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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Dec 15. 2017

헬조선과 갓스웨덴?

최저임금에 관한 글의 에필로그- 스웨덴은 정말 천국일까?


며칠 전 스웨덴의 최저임금이 어떻게 협상되는지에 대해 브런치에 글을 썼다. 얼마 전 스웨덴의 블루칼라 계층의 노조인 LO의 관계자를 만나 나눈 이야기를 정리할 겸, 그리고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한국에 있는 독자분들과 친구들에게 '여기는 이렇습니다~' 나누고 싶어서 쓴 글이다. 우연히 브런치 앱, 다음 홈페이지 메인과 카카오톡 채널에 글이 노출되면서 예상치 못하게 많은 분들이 글을 읽고 공유를 해주시거나, 댓글을 달기도 하신다.


그런데 스웨덴과 한국의 물가 차이가 임금 대비 생각보다 많이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몇몇 분들이 '헬조선'이나 '갓 스웨덴' 등 스웨덴을 완전한 복지국가로 받아들이며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해 더 비관하시는 것 같다. 내가 의도한 것은 그게 아닌데... 


우리나라 상황이 옳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거나, 지금 잘못된 상황을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또한, 스웨덴의 노동 시장이 우리나라보다 더욱 건전하고, 안정적이며 노동자 중심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곳이 완벽한 이상적인 사회도 아니고 삶의 편리성을 따진다면 우리나라를 따라오지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편리가 다른 사람의 생존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그래서 평생 우리는 경쟁하고, 남을 견제는 것이 심한지도.


지난 10월 스톡홀름에서 열린 한국-스웨덴 사회복지 포럼에 참가했을 때였다. 한 한국 학생이 스웨덴은 자원이 풍부하고 방위산업이 발달해 복지 세수가 더 확보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질문한 적이 있다. 그때 웁살라 대학의 교수이자, 현 복지 정책의 기반을 다진 스웨덴의 가장 존경받는 총리 올로프 팔메(Olof Palme)의 아들, 호아킴 팔메(Joakim Palme)는 스웨덴의 복지시스템은 100% 세수 기반이라고 하였다. 


임금 문제와는 별개로 여겨질지도 모르지만, 결코 떨어져 있지 않은 평균 30% 정도에 이르는 고세금, 고세금에 기반한 누진세 정책 때문에 떠나가는 부자들(기업가들 - 수입의 70%를 세금으로 내는 사람도 있다), 이민자(난민 포함) 유입으로 인한 일자리 부족 문제, 무상 복지라는 판타지에 가려진 유연하지 못한 의료 시스템 등... 배부른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 곳 역시 헤쳐나가야 하는 문제가 도처에 깔려있다. 


중요한 것은 두 나라는 인구, 산업구조, 역사, 경제 등 많은 방면에서 너무나도 다르다는 점이다. 따라서 단순히 라이프스타일이나 임금 및 세금 시스템을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 시스템이 누구를 위해, 왜,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져 왔고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어 나가고 있는지 등 시스템의 이면에 녹아있는 '의미와 정신'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얼마 전 방영 된 TVN 행복 난민에서 이웃나라 덴마크를 찾아가 복지 시스템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방영했었다. 그때 함께 동행한 배우 박재민 씨가 우리가 사랑하는 나라를 '헬조선'이라 칭하며 많은 젊은 세대들이 비관하는 것이 슬프다고 말하는데 정말 공감되었다. 우리 세대의 삶이 정말 힘들고, 답이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 줄기 희망을 놓아서는 안 된다. 한 명씩 그 희망의 끈을 놓다 보면, 희망에 닿는 끊은 아예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실 문장을 쓰는 지금 나 스스로도 그 희망은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내 생존을 먼저 해결해야 하니까. 인간은 참 모순덩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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