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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Jun 19. 2020

매일 아침 지하철 1평이 주는 행복

한 평의 크기만큼 한 뼘 자란 행복

매일 아침, 붐비는 인파 속 한 평 남짓한 공간을 차지한다. 휴대폰을 펴고, 스크린 속의 활자를 한 글자 한 글자 읽는다. 휴대폰 위에 살포시 두 손을 얹는다. 새하얀 캔버스에 한 자 한 자 세상의 이야기를 써내려 간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글을 쓰며 지하철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감사한 하루가 주어졌네요. 늘 버티는 우리, 오늘은 조였던 삶의 벨트를 풀어봐요. 오늘도 파이팅!'


늘어뜨린 긴 생머리를 커튼 삼아 부족한 잠을 청하는 내 또래 친구와, 그 옆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아버지가 보인다. 친구는 어제 야근을 했던 걸까? 아버지의 어깨에선 수 십 년 간 짊어진 삶의 무게가 보인다. 이제는 조금 내려놓을 수 있을까. 지하철 속 건너편 누군가는 스크린 속 스크린을 통해 다른 세상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두 엄지 손가락을 분주히 움직이며 지루한 통근 시간을 게임을 하며 이겨낸다. 다른 누군가는 노란 채팅방에서 친구나 가족의 안부를 물으며, 아침을 연다. 아! 오랜만에 종이 문제집을 보았다. 열심히 형광펜을 칠한 종이 문제집을 펼치고, 종이의 활자를 소화시키던 한 학생은 지하철이 수험 학원으로 붐비는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잽싸게 뛰어내린다.

지하철에는 우리의 삶이 있고, 손바닥 크기만한 세상에 그들의 삶이 있다. 각자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아침을 열고 오늘을 살아내기 위한 기지개를 켠다. 나는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한 평을 차지하고 여행하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그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짧게는 1분, 길게는 수십 분 함께 하루의 아침을 함께 맞이하는 일은 찰나의 순간 옷깃을 스치는 일보다 더 의미 있다.


지하철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인사를 건넸다. 모르는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열게 된다. 각자의 삶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이들에게 건넨 인사가 그들에게 닿았기를. 어제가 힘들었다면 오늘은 별보다 빛나는 하루를 보내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지하철로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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