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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Jun 16. 2020

직장에서 진정한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이 회사에서 가장 좋은 건 서로 휴대폰 번호를 교환하지도 않고, 카카오톡 단체방도 없다는 거예요.'


나와 같은 날 입사한 동기는 우리 회사가 서로 개인 휴대폰 번호를 교환하지도 않고, 단체 카카오톡 방이 없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동기는 10년 차 직장인이다. 나는 입사 한 지 한 달 남짓 된 신입 사원이다. 직장 내 인간관계를 고민하던... 입사 후 내내 직장 내 인간관계는 얼마나 깊게 쌓아야 하는지 고민이었다. 직장과 사생활의 분리가 명확한 것은 좋지만, 직장 내 인간관계가 그저 피상적인 인간관계로만 머무는 것 같아 아쉬워하던 참이었다. 사회생활 선배인 친구들은 직장에서는 최대한 내 이야기를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했다. 가십거리가 되기 쉽다며.


일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성급한 고민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누군가와의 관계를 쌓을 때는 처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싶은데, 어느 정도까지 내 이야기를 오픈해야 할지도 고민이지만, 상대방이 내가 다가오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지는 않을 지에 대한 고민이 더 크다. 가끔은 인간관계를 더 넓히는 게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서로 관계를 맺기로 한 이상 내 진심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법이니까.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는 무작정 '많은'친구를 사귀고 싶어 초대받은 모임에는 다 나갔고, '많은'사람과 친해지려 노력했다. 함께 술을 마시고, 연락처를 교환하고, 의미 없는 대화를 주고받고, 친해져야 한다는 의무감과 친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또 의미 없는 모임에 나가 텅 빈 웃음을 지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결국 시간이 지나자, 내가 문어발식으로 확장한 인간관계는 알아서 정리가 되었다. 인간관계의 깊이를 1부터 10까지 잴 수 있다면, 어떤 사람과는 1만큼 깊은 관계를 맺었고, 어떤 사람과는 5만큼, 또 다른 사람과는 10만큼 깊은 관계를 맺었다. 얕은 인간관계는 알아서 정리가 되기도 했고, 보다 깊은 관계는 나름대로의 깊이만큼 의미가 있었다. 20대 초반에는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10만큼 깊은 관계를 맺고 싶었다.


@pixabay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우리가 맺는 관계는 다차원적이고, 더 깊은 관계를 맺는 사람의 수는 적어진다는 것도 깨달았다. 다만, 모든 인간관계에 진심을 다하는 것만이 중요했다. 그 진심이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도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가는 노력이다. 상투적인 말이지만 진심은 통했고, 진심을 통한 사람과는 10만큼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직장 생활 내의 인간 관계도 이와 같을까? 직장 내 모든 동료와 친해질 수는 없겠지만, 어떤 동료와는 1 만큼, 다른 동료와는 10만큼의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직장 동료 그 이상의  관계. 30대가 되고 직장 생활 내의 인간관계를 고민하는 지금, 20대 때만큼 인간관계를 넓히는 데 조급하지 않아 다행이다. 이런 게 나이를 먹으며 얻는 배움이겠지. 직장 생활 내 인간 관계도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다만 20대 때와 달리, 다행히도 나는 내가 어떤 관계를 쌓고 싶은지보다 먼저 상대를 존중하고자 노력한다. 상대가 지키고 싶은 거리와 상대의 속도를 존중하다 보면 자연스레 관계의 깊이는 정해질 테니까. 모든 인간관계가 연애하는 것 같다. 하긴, 연애도 인간관계니까.


직장 내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으로 속앓이를 하던 중, '데일 카네기의 인간 관계론'을 펼쳤다. 많은 사람과 잘 지내고 싶은데, 내가 상처 받지 않을까 두려움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대학 시절 만난 5의 관계에서 1의 관계로 변한 한 선배는, 내게 고민이 있을 때는 고전이나 위인전을 읽으라고 했다. 그곳에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고.


카네기에 따르면, 존 듀이 등 많은 심리학자들이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망은 '중요한 사람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우리는 평생에 걸쳐 이를 '갈망'한다. 우리는 가족, 친구, 직장을 넘어 요즘은 온라인 상에서 만난 사람들로부터도 인정받고 싶어 한다. 결국 모든 인간은 관계의 형태를 막론하고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인정해주는 사람들과 단단히 맺어지는 것이다. 관계의 형태나 깊이가 어떻든 간에 핵심은 나와 접점이 생기는 모든 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 주다 보면, 그와 통하는 접점이 생긴다.


돌이켜보면, 20대 때는 내 이야기만 하고 인정받으려 노력했고, 그것이 관계를 단단히 쌓는 첫걸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든 지금 나는 내 이야기를 하기보다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이것이 관계를 잘 맺는 첫 단계임을 배우고 있다. 행여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가 견고히 형성되지 못하더라도,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는 다른 관계를 잘 맺기 위한 배움을 얻을 테니 헛된 노력은 아니다.


시간, 경청, 진심. 이 세 가지를 마음에 되새기며, 오늘도 직장의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러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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