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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크라테스 Nov 25. 2019

의도된 휴식, 스웨덴 피카

우리에겐 의도된 휴식이 필요하다

오늘 다들 커피 한 잔씩 하셨나요?사실 커피 한 잔 하며 쉬는 것은 스웨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일상이 된 문화인데요, 스웨덴식 커피 브레이크인 피카는 뭐가, 어떻게 다를까요? 왜 다른 나라에서도 피카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걸까요?

크레딧: 남혜림(스웨덴식 카페, 피카)

일상생활하시면서 마음 내킬 때나 밥 먹고 커피 한 잔 하시죠? 그런데 피카는 단순히 커피 한 잔 하는 시간이 아니에요. 일상에서 ‘정해진 휴식 시간’이죠. 커피나 달콤한 디저트를 매개로, 사람들이 모여 생각을 나누고, 유대를 쌓는 시간이에요. 피카 문화는 스웨덴 사람들의 일상에 녹아 있어요. 일을 할 때, 친구를 만날 때, 공부를 할 때, 쇼핑을 할 때도요. 대부분의 회사에는 피카룸이 있어요.


저는 스웨덴에 가기 전에는 늘 휴식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했어요. 남들은 시간을 아끼며 열심히 공부하거나 일하는데, 저만 쉬면 뒤쳐질 것만 같았죠. 무엇이든 빨리빨리 끝내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진정 효율적이고 효과적이었는지 묻지도 못한 채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몸과 마음은 지치고, 능률이 떨어지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스웨덴에 사는 동안 적절한 휴식 시간이 오히려 일이나 학업의 능률, 삶의 질을 올려준다고 느꼈어요.

반 친구들과 친구 남자친구와 함께한 피카

스웨덴에서는 직장이나 대학에서 일이나 공부를 하다가 의도적으로 피카를 위해 쉬는 시간을 가져요. 제가 학교를 다닐 때도 교수님이나 동료들과 ‘Fika Pause’를 항상 가졌어요. 보통 15분~20분 정도예요. 열심히 집중해 공부하는 시간 중 ’ 의도된 브레이크’인 거죠. 그 시간만 되면 학교 카페테리아에 가서 스웨덴식 진한 커피와 쿠키를 사 먹고 친구들과 떠들다가 왔어요. 그러고 나면 수업 집중력이 훨씬 높아지더라고요. 또 친구들과 피카하면서 과제에 대한 아이디어도 많이 얻고, 더 친해졌어요.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아가게 되니까요. 그러다 보면 학교 밖 친구네 집에서도 피카를 하고, 학업뿐만 아니라 생활하며 겪는 힘든 점도 서로 도와줄 수 있었어요.


제가 지난달 스웨덴 대사관에서 일을 하면서도 피카=스웨덴임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개인이나 팀 별로 매일 피카 휴식을 갖기도 하지만, 1주일에 한 번 대사관에서는 전체 피카를 해요. 직급에 상관없이 한 분이 함께 나눠먹을 쿠키나 빵을 준비하세요. 대사님 성함도 리스트에서 봤어요! 이 피카 시간은 바쁜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데 의미가 있기도 하지만요, 직원들이 일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연결될 수 있는 시간임을 많이 느꼈어요. 직원 한 분이 모든 사무실을 돌아다니시면서 피카하라고 부르시더라고요. 저는 잠시 일을 하는 사람이어서, 다른 분들을 만나 뵐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피카 시간에 다른 분들도 만나 뵙고,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실제 다른 나라에서도 스웨덴의 피카 문화를 많이 주목하고 있다고 해요. 스웨덴이 전 세계에서 가장 휴가가 길면서도 생산성과 혁신성이 높은 나라 중 하나인데, 그 원인을 피카 문화에서 발견하기도 하더라고요. 기사를 읽다가 재밌게도 ‘매일 단 것을 먹으면 건강이 나빠지지 않냐?’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도 봤어요.

친구들과 준비한 피카

그런데 제 생각엔 피카의 방점은 커피나 달달한 음식이 아닌, 타인과 함께 연결되는 시간이 스스로 휴식을 주는 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굳이 커피를 마시거나, 케이크를 먹지 않아도 괜찮아요.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 스스로 또는 조직에 의도된 휴식 시간을 주고, 주변 사람들과 평소에 나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며 연결된다는 사실이죠. 더욱이 일터에서는 구성원들이 20여분의 짧은 휴식 시간임을 직원들이 스스로 인지하고 있어서, 무한정 늘어져 휴식시간을 보내지 않아요.

Credit: Lieselotte van der Meijs

이렇게 피카 문화는 조직문화 측면에서 주목을 많이 받고 있지만, 일을 하든 안 하든 간에 삶에서 ‘의도된 휴식’ 시간을 주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기계가 아닌 인간이니까요. 기계는 기름칠만 잘 되면 끊임없이 굴러가지만, 저희는 고장 나잖아요?저는 스웨덴에서 쉬는 게 오히려 빨리가는 것임을깨달았어요.


여러분도 집에서나 일터에서 피카 시간을 가져보시는 건 어때요?물론, 쉽지만은 않을거예요. 특히 조직이 클수록 어렵고, 리더가 이끌지 않으면 더욱 어렵죠. 그래도 스스로, 또는 옆에 계신 동료와, 아니면 팀 단위로 시도해보면 작은 변화들이 일어날 거라 생각해요.


짧지만 밀도있는 휴식, 피카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면, 더 집중해서 일을 끝낼 수도 있고, 달콤한 디저트와 따뜻한 커피 한 잔은 보너스예요! 저는 15~20여분의 피카 시간 덕분에 집중해서 일을 효율적으로 끝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좋은 대화 덕분에 하루가 좀 더 따뜻해지구요. 여러분도 돌아가시고 동료에게 제안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피카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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