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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Jun 30. 2020

나는 매일 출근이 기다려진다

매일 가고 싶은 회사의 조건

"도크라테스님은 회사에 와서 좀 별로다 싶은 게 있어요?"

점심시간 동료와 함께 산책을 하다, 동료가 문득 물었다.10년 차 직장인인 동료는 나와 같은 날, 같은 팀에 입사했다. 그녀는 매니저이고 나는 주니어 신입 사원이지만 우리는 같은 날 입사했다는 이유로 동기가 되었고, 매일 함께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곤 한다. 동료가 불쑥 건넨 질문에 마땅한 대답이 생각나지 않았다.

"음.. 저는 사실 제대로 된 회사 생활을 해 본 적이 없어 비교 대상이 없기도 하지만, 조직문화나 업무 측면에서 저랑 잘 맞아 딱히 없어요. 사람들도 좋고. XX 님은 어떠세요?"


내 질문을 건네받은 동료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자신도 딱히 없다고 덧붙이며 "남자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제가 이 곳이 세 번째 회사인데, 다른 회사에 다닐 때는 만날 때마다 힘들다는 소리를 많이 했대요. 그런데 여기로 이직하고 나서는 힘들다는 소리도, 불평불만도  안 해서 잘 맞는가 보다 생각했대요" 고 말했다. 동료와 산책을 마치고 들어오며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하는 첫 회사가 나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무엇이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지, 매일 가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지'에 대한 고민이 문득 들었다.


여러분은 회사에서 어떤 가치를 발견하시나요?

지난주 팀 미팅에서 사장님은 우리 회사에 다니면서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눠보자고 제안했다. 회사의 터줏대감인 10여 년 차에 접어든 동료들은 회사 비즈니스의 중요한 가치인 지속 가능성과 더불어 '동료'를 핵심 가치로 꼽았다. 입사한 지 두 달 남짓밖에 안 된 나는 여전히 동료들과 관계를 쌓아가고 있기에 선뜻 동료라 말할 수 없었다. 내 차례가 되어 곰곰이 생각하다 '질문할 수 있는 자유'가 가장 좋다고 대답했다. 갓 입사한 나로서는 배워야 하거나 모르는 게 너무 많은 게 당연한데, 수습사원으로 4개월 다닌 전 직장에서는 질문하기 어려운 고압적인 분위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나 궁금한 것을 선뜻 질문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어떤 의견이든 내세울 수 있는 자유와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고, 어떠한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대답해주고 도와주는 동료가 있었다. 아, 결국 내 대답도 동료로 귀결됐구나.


입사 전 직장 생활 선배인 주변 사람들은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사람 때문에 버틴다는 소리를 많이 했다. 나는 회사 생활을 오래 한 경험이 없어서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는데, 이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머물고 싶은 조직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임을 깨닫고 있다. 그리고 회사 생활을 하며 큰 보상보다도 동료가 선뜻 건네는 인사 한 마디, 응원 한 마디가 매일을 버텨가는데 큰 힘이 됨을 절감하고 있다.


입사  한지 1주일쯤 되었을 때, HR 매니저는 내게 혹시 의자가 불편하거나 허리가 아픈 건 아닌지 물어봤다. 평소 스탠딩 데스크에서 일하는 게 익숙해서 내 자리를 떠나 서서 일하곤 하는데, 그런 나를 보고 걱정이 되어 건넨 인사였다. 다른 부서 소속에 크게 마주칠 없는 사이인데도 사소한 것에 신경을 써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하게 차올랐다. 어느 날은 전체 미팅 때, 회사는 육아 휴직을 떠나는 여성 동료에게 축하 꽃다발을 건네며 잘 다녀오라고 박수를 쳐주었다. 당사자가 고맙다 동료들에게 인사하는데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모두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임을 분명히 기억한다.


우리는 모두 존중받고 인정받고 싶다

데일 카네기는 저서 '데일 카네기의 인간 관계론'에서 많은 심리학자들의 주장을 빌려, 모든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갈망은 중요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라 주장했다. 한 심리학자 이를 욕망이 아닌 우리가 죽을 때까지 원하는 갈망이라 표현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가까운 가족이나 연인에게서부터 요즘은 온라인에서 모르는 사람들로부터까지 존중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데, 조직이라고 예외일리 없다. 심리학자 최인철 서울대 교수도 저서 '프레임'에서 여러 심리 실험을 근거로, 인간은 단 한 사람의 지지만으로도 내 주관을 지키고 살아갈 이유를 얻는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타인의 인정과 관련된 것이다.


개개인이 모인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에는 큰 품이 들지 않는다. '주말 잘 보내셨어요? 입사 후 불편하신 점은 없으세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와 같이 서로가 건넨 한 마디 한 마디가, 한 사람 한 사람이 조직 구성원으로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재를 인정받고 소속감을 느끼게 해 준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출근하고 싶은 회사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구성원의 노력이 좋은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임을 안다. 때문에 나는 매일 밤 잠들기 전 일기를 쓰며 다짐한다.

내일을 위한 다짐:  모르는 동료에게도 마주치면 먼저 인사를 건네고, 이름을 물어보기!


쉽지 않은 일이지만 솔선수범해 먼저 동료에게 따뜻한 미소와 인사를 건네는 것이야 말로 내가 머물고 싶은 조직에 기여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내일도 부끄럽지만 꼭 먼저 인사하는 신입사원이 돼야지(나만 부끄러운 건 아닐 테니까ㅎㅎ) 오늘도 다짐하며 퇴근한다.


모든 직장인의 하루가 별보다 빛나길!

우연히 탄 택시에서 발견한 따뜻한 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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