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않은 길에서 만난 그와 나의 서시

일상의 작은 변화와 용기의 상관 관계

by 국경 없는 펜

매주 등산을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혼자하는 등산은 내 속도에 맞게 목표까지 도달하면 된다는 배움을 준다. 한편, 누군가와 함께하는 등산은 상대를 배려하며, 함께 목표를 해냈을 때의 즐거움을 알려준다.

오늘은 혼자 인왕산에 갔다. 매번 애용하던 경복궁역 코스 대신, 새로운 코스로 올라가고 싶었다. 목표한 곳은 기차바위를 지나 정상으로가는 길이었지만, 우연히 발견한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지나가기로 했다. 하늘 아래 한 점 부끄럼없이 살다 간, 자기만의 길을 걸어간 윤동주. 그의 소신만큼 굳건히 서있는 돌 위에 새겨진 '서시'는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다시금 자문하게 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도 헤쳐갈 수 있는 용기를 지켜낼 용기를 잃지 않을 수 있을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기 위해서는 평소에 내가 가보지 않은 길로 가보는 것이 중요하다. 멀리 여행을 가지 않고도 반복되는 일상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지만 마음 먹기가 참 쉽지않다. 인간은 관성에 참 취약하다. 대학생 때 들은 한 수업에서 교수님은 평소하지 않는 것을 매일 하나씩만 실천해보라고 하셨다. 예를 들면, 오른손잡이는 왼 손으로 글을 써본다던가 새로운 골목길을 둘러서 집에 간다던가. 이 간단한 변화는 지루한 삶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하지만, 우리 뇌의 써보지 않은 부분을 자극함으로써 더 다양한 사고를 해볼 수 있다고 하셨다.

가보지 않은 길로 인왕산 정상에 올랐다. 언덕 초입에서 한 아저씨께 길을 물어봤는데, 아저씨는 헤맬 수도 있으니 숲길을 잘 따라가라고 하셨다. 인왕산 등산로가 복잡하진 않지만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긴장된다. 하지만 결국 길은 있기 마련이다. 산을 오르는 내내 보이는 새로운 풍경에 감탄을 연거푸 자아내기도 했지만, 무엇이든 걱정하기보다 해보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매일 자신감 지수가 꽉 차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회 생활을 막 시작하고 커리어 개발과 삶의 목표를 두고 고민이 많았는데, 조금은 힌트를 얻은 느낌이다.


하산 후에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카페에 갔다. 평소라면 근처 조용한 카페를 검색해 갔을텐데, 오늘은 삶이 내게 주는 것들에 감사하며 받아들이기로 했다. 우연히 들어간 카페는 너무나 조용했다. 심지어 두유도 준비되어 있었다. 우유를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나는 늘 두유로 라떼를 변경해주는 카페를 찾곤 하는데, 아직 한국에선 두유를 겸비한 카페가 많지는 않다. 새로운 길과 새로운 카페에서 만난, 어쩌면 별 것도 아닌 일이 내겐 별 것이 되었다.

올해를 시작으로 개인적인 목표 중 하나는 삶에서 내 마음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좀 더 영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단순히 종교적인 의미가 아닌, 만물과 내가 연결되어 있음을 잊지 않는 의미에서 말이다. 신기하게도 내 마음, 무의식, 직관, 그 무엇이 됐든 이성이 아닌 마음에 귀를 기울이면, 매일 나와 연결된 모든 것의 존재가 내 살결에 닿고 삶에 깃드는 것 같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많은 사람과 사물과 파동으로 소통한다고 한다. 나와 타인, 나와 우주 사이에 전달되는 파동에 조금 더 예민한 삶을 사는 것이 내가 한 점 부끄럼 없이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시작이 아닐까. 나만의 서시는 어떻게 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