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 눕자마자 꿈나라로 빠져드는 내가 잠이 오질 않아 한참을 뒤척였다.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며 속으로 한 마리 두 마리 양을 세보기도 하고, 호흡에 집중해보기도 했다. 그래도 영 잠이 쉽게 들지 않았다. 저녁부터 계속된 설렘과 긴장감은 온몸의 자율신경계를 끊임없이 자극했다. 첫 출근을 앞두고 내 얼굴은 20살 대학 입학을 앞둔 대학생 마냥 상기되어 있었다. 내 나이 31살, 친구들은 대리나 과장이 된 지금, 나는 신입사원으로 시작을 앞둔 밤이었다.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회사 분위기는 어떨까?', '업무를 잘 해낼 수 있을까?'. 내가 일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분야에서 커리어를 시작한다는 생각에 설렘, 긴장감, 불안함 등 다양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그렇게 감정의 파도에 넘실대다 어느새 첫 출근의 날이 밝았다.
첫 출근의 하루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흘러갔다. '여유 있게 일어나 느긋한 아침을 보내고 첫 출근을 해야지'라는 거창한 다짐은 역시나 거창했고, 나의 아침은 촉박하게 흘러갔다. 긴장한 탓인지 화장은 평소보다 몇 번 더 수정해야 했고, 한 껏 다려둔 셔츠는 단추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일찍은커녕 지각만 면하자는 마음으로 헐레벌떡 집에서 뛰쳐나와 붐비는 지하철에 몸을 싣고 출근 시각에 딱 맞춰 사무실에 도착했다.
약간은 상기된 표정과 어색함을 숨기려 노력했는데, 아마 백방 티가 났을 거다. 그래도 입구에서 나를 환대해 준 인사담당자 덕분에 금세 긴장을 풀고, 사무실에 입성했다. 팀원들을 만나고, 회사 동료들에게 인사를 하고, 업무에 필요한 여러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신입사원 교육을 듣다 보니 어느새 하루가 훌쩍 지나 퇴근시간이었다. 새로운 업무 환경, 새로운 팀원, 새로운 업무. 하루의 대부분을 다양한 새로움이 내 삶에 쏟아진 첫날, 모든 걸 100% 소화시키진 못했지만 그래도 하루 전의 긴장감은 멀리 사라지고, 기분 좋은 설렘이 남았다.
시작. 무언가를 시작하는 일은 항상 누구에게나 어렵고, 두렵고, 불안하고, 무섭다. 엄마 뱃속에서 처음 세상의 빛을 보았을 때 나는 모든 게 낯설어 응애응애 울었고, 처음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들어갔을 때, 새로운 반 친구들을 만났을 때, 처음 남자 친구를 사귀었을 때,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갔을 때마다 나는 설렘과 두려움 사이 어딘가에 서 있었다. 그리고 첫 출근을 앞두고 나는 설렘과 두려움 사이에 다시 섰다.
나이를 먹는 만큼 두려움에 맞설 용기가 커지면 좋으련만, 용기와 두려움은 왜 반비례하는 걸까? 내가 처음 마주하는 낯선 환경과 사람, 그리고 지금의 선택이 내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막연한 불안 때문에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은 늘 두렵다. 다양한 처음을 지나 오랜만에 주어진 도전, 이번 주 첫 출근도 그랬다.
무의식적으로 늘 지금의 선택이 나를 어디로 인도할지, 잘한 선택일지 스멀스멀 두려움이 올 때면 더 이상 생각지 않기로 했다. 니체는 자신의 세계를 극복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며, 다른 세계를 만들어 갈 힘에의 의지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했다. 나에게도 이 힘이 있다. 때문에 막연한 불안함의 세계를 극복하고, 지금 이 설렘과 즐거움을 믿고 인생의 불확실성과 나의 무지함을 즐기자고 다시 다짐한다.
설렘과 두려움 사이에 내가 서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양극단을 오가지만, 이제는 설렘에 무게중심을 두자. 무엇이든 익숙해지기 마련이고, 시간이 지나 두려움보다 설렘이 사라지는 게 나는 더 두렵다. 그래서 나는 오늘 첫 출근의 기록을 남긴다.
30대 신입사원의 첫 사회생활은 설렘과 불안함 사이 어디쯤에서 시작했다. 미래를 알 수 없는 우리는 늘 불안하다. 하지만 두려움보다 설렘에 머무르는 순간이 더 많을 수 있게, 처음을 늘 기억하는 것. 그래서 나는 오늘 첫 출근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나의 시작,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