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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Dec 10. 2016

스웨덴 할아버지를 통해 스웨덴 역사를 여행했다.

Network: 스웨덴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인생, 정치 그리고 행복 이야

<지금 만나러 갑니다> 호의 첫 Passenger는 스반테예요. 우연이 인연이라고, 스반테를 처음 만난 곳은 Bass & Friends라는 콘서트예요. 스반테를 중심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매년 연말에 개최하는 이 콘서트에서 제 친구 해린이가 첼로를 연주하게 되어 콘서트를 보러 갔던 것이 인연이었어요. 제가 자라면서 봐왔던 노년의 이미지는 '쓸쓸함', '의존'이었어요. 아무래도 제가 많이 봐온 우리나라 할머니, 할아버지 모습은 젊었을 적 자식을 위해 당신들의 모든 것을 다 쏟아부으시고, 연로하신 후에는 자식들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아 어느 기댈 곳 없이 홀로 근근이 살아가는 모습이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스반테는 연세가 드신 후에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통해 다양한 자신의 개성을 발현하며 인생 제 2막을 즐기고 계시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어요. 또 스웨덴의 산 역사 증인으로서 스반테와의 대화에서 정치, 역사, 인생에 대해 진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답니다. 그와 함께 나누었던 음악, 삶, 스웨덴에 대한 이야기를 오늘은 여러분과 나눠보고자 해요.



Svante Lindroth

ⓒ 출처: http://www.mynewsdesk.com/


-생물학자로서 인생 1막을 끝내고 베이시스트이자 항해 스쿨 선생님으로 활동 중

-Bass & Friends 밴드 기획자

-음악, 사람, 여행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은퇴 후 삶을 즐기는 중

-아내와 함께 여행을 계획 중인 멋쟁이 할아버지

- 스반테 유투브 채널: 클릭 












Q. 어떻게 Bass & Friends 콘서트를 기획하게 되셨나요?
스반테의 2015 콘서트 포스터 (http://www.biljettcentrum.com/)


15살 때부터 베이스를 연주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악기를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았고, 따로 음악 스쿨이 있었다. 다양한 악기 중 나는 베이스에 관심이 많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연주하고자 했지만 생각보다 베이스를 찾아주는 곳이 없었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 연주는 너무 하고 싶은데 아무도 찾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밴드에 찾아가기도 하고 내가 직접 멤버를 모아 밴드를 결성하고 조금씩 합주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미국의 Folk Music에 관심이 많았다. Folk Music을 연주하고자 했는데 생각보다 인기가 많지 않았다. 연주를 하다가 Jazz도 배우고 연주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연주하고 싶었는데 베이스를 찾아주는 곳이 많지 않았다. 내가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없으니 오히려 내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작은 바람에서 2008년 첫 Bass & Friends를 개최하게 되었다. Bass는 나를 의미하고 Friends는 나와 함께 연주하는 모든 사람들이다. 대부분 프로 뮤지션이라기보다 아마추어 연주가, 가수들이다. 단지 음악이 좋아서 직업 외적으로 음악을 꾸준히 해오는 사람들. 주변에 악기를 연주하는 지인들과 음악 선생님, 나의 아들들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서 멤버를 모으게 되었다.


 콘서트 기획 및 운영 과정에 대해 얘기를 듣고 싶어요!

    2016년 Bass & Friends는 올 2월부터 계획했다. 온갖 네트워크를 동원해서 멤버들을 모으고, 곡을 선정하고 연습을 시작했다. 곡들 중에는 오랫동안 내가 좋아하는 곡도 있고 우연히 듣게 된 곡에 흠뻑 빠져 직접 작곡가에게 연락해 곡의 사용을 허락 맡은 곡도 있다. 올해는 이와 과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볼보 광고에 삽입된 음악을 들었다. 음악이 너무 좋아 인터넷으로 작곡가를 찾아 연락을 했다. 흔쾌히 곡을 연주해도 된다고 해서도 너무나 기뻤는데, 참으로 신기한 인연이 있었다. 피아니스트인 나의 아들이 예테보리에서 합주를 한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그 작곡가가 함께 공연에 참가했던 것이다. 너무나도 신기한 인연으로 우리들은 친구가 되었고 우리 공연에도 당연히 와주었고 내년에 기회가 된다면 함께하기로 했다.

    곡과 멤버들 외에도 콘서트를 하기 위해서는 연습할 공간과, 대관할 장소가 필요하다. 또한 음향시설도 설치해야 하고 포스터도 만들어야 하고 마케팅도 해야 한다. 이번 공연 공간은 우메오의 Folkhuset이었다. 공식적으로 대관하기 위해 비싼 대관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지역의 커뮤니티가 대관을 할 때는 개인이 대관하는 것의 60% 정도의 금액을 내기 때문에 지역의 한 Folk 음악 커뮤니티에 연락을 해 단체 이름으로 대관을 해도 되는지 허락을 구했다. 다행히 절차상 문제가 없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액으로 대관할 수 있었다.

