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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Sep 25. 2022

국제커플은 한국에서 어디서 결혼할까?

두 나라의 문화와 우리의 개성이 담긴 결혼식 만들기

내년 여름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오늘 드디어 결혼식장을 예약했다! 식장을 예약하고 나니 정말 결혼을 하긴 하는구나 싶다. 2022년 4월, 남자 친구에게서 프러포즈를 받았지만, 사실 나와 남자 친구는 2년 넘게 동거를 해왔기 때문에 결혼을 해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곤 했다. 그런데 결혼식 준비를 시작한 지금, 함께 정성스레 결혼식을 준비하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미래를 약속하는 일이, 지난 우리 관계를 돌아보고 앞으로 함께 만들어 나갈 미래를 준비하는 데 큰 전환점이 될 것 같다.


국제 커플이 결혼을 하기 전 가장 먼저 정해야 하는 것은 대부분 '어느 나라에서 결혼을 할 것인가'라 생각한다. 서로의 가족과 친구가 다른 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에 1) 한국, 2) 외국인 신랑/신부의 고향, 3) 제3국 선택지로 두고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우리가 5월에 영국에 갔을 때도, 남자 친구의 가족이 '너희 결혼식은 어디서 할 거야?'라고 많이 물어보곤 했다. 그렇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답은 정해져 있었다. 바로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다! 남자 친구의 가족과 몇몇 친구가 영국에 있지만, 남자 친구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한국에 왔기 때문에 한국에 지인이 더 많은 편이다. 우리가 아끼는 더 많은 사람들을 식에 초대하고 싶었고, 남자 친구의 가족들이 아직 한국에 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나는 결혼식을 기회 삼아 남자 친구네 가족들에게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소개하고 싶었다. 그렇게 우리는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기로 결정했다!


'결혼식에서 꼭 실현하고 싶은 게 있어?'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자고 결정을 내린 후, 우리는 서로가 원하는 결혼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무래도 한국과 영국의 결혼 문화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나라에서는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각자가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C: 영화 어바웃 타임, 아버지의 베스트맨 스피치

영국에서는 대부분 교회에서 결혼식을 진행하고, 신랑을 가장 잘 아는 베스트 맨과, 신랑, 신부 아버지의 스피치가 정말 중요하다. 스피치는 우리나라의 덕담과 비슷하지만, 신랑 신부에 관한 재미있거나 기억에 남는 일화를 바탕으로 구성되고, 오신 분들께 대한 감사 인사와 결혼한 커플을 축복하는 건배가 포함된다. 그리고 신랑 신부의 댄스를 시작으로 밤늦게까지 파티가 이어진다. 때문에 남자 친구는 장소는 중요치 않았지만, 즐겁게 파티를 할 수 있는 장소를 원했다. 나 역시도 30분 만에 예식이 끝나고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한국의 천편일률적인 예식은 하고 싶지 않았기에, 파티를 하는 것은 대찬성이었다. 어렵사리 시간을 내서 우리 결혼식에 참석해 준 사람들이 밥만 먹고 돌아가기보다, 온전히 그날의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다. 더군다나, 우리를 위해 시간을 내어준 만큼 한 분 한 분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 전 참석한 남자친구 동료의 결혼식

파티를 할 수 있는 장소 외에, 나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의미 있는 장소를 찾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만큼 한국의 전통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길 바랐기에 일반 웨딩홀은 제쳐두고 한옥 결혼식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았고, 한옥이 아니더라도 남자 친구와 나의 추억이 서린 동네를 위주로 야외 결혼식이 가능한 곳을 찾아봤다. 이렇게 되니 선택지가 정말 좁아졌지만, 길이길이 기억될 결혼식을 하고 싶었다. 우리만의 기준을 정하고 초대하고 싶은 손님이 몇 명인지 각자 적어 대략적인 인원을 파악 후, 직접 베뉴를 방문해 상담을 받았다. 그리고, 정말 거짓말같이 처음 방문한 베뉴가 이 모든 것을 만족하는 곳이었다.


방문했던 한옥 결혼식

처음 방문한 곳은 서울 근교의 한옥 베뉴다. 사실 우리 추억이 서린 곳이라기보다 한옥 결혼식을 할 수 있어 방문했는데, 근처 역에 도착해보니 우리의 아련한 추억이 새겨져 있는 곳이었다!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 친구들과 함께 떠난 자전거 여행에서 낙오되어 길을 잃고, 해가 저문 뒤 어둠 속에서 둘만을 의지하며 길을 찾은 그날. 처음으로 함께 마주한 어려움을 극복한 곳에서, 인생이라는 여정 위에 놓인 수많은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갈 약속을 하는 상상만으로 내 마음은 감사하고 벅찼다.


문제는 서울이 아니다 보니 하객들이 오시기에 불편하면 어쩌나 고민이 끊이지 않았다 것. 한국에서는 교통 요충지에 식장을 잡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와 남자 친구는 조금 이기적인 커플이 되기로 했다. 서울 내의 베뉴를 보고 또 봤지만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고, 보증 인원, 필수 디렉팅 등 너무나도 많은 조건이 걸려 있었다. 나는 우리 결혼식이 결혼식 업체의 장사 수단만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조금은 불편할지라도 대신에 하객들이 최대한 편히 오셔서 마음껏 즐기다 가실 수 있도록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준비하려고 한다. '이 날은 너희의 날이니, 너희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남자 친구 부모님의 말씀과, 초기 반대에 부딪혔으나 오케이 사인을 내준 엄마의 쿨함, 진짜 너희를 축복하는 사람들은 기쁜 마음으로 올 거라는 친구들의 말도 힘이 되었다.


식장을 잡은 오늘에서야 진짜 결혼한다는 실감이 난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우리 결혼식을 만들어 갈까? 기대도 많이 된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예물, 예단 등 중요하지 않은 것들로 부딪히지 않고, 한국과 영국의 문화와 그와 나의 개성을 잘 녹여내어 의미 있는 순간들로 꼭꼭 채워야지.


베뉴를 고르기까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결혼은 원래 신나는 거야!'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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