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의 의미
마음을 읽자 순간순간이 보석이었다
집에 돌아왔더니 책 상 위에 추억의 과자 ACE(에이스) 두 상자가 놓여져 있다. 믹스커피에 찍어먹으면 입에서 사르르 녹아버리는 그 ACE(에이스).
'집에 과자 먹는 사람도 없는데 이게 뭐지?' 라며 혼잣말을 하다 문득 엄마가 어제 스쳐지나가듯 한 말이 생각난다.
"오늘 글쎄 마트에 갔는데 ACE(에이스)가 세일하더라구, 너네 외삼촌 둘 주려고 사놨어~일하면서 먹으라구"
'엄마도 참, 어른들이 무슨 과자를 좋아한다고~' 속으로 생각하던 찰나에, ACE(에이스)에 담긴 엄마의 사랑 가득한 마음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그 바람에 나는 얼굴을 붉힐 수 밖에 없었다.
그 날 엄마에게 ACE(에이스)는 단순한 과자가 아니었다. 엄마는 동생들과의 추억을 샀고, 과자에 동생에 대한 사랑을 담았으며, 과자를 사서 들고 집에오기까지 엄마는 어릴 적 동생들과 과자를 함께 나눠먹던 그 때로 여행을 다녀왔다. 2019년 천안의 한 공장에서 만들어진 이 과자는 화려하진 않지만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이 되었고, 엄마에게는 소박한 과거로 돌아가게 해 준 타임머신이 되었다. 지난 번 엄마가 사온 초코파이를 맛있게 먹던 외삼촌의 모습이 생각난다. 외삼촌은 "이런 걸 뭐하러 사와~" 라고 말씀하시면서도 마치 아이들마냥 그 파이를 두 손에 꽉 쥐고 맛있게 드셨다. 외삼촌은 알고 계셨겠지. 그 초코파이는 단순한 과자가 아니라, 엄마와 삼촌의 추억이자 사랑이었음을. 그 때 삼촌이 엄마와의 추억과 사랑을 드시고 계신다는 것을 나는 왜 몰랐을까.
조금씩 어른이 되면서 현상이나 사물의 이면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되는 요즘이다. 보이는 것을 그대로 해석하기보다 여기에 담긴 의미가 뭘까? 한 번 더 곱씹어 보고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은 머리가 아닌 마음의 작용임을 깨닫는다. 엄마가 그날 슈퍼마켓에서 산 것이 과자라는 것을 내 머리는 인지했지만, 그것이 비로소 엄마의 어릴 적 추억이자 형제에 다한 사랑임을 나중에 마음을 통해 깨달았다.
어쩌면 '사랑해, 보고싶어, 그리워' 직접적인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툰 우리는 어쩌면 생각보다 더 많이 일상의 곳곳에 내 마음을 숨기고 있는지도. 누군가가 내게, 또는 내가 누군가에게 건네는 커피 한 잔, 아이스크림, 무심한 듯한 카톡 안부, 그리고 함께 보내는 시간. 이 모든게 사랑이자 배려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제 하루만해도 우리는 너무 많은 배려와 사랑을 주고 받았다. 반짝반짝 빛나던 순간들, 이면의 의미를 읽어내는 일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구나.
그렇게 보석같은 오늘 하루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