    음향시설은 내가 Bass & Friends 1회 콘서트 때부터 함께 해온 친구와 늘 함께한다. 포스터는 스톡홀름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하는 나의 친구에게 부탁했다. 지인들이지만 단순히 그들의 재능기부를 부탁하지 않는다. 당연히 그들의 노력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다. 모든 연주자에게도 마찬가지다. 티켓의 수익을 공평하게 나누는 방식이다. 아무리 우리가 선의로 모여 우리의 즐거움과 커뮤니티의 문화적 다양성을 위해 공연을 하지만 개개인이 자신의 시간을 내어 리허설에 참여하고 공연까지 마친다. 당연히 그들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 사실 올해는 예상보다 티켓이 덜 팔려서 손실이 많이 생겼다. 하지만 Folkhuset에서 공연이 너무 좋았다며 대관료에서 생긴 손실을 메꿔주기로 했다.


올해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났어요.
은퇴를 하셨는데 공연을 하지 않는 동안은 무얼 하세요?

    연말에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까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또한 조만간 근처 조그마한 도시의 교회에서 베이스를 연주할 예정이다. 연주할 곡에 대해 잘 몰라서 공부를 하고 연습해야 한다. 이 외에도 사실 매해 여름에는 학생들에게 항해 스쿨에서 항해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또 여름에는 보트를 타고 바다에 나가 2~3일씩 머물다가 오기도 한다. (내년에 해린이와 꼭 같이 오면 좋겠다). 그리고 곧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일 때문에 우메오로 온 이후 쭉 살았더 아파트도 팔았다.(스반테는 현재 원룸에 개 한 마리와 살고 있다. 그의 가족은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


 


 행복하세요? 그리고 행복한 국가 스웨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출처: 구글이미지

    행복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일을 한 후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연주하고 사람들을 만난다. 나는 참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스웨덴이라는 나라에 태어나서. (스반테가 살아온 시간은 사민당이 정권을 잡은 이후 현재의 시스템을 만들어 온 역사와 함께한다). 우리는 이기적인 존재가 아니라 커뮤니티와,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 그 누구도 자신의 운명을 선택할 수 없기에, 그 운명에 따라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 좀 더 가진 사람이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고 돌봐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세금을 많이 내고 그것이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이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한다. 또 나 역시 다양한 복지 혜택을 받고.. 사실 스웨덴에서도 역사는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통해 발전해왔다. 사민당이 45년여간 정권을 잡아왔지만 여전히 보수세력의 목소리도 막강하다. 그들이 정권을 잡으면 지금의 시스템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겠다. 전 세계가 기득권 중심의 보수화 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고.. 하지만 우리는 이를 잃지 않기 위해 인간적인 삶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늘 생각하고 정치에 참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스반테는 정당활동도 했다). 개인적으로 보수세력은 남들보다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사는 사람은 인간적이지 않고 생각한다. 또한 아무리 청렴하다고 소문난 스웨덴의 정치인들이지만 그중에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부도덕을 저지르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늘 관심을 가지고 경계해야 한다.


스반테와 함께한 우리의 첫 피카 기념!

    1시간 30분 동안 우리는 삶, 정치, 음악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피카를 함께했어요. 1시간 30여분이 너무나도 짧게 느껴졌어요. 그 시간 동안 저는 45여 년을 거슬러 한 사람의 인생 여정을 함께 여행했고, 앞으로 40여 년 뒤에 스반테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그리고 사회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미래로도 시간 여행을 했네요. 참 멋진 할아버지예요. 무엇보다도 그의 '삶의 스펙트럼이 참 넓었어요'. 지구 상 북쪽 우메오라는 도시에서 만난 스웨덴인과 동아시아에서 건너온 한국 학생 2명의 만남이 신기하기도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했어요. 우리는 곧 요리를 함께 해 먹기로 했어요. 자신의 행복이라는 밥상에 어떤 다양한 반찬이 더해져 맛깔난 삶을 느끼게 해주었는지 나눠준 스반테에게 감사해요. 다음번에 만날 땐 직접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하고 싶어요. 그리고 스반테와 함께할 수 있는 더 재밌는 것들을 생각해보고 싶어요. 한국에서는 거의 어른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는데 먼저 인생을 산 선배님의 이야기를 통해 살아있는 삶과 정치를 배운 소중한 하루였어요. 여러분도 우리의 피카를 함께 즐기셨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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