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컬쳐커넥터 김도희 Jun 23. 2020

월급쟁이에게도 꿈이 있다.

아직 실패하지 않은 우리, 나와 너의 꿈을 위한 기도

행복에 겨워 잠 못 이루던 적이 있나요?

7년 전 그날을 분명히 기억한다. 머리 위로 별들이 쏟아지던, 북유럽 가까이 위치한 발틱해 작은 나라 리투아니아에서의 어느 날 밤. 학교 도서관에서 밤늦게 기숙사로 향하던 중 머리 위로 쏟아지는 별을 넋을 읽고 멍하니 바라본 적이 있다. 23살에 태어나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던 생소한 나라에서 나는 6개월을 살았다.

리투아니아에서의 Korean Food Festival
나의 첫 해외생활, 리투아니아

별이 쏟아지던 그날 밤은 반년 동안의 리투아니아에서의 교환 학생 생활을 정리하고, 한 달 여 동안의 유럽 여행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그리고 그날은 교환 학생 기간 동안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을 끝마친 날이기도 했다. 많은 친구들에게 요리를 해 주고,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는 일. 돈도, 경험도, 재료도, 장소도 모든 것이 준비되지 않았지만, 온전히 나와 몇몇 한국 친구들의 으로 100여 명의 전 세계 친구들에게  밥, 불고기, 비빔밥을 대접했다. 부족한 행사였지만 행사에 참여한 친구들은 교환 학생 기간 경험했던 최고의 행사였다며 직접 페이스*에 글을 남겨주었다.


나는 음식을 나눠 먹으며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너무 좋다. 함께하는 식사 시간이, 한 사람을 여행하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음식을 통해 문화와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징검다리를 놓는 일은 우리의 다름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세계 사람들과 이렇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토크쇼를 진행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바라는 삶이었고, 이 꿈은 내 성공의 기준이 되었다.


그날 밤,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야 하기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했는데도, 잠이 오지 않아 기숙사 주변을 한참 거닐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별을 만났다. 방에 돌아와 한참 동안 일기를 쓰고, 그 날의 행복감을 애써 잠재우려 노력했던 밤이 생생히 기억난다. 결국 몸속에서 세차게 흐르던 아드레날린은 새벽 3-4시가 되어서야 진정되었고, 나는 행복감에 겨워 잠에 들었다.


꿈을 아직 못 이룬 월급쟁이의 삶은 실패한 걸까?

 오랜만에 7년 전 별이 쏟아지던 밤의 기분을 느꼈다. 11시면 곯아떨어지는데도, 12시가 넘도록 잠이 오지 않았다. 퇴근 후 내가 한 것은 마음속 한 편에 잘 간직해둔 '토크쇼' 진행이라는 꿈을 잠시 펼쳐본 것뿐이었다. 


꿈에 닿기 위해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면, 나는 현재 내가 원하는 분야에서 일하는 최고의 모습을 본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유재석과 조세호가 진행하는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연반인 재재가 진행하는 '문명특급'을 시청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길에서 만난 시민들과 토크를 나누고 퀴즈를 푸는 프로그램이고, '문명특급'은 다양한 분야의 최고를 인터뷰하는 프로그램이다. 토크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하기도 하지만, MC인 유재석과 재재가 인터뷰이를 경청하는 자세와, 인터뷰이에 대해 철저히 공부하고 대화를 이끌어가는 재재의 능력이 돋보인다. 유재석은 말할 것도 없고, 한 지상파 방송국의 PD인 재재는 뉴미디어계의 국민 MC로 주목받고 있다. 내 또래라 더욱 친근하기도 하지만 사실 부러움이 더 크다. 자신의 재능을 살려 덕업일치를 이룬 그녀! 나는 꿈에 닿으면 꿈이 깨질까 두려워 꿈을 품고만 있었는데, 그녀는 꿈을 향해 한 발자국 씩 내디뎌 왔다.

샛별이 최고를 만났다. 재재가 유퀴즈에 출연했다!

나는 최고의 말과 몸짓에서 두려움을 안는 용기와 일과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배운다. 최고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쏟은 피땀 어린 눈물과 노력에 대해 듣는 것만으로도, 한 층 더 겸손해지고 꾸준히 해나가는 지구력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오늘은 스크린 밖에서 토크쇼를 시청했지만, 곧 이내 스크린 속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하는 내 모습을 그리며 애써 노트북을 접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에 생존이 먼저란 핑계로, 꿈을 포장해 고이 넣어두었는데, 마음 깊숙이에서 다시 꿈틀거렸다.


