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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Jan 22. 2021

Thank you 한 마디의 힘

사소함에 깃든 무게

Thank you 한 마디의 힘

그와 대화를 나누다 문득 깨달은 한 가지, 남자 친구는 항상 "Thank you(고마워)" 말을 끝낸다. 그는 내게 "  닫아줄래?, 보일러   " 같이 사소한 부탁을  때뿐만 아니라, 오히려 내가 부탁을 하거나 별 것 아닌 일에도 Thank you한다.

 "J, 밥 다 됐어 설거지는 네가 도와줘~",

"응, 물론이지. 고마워!"

"(내가 만든 음식을 먹어보고는) 이거 너무 맛있다. 고마워"


나였다면 별 것도 아닌데 하는 생각에 고맙다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삼키거나 알겠다고 말하고 그쳤을 텐데, 그는 항상 내게 고맙다고 한다.

Pixa bay

그런데   아닌 일이지만 상대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다. 사소한 일에도 고마워하는 그의 진심이 느껴지고,  역시 그에게 고맙다는 표현을  많이 하게 된다. 고맙다는 표현을 주고받다 보니, 그에게 건네는  마디  마디에도 신경을 쓰고 예쁜 마음을 담으려고 노력한다. 말이 예쁘니 싸울 일도 없고, 짜증이 생길 법한 상황에서도 말은 함부로 내뱉지 않게 된다.   마디는 사소한  아니라,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고맙다는  말이 어떻게 그에겐 습관이 되었을까.


"J, 너는 어릴  말의 끝에 항상 Thank you 전달하라고 배웠어?"

"응, 어릴 때 부모님은 항상 말 끝에 Thank you를 붙이라고 가르쳐줬어. 상대를 존중하는 대화의 매너니까. 나를 따라다니면서까지 Thank you를 더하라고 가르쳐 주셨다니까" 


그에게 있어서 일상에서의 Thank you는 당연한 것이자,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었다. 문득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님도 내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라고 가르치셨다.


'가진 것에 감사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오늘 하루 주어진 식량에 감사하고' 등등. 하지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과 달리, 감사하는 마음을 주변 사람들에게 일상적으로 얼마나 표현했던가. 엄마가 매일 해 주는 밥은 어느새 당연한 것이 되었고, 식당에서 돈을 주고 음식을 사 먹는 일은 단순히 교환 가치를 지닌 일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또는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모든 일에는 상대의 에너지와 시간 그리고 마음이 깃들어 있다. 나에겐 고맙다고 표현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돌이켜보면 나는 부모님께는 어버이 날에, 선생님께는 스승의 날에, 주변 사람에게는 생일이나 명절과 같은 특별한 날에만 고마운 마음을 주변 사람들에게 표현하곤 했다. 평소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것도 필요하지만, 마음을 표현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우리의 진심은 말을 타고 상대의 마음에 닿는다.


'감사합니다'.

남자 친구를 통해 배운 '고맙다'는 말 이 한 마디가 지니는 힘은, 나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회사에서는 동료에게 사소한 부탁을 할 때도 미리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매일 버스를 탈 때는 안녕하세요, 내릴 때는 뒷 문 멀리서 '감사합니다'를 힘껏 기사님께 전달하고 내린다. 계산 후에도 항상 '감사합니다'를 덧붙인다. 내가 들이는 것은 나의 진심 어린 마음뿐이지만, 내 마음을 타고 고마움은 목소리로 나와 파동이 되어 상대의 마음에 가 닿는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지라도 상대에게 찰나의 기분 좋은 순간이라도 선물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는 마음을 담아 내게 인사라도 한 마디 더 건넨다.


Thank you. 외국인 남자 친구의 말 끝마다 맺힌 이 한 마디 덕분에, 그와 나의 관계는 물론이고 나를 둘러싼 세계가 따뜻하게 데워지고 있다. 오늘도 누구에게 고마움을 전할까 생각하기보다,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해야겠다. 이 작은 노력이 우리의 삶을 1도 더 따뜻하게 만드는 일임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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