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시각이 꽤 늦었지만 홍대 거리는 늦은 시각까지 북적북적댔다. 서울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곳인 만큼, 평일이나 주말이나 사람들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에너지로 가득하다. 형형색색의 네온사인과 도로에 가득한 버스와 택시,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 평소와 별 다를 바 없는 거리였지만 지하철 역에 가까워지자 유독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들이 보인다. 그리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가운데 빨강, 보라, 분홍 색색의 카네이션이 새하얀 안개꽃에 둘러싸여 보인다.
'어버이 날이라 꽃을 파는구나'
내일 퇴근 후 어버이 날을 축하하려 했는데, 어버이 날을 맞아 아침에 엄마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인파를 비집고 이곳저곳 좌판을 둘러봤다. 방향제로 쓸 수 있는 카네이션 비누에서부터 생화 바구니, 꽃다발까지 그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였다. 1년에 단 하루, 우리가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부모님께 사랑을 표현하는 어버이 날. 나도 이날을 맞이해 엄마에게 어떤 예쁜 꽃과 선물을 준비할까 고민하며 이 곳 저곳을 둘러봤다.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상품들을 이리저리 구경하다 드디어 마음에 든 꽃을 찾았다.
"이 거 하나 주세요"
화려하진 않지만 분홍색의 카네이션과 장미 한 송이가 예쁘게 포장된 카네이션이 눈에 들어왔다.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져 현금을 꺼내는데, 좌판 상인 분이 웃으며 말을 건넨다.
"꽃이 예쁘죠? 지금 시간이 늦어서 떨이로 싸게 파는 건데 부모님 두 분 드리게 두 개 가져가세요"
'어쩌지? 나는 부모님이 한 분 밖에 안 계신데... '
"괜찮아요, 하나만 주세요"라고 애써 웃으며 나는 값을 치르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자리를 떠났다.
카네이션이 한 송이. 그러고보니 한 송이만 준비한지 8년이나 지났다. 사실 하나를 더 사라고 권유하는 상인의 말은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부모님 두 분 다 계신일이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그리고 그 사람은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니까 그러려니 했다. 그래서 카네이션 '한 송이'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생각보다 슬프지 않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슬픈 사실은 내가 아빠의 빈자리에 너무 무덤덤해졌다는 사실이었다. 아빠가 돌아가신 지 8년이나 지나서 일까,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서일까, 삶이 바빠서일까... 이유야 어떻든 간에 오늘만은 그래도 아빠를 좀 더 기억해야겠다.
"꽃이 예쁘죠? 지금 시간이 늦어서 떨이로 싸게 파는 건데 부모님 두 분 드리게 두 개 가져가세요" 하던 주인의 권유에"한 개 더 주세요"라고 말할 걸 그랬다. 하늘나라에 계신 아빠에게도 드릴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