꿈틀대는 꿈 | 포기하지 않은 이상 실패하지 않았다.

30대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지 한 달 반이 된 지금, 입사 후 내 삶을 되돌아본다. 회사 업무와 조직 문화다행히 맞고, 적응해서 9-6의 삶을 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안정적인 생활에 조금씩 젖어들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어느새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당연히 속될 거라는 안일함으로 바뀌었다. 적지만 스스로의 노동으로 창출한 월급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주말에는 운동, 요리 등 좋아하는 취미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소한 일상이 어느새 큰 행복이 됨과 그와 동시에 꿈은 서서히 잊혀 갔다. 관성적이 되어가는 안정된 생활 이렇게나 무섭다. 안정적인 생활을 그토록 바랬는데, 안정적인 생활이 주는 두려움이 엄습하는 아이러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해낼 거야!' 자신 있게 외친 지 8개월 만에 나는 다시 조직으로 돌아왔다. 혼자 유*브도 해보고, 프리랜서(a.k.a 알바)로 글도 써보고 강의도 해봤지만, 전문성이 부족한 내가 당장 꾸준한 수입을 벌기도 너무 어려웠다. 무엇보다 혼자 성장하는데는 한계가 있었고, 취업을 준비했다.목표는 있었지만, 하루살이가 급했고 두려웠다. 실패였다.


꿈틀. 잊었던 꿈이 다시금 꿈틀댔다. 뜨거운 꿈을 향한 열정의 온도가 무색하게도, 하루 내게 주어진 시간은 24시간뿐. 그래도 애써 퇴근 후에, 주말에 꿈에 닿기 위한 발걸음을 한 발짝씩 떼야겠다 다짐한다. 포기하지 않은 이상 실패한 것이 아니라 자기 암시를 한다. 두려움에 질려 죽을 때까지 꿈이 꿈으로만 남았다 깨달으면 너무 슬플 테니까. 이것이야 말로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실패다.


유튜브 딩고 세로 라이브 김윤아 <꿈>

'때론 너의 꿈은 가장 무거운 짐이 되지, 괴로워도 벗어날 수 없는 굴레, 너의 꿈은 때로 비길 데 없는 위안, 외로워도 다시 걷게 해 주는'

김윤아의 '꿈'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다. 늘 꿈을 품고 살아가는 내게 많은 위안을 주는 노래지만, 노래를 들을 때마다 노래의 결말이 슬펐다. '간절히 원하면 다 이뤄진다고, 이룬 이들은 웃으며 말하지. 마치 나의 꿈은 꿈이 아닌 것처럼. 소중하게 품에 안고 꿈을 꾸었네. 작고 따뜻한 꿈 버릴 수 없는 애처로운 꿈..'

 

꿈을 버리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꿈이 돌부리가 되어 내 인생 저변에 깔려있어도, 계속 실패해도 나는 꿈에 걸려 넘어지고 싶다. 아무리 아파도 꿈의 존재를 깨닫는 것이 꿈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그래도 꿈을 버리지 않는 한 꾸준히 넘어지고 해나가다 보면, 간절히 원하는 걸 이뤄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희망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믿고자 한다. 꿈을 이룬 날, 꿈을 이룬 자가 되어 '꿈'의 노랫말을 해피엔딩으로 바꿔야지.


 '간절히 원하는 건 이뤄진다고 이룬 이들은 웃으며 말하지. 소중하게 품은 너의 꿈도 이뤄질 수 있다고, 내가 힘이 되어 주겠다고.'대신 그 웃음이 결코 가볍지 않도록 조심할 것이다. 타인의 꿈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묵묵히 그 꿈을 지지해주고, 이뤄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또한 나의 꿈. 


 꿈에 타인의 꿈을 얹어 소중히 품고 퇴근하는 저녁, 우리의 꿈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두려워도, 계속 꿈에 닿을 듯 말 듯해도 묵묵히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그 꿈을 꼭 이루게 될 것이라 믿는다. 타인의 원대한 꿈을 위해 사무실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쏟는 우리에게 누군가는 당장 꿈을 포기했다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월급쟁이에게도 꿈이 있고,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는 아직 실패하지 않았다.


여러분이 고이 간직하고 있는 꿈은 무엇인가요?



 

작가의 이전글 매일 아침 지하철 1평이 주는 행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