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일을 시작하며 새로운 동료들을 사귀었고, 새로운 운동을 시작한 덕에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으며, 그 친구들을 통해 또 다른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을 정말 좋아한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나에게는 또 다른 세계이기 때문이다. 충분히 탐구할만한 매력과 가치가 가득한 하나의 우주.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더 이해하기 위해 만남을 지속한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와는 조금씩 더 가까워지기도 하고, 누군가와는 더 이상 가까워질 수 없는 벽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인연을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려 노력한다.
'자연스럽다' 나는 자연스럽다는 말을 참 좋아한다. 자연을 닮았다는 것으로 들리기도 하고, 어떤 인공적인 힘을 거치지 않고 생겨난 모습 그대로, 또는 흐르는 대로 놔두는 것. 특히 요즘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자연스러움을 더욱 삶에서 중요시하게 된다. 누군가와 억지로 빨리 친해지려 노력하지도,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 주길 바라지도, 또 내가 누군가를 부여잡지 않는 것이 인간관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모든 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우리 사이에 흐르는 그 케미스트리에 충실하며, 그저 순간에 진심을 다하는 것. 참 자연스럽다.
20대 초반의 나는 그러고 보면 부자연스러움 덩어리였다. 태어나 처음 타지에서 혼자 생활을 시작하고, 전국 각지에서 오는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면서, 내 주변의 모든 사람과 친해지고 싶었다. 더 많은 사람을 알고 싶고, 이 사람도 저 사람도 나를 좋아해 주면 좋겠고, 인정받고 싶고, 우리는 특별한 사이임을 증명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노력했던 시간들. 인간관계에 욕심이 가득했던 20대 초반, 나의 진심은 가식을 진심으로 포장한 것들도 사실 많았다. 모든 게 좋을 수만은 없는데, 그때 그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왜 두려웠을까.
결국, 내 곁에 남는 사람들은 오히려 무심한 듯 연락을 주고받고, 자연스레 함께 학식을 먹고, 가끔은 부딪혀 싸우기도 하며 우리 사이에 흐르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충실히 느끼고, 함께 대응했던 소중한 인연들이다. 좋은 것만 좋은 건 줄 알았는데 감정의 양면성이야 말로 실로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감정을 분석하고 통제하기보다 흐르는 대로 온전히 느끼며 감내하고 대응하는 일. 감정은 이성의 영역이 아니라 직관, 마음의 영역임을 머리로 새기기보다 오롯이 느껴본다. 문득, 지난 연애를 돌이켜 본다. 부정적인 감정은 숨겨두고, 억압하고, 포장하기에 바빴던 우리의 관계는 어쩌면 끝이 예정되어있었을지도. 궁극의 감정인 사랑은 더욱 자연스러웠어야 했다.
얼마 전 소개팅을 했다. 사실 내키지 않았지만, 정말 오랜만에 마음을 열고 사람을 만나보자 싶어 임했더랬다. 우리의 만남은 부자연스러울지언정, 어쩌면 그 부자연스러움이 자연스러움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일말의 희망과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서로에 대한 많은 정보 없이 사진만 보고 인연을 찾기 위해 나오는 소개팅 자리는, 나에게는 너무나 부자연스러웠다. 사람이 좋고 나쁨을 떠나, 이성관계로서의 발전을 전제로 나를 아예 모르는 사람에게 조금은 가공된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상대의 가공된 모습을 통해 우리의 인연을 점치는 것은 생각보다 피곤한 일이었다. 어쩌면 내가 만난 분이 나와 다른 점이 너무 많아서, 더 부자연스러웠을지도. 결국 다시 조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인연은 자연스럽게 맺어지는 거니까.
덕분에 이제는 사랑에 대해서도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큰 욕심 없이. 내 있는 모습 그대로, 자연스러운 만남들 속에서 인연을 발견하길 자연스레 기다리게 되었다. 누군가와는 밀도 있는 관계를 단 시간에 맺기도 하고, 누군가와는 어쩌면 가벼운 관계로 남기도 하겠지. 하지만 그 역시 그저 자연스러운 흐름일 뿐임을 나는 조금 늦게 깨달았다. 하지만 그 깨달음은 결코 가볍지 않게마음에 새겼다.
내 감정에 충실하고, 상대의 감정과 속도를 존중하며 자연스럽게 우리의 관계가 맺어지길 기다리는 일, 참 자연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