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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온도 Mar 20. 2023

계획에 없던 둘째를 맞이하는 일.

여러분, 사용기한 지난 임신테스트기도 아주 정확하답니다.

둘째를 임신했다. 응? 왜 둘째가 생겼는지 머릿속에 물음표로 가득했다. 애초에 그것부터 기억이 안 났다. 도대체 우리 부부가 언제 하늘의 별을 땄었???????


2월, 3월에도 1월 못지않게 스트레스받을 일들 투성이었던지라 그저 월경이 늦어지 보다 했을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어떤 촉이 발동했는지 자려고 누웠다가 벌떡 일어나서 임신테스트기를 해봤다. 무려 유효기간이 3년이 지난 테스트기였다. (결혼하고는 거의 사용 안 했지만 연애 때도 월경이 좀 늦어지면 임테기를 이용해 종종 확인을 하곤 했다. 희한하게 확인하고 나면 곧바로 월경이 터지곤 했다.)


나는 큰 긴장 없이 결과를 기다렸는데,


?????????? 뭐지? 고장 났나?????? 왜 두줄이지??? 유효기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오류가 났구나... 아 역시 괜히 해봤어. 내일 새거 사서 다시 해보자.


나는 임테기를 분리수거함에 버렸다.


그리고 자리에 누웠다. 그런데...... 역시나 잠이 안 왔다. 머릿속에 온갖 두 줄이 휘젓고 다녔다. 나도 모르게 휴대폰을 켜서 '사용기한 지난 임테기 결과'를 검색해 글을 샅샅이 뒤졌다. 신랑에게도 연락하고, 동생에게도 연락했다. 생은 맘카페에 글을 검색해 나에게 보내주었다.


야간일을 하고 있는 신랑은 톡으로 어차피 잠 못 잘 것 같으니 그냥 오늘 임테기 사 와서 확인해 보라고 했다. 나는 편의점으로 달려갔다가 달려왔다. 물을 마셔댔다. 마시고 또 마시자 곧 신호가 왔고 다시 한번 테스트기를 했다.


OH! MY GOOOOOODDDDDDDD!!!!!!!!!


또 두줄이었다. 그것도 처음(사용기한 지난 임테기)처럼 아주 선명한 두줄이었다. 첫째 때는 두 줄이 아주아주 희미해서 이것은 두줄인가 한 줄인가 이런 희미한 선도 두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싶은 정도였는데, 지금은 누가 봐도 명확한 작대기가 2개였다. 빼도 박도 못하고 이건 임신이었다.


뭐지? 대체 뭐지? 둘째라니? 내가 둘째라니?


물론 둘째 고민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한 때는 정말 둘째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한 적이 있었다. 애 둘 맘 엄마들에게 물어보고, 여러 조언들도 들어보고, 신랑과도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유튜브에서 다양한 의견을 내는 소리도 들어봤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다 고려한 결과 결국 외동으로 마음의 빗장을 잠근 지 오래였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집에 경제적 문제가 생겨 양가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었다. 결국 무리해서 마련했던 리의 유일한 자산인 아파트를 내놓자고 합의까지 해 놓은 상태였. 그런데 이 판국에 둘째라니 나는 차마 기뻐할 수가 없었다.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는 깜짝 놀란 뒤에 물었다.


"그래서 낳을 거야? 말 꺼야?"


쉬이 답을 하지 못했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통화를 끊었다. 신랑에게서 한참뒤 이런 톡이 왔다.


여보, 나.. 둘째 되게 갖고 싶었었나 봐.
지금 엄청 기분이 좋아..



이것으로 답은 정해졌다. 둘째는 세상에 태어나는 것으로. 전히  모르겠다. 나아진 것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고민만 더 늘어난 기분이다.


누구는 우리에게 생각 없는 부부라 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 스스로 내가 제일 그렇게 생각한다)지만 살려고 마음먹었으니 길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길을 차아야만 하고! 이제부터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구만리지만 잘 헤쳐나가 보려 한다. 


안녕 둘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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