과정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모든 고생길을 상쇄할 강력한 무언가가 아이에게는 있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아이를 낳아야 하나요? 낳지 말아야 하나요?' 묻는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보세요. 단, 여자가 준비가 되어있을때!'라고 추천한다.  


아마 딩크로 살았었도 우리 부부는 잘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 덕분에 우리 부부의 삶이 더 풍요로워졌다고 말할 수 있다. 아이 한 명으로도 삶이 다채로워졌는데, 둘이라면?


힘듬은 두 배, 행복은 제곱이 될 것이라 감히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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