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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Jan 12. 2018

스웨덴 유학생활을 정리하며

석사 생활을 정리하는 이 시점, 지난 1년 반을 되돌아보았다.

첫 OT 함께 온 유학생 언니와 함께

2018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늘 올 한 해가 특별한 한 해로 가꿔지길 바라는 게 사람 심리지만 이번 새해는 나에게 더 특별한 해다. 스웨덴에서의 석사 2년 유학 생활을 마무리짓는 해이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서는 8월 말에 새 학기가 시작하는데, 2016년 8월 첫 학기를 시작으로 지난 3학기를 보내고 이번 봄 학기는 논문 작성만 남았다. 1년 반 전 이 곳에 도착했을 때, 새로운 환경에서의 학업과 생활에 한 껏 들떴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그리고 나보다 1년 석사를 먼저 시작한 한국인 유학생 선배를 존경스러움과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봤던 나의 모습도 명료하게 떠오른다. 풋내기 유학생이었던 내가 이제 논문 주제를 잡고 벌써 석사 후 진로 고민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시간은 해가 갈수록 더 빨리 지나가는 듯하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도 진로 고민으로 꽤나 헤맸는데, 또다시 나는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학사 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석사를 하는 동안 내 진로에 대해 좀 더 분명한 확신이 생겼다는 것이다. 석사는 나 자신이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재발견하게 되는 시간이었을 뿐만 아니라 전공에 대한 이상과 현실을 목격하는 시간이었다.



전공에 대한 이상

2011 경희대 호텔관광대 플로리다 올란도 연수

    나는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을 졸업했다. 세부 전공은 국제회의를 유치하고 운영하는 것을 배우는 컨벤션 경영학이지만, 학부 시절 나의 관심사는 관광 산업체 및 콘텐츠, 목적지 마케팅 등 전반적인 관광산업에 걸쳐있었다. 관광 산업은 제조설비가 필요 없고, 서비스와 콘텐츠로 중무장하여 고객들의 지갑을 더 많이 열게 함으로써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고 배웠다. 또한 관광객들의 목적은 일상에서 탈출하여 특별한 휴식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늘 고민하던 것은 관광객들의 재미와 휴식을 어떻게 하면 극대화시킬 수 있을지였다. 이는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는 나의 바람과도 맞닿아 학부시절 공부로 크게 스트레스는 받은 적이 없었다. 한편, 현대인들의 여가 시간이 증대되고, 서비스 산업이 육성되면서 내가 배운 관광학의 주된 패러다임은 소비 촉진 마케팅, 서비스/ 지역 개발에 관한 것들이었다. 교통, 숙박, 외식 등 타 산업에 미치는 승수효과가 관광업으로 인한 폐해에 대해서는 잘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경영학에 중점을 둔 학부 과정은 관광학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지리학적인 관점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아 이에 대해서는 지식이 거의 전무했다. ‘다른 환경’으로의 인간의‘이동’이 관광 행위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때문에 스웨덴 우메오 대학의 지리학부 소속인 관광학 석사 프로그램에 진학하는 것은 좁았던 나의 시야를 넓혀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컸다. 더군다나 지속가능성에 관해 여러 방면에서 선진국인 스웨덴에서 관광을 공부한다면 무분별한 소비와 개발로 점철된 관광 산업이 어떻게 지속 가능할 수 있을지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나는 스웨덴에서 관광학 석사를 진행하면서 내가 목표한 바를 달성했을까? 지난 1년 반 동안 내 석사 프로그램의 포커스는 내가 예상했던 대로 인간의 이주와 경제, 환경 여러 방면에서 관광 행위 및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것이었다. 이주에 관해서는 단순히 관광을 위한 이주뿐만 아니라 인간의 이주 행위에 대해 폭넓게 다뤘다. 때문에 우리 삶에서 이주가 왜 발생하는지나, 현재 유럽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난민 문제애 대해서도 교수님과 학우들과 토론할 기회가 많았다. 한편, 모든 과목에서 지속가능성에 관한 담론을 매우 중시했기 때문에 소비나 개발 위주의 관광산업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모델로 바뀔 수 있을지 고민하던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사실 돌이켜 보면 개인적으로 전공에 대한 회의가 많이 든 시간들이었다.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이 전공이 또는 석사 생활이 나와 맞지 않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전공에 대한 현실

    전공에 대한 현실을 논하기 전에, 그 현실이 개개인에게 다가오는 의미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박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학문적 탐구가 목적임과 동시에 박사 공부가 현실일 것이고, 취업이나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내가 공부한 것을 가지고 어떻게 커리어를 쌓을지가 현실적인 문제기 때문이다. 어떤 길을 택하느냐에 따라 전공에 대한 만족도와 현실적인 문제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박사의 경우에는 학문 내에서도 내 흥미를 좇아갈 수 있는 분야가 많고, 그 흥미를 좇아가는 것은 본인의 탐구 의지에 달려있다. 하지만, 취업이나 창업을 하는 경우는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흥미와 적성을 좇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는 시장에서 어떤 직군과 역량을 요구하거나 창업의 경우 아이템을 필요로 하는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관광학의 경우는 이 갭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 관광업의 취업의 경우, 관광 시장에서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 직군은 호텔, 컨벤션센터, 여행서비스 관련 기간에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마케팅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나의 프로그램은 지리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더군다나 석사 과정은 대부분 이론과 리서치 기반이어서 이론을 적용하고 현상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교수님들도 대부분 리서치 필드에서만 수십 년을 연구하신 분들이며, 석사생들을 미래 연구자로 여기셨다. 하지만 나는 석사를 하면서 연구자라는 커리어와 석사 프로그램이 나와 맞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석사가 리서치를 목적으로 하다 보니 현상이나 문제를 분석하는데 그칠 뿐,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책에서 말하는 솔루션들조차도 굉장히 일반적이고 이상적이기만 한 말들로 내게 다가왔다. 더욱이 내 프로그램은 지리학부 소속이어서 비즈니스 시장에서 요구하는 마케팅 역량을 기르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학습할 기회가 없었다.


           평소에도 다양한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토론하는 것을 즐기기에 석사 과정 전부가 재미가 없고 지루하거나 의미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잘 알지 못했던 이주나 자연을 기반으로 한 투어리즘에 대해 공부할 때는 가장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전공 및 진로만 놓고 본다면 지리학 소속의 관광학 석사 프로그램은 나와는 잘 맞지 않았던 옷이었다. 프로그램이 잘못되었다기보다, 필드에서 직접 부딪히며 배우는 것을 선호하고 이에 강하며, 취업이나 창업을 꿈꾸는 나의 미래와 맞지 않았던 것이다. 맞지 않는 옷을 선택한 데에는 석사를 오기 전 나에 대해 잘 몰랐던 이유도 클 것이고, 석사라는 타이틀에 대한 환상도 컸다. 아쉬운 점이 있는 1년 반이지만 후회는 없다. 내가 바라던 스웨덴에 왔고, 맞지 않는 옷을 처음 입어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으며,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이 뭔지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석사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 물론 쉬운 게 없겠지만 지난 1년 반 동안의 인사이트를 가지고 앞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그려나갈 것이다. 모든 과정이 학습의 과정이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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