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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Dec 22. 2016

[N] 스웨덴의 세계적인 식물학자 린네를 꿈꾸는 김설종

Network: 스웨덴 유학생이 들려주는 진짜 스웨덴 이야기

       오랜만에 새로운 글을 들고 찾아왔어요. 학기 마지막에 브라질 여행까지 겹쳐서 글이 늦어져버렸네요. 한창 스웨덴 대학 어플리케이션 기간인 만큼 어떤 학교를 1지망으로 할지에 대한 지원자분들의 고민이 많은 시간이라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여러분들의 결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제가 이 곳에서 만난 한국 유학생들의 이야기를 여러분들께 전달해드리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학교 생활은 어떤지, 수업은 어떤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실제 생활은 어떤지 등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점은 비슷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지금 만나러 갑니다' 2호에서는 우메오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밝고있는 김설종씨(호칭을 설종오빠라고 할게요) 를 소개하고자 해요. 저보다 1년 일찍 우메오 대학에서 석사를 시작한 오빠에게 어떻게 스웨덴 우메오로 오게 되었는지, 1년 반 동안의 학교생활과 스웨덴 생활은 어땠는지, 요리실력은 얼마나 늘었는지(!) 등 다양한 그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부탁했어요. 약 두 시간 동안 이어진 우리의 한 겨울 밤의 그의 인생담을 공개합니다.



'Mars will come to fear my botany power'를 모토로 살아 가는 김설종

- 스웨덴이 낳은 세계적인 식물학자 린네를 꿈꾸며 스웨덴에서 석사 중

- 스웨덴에서 산림 지식도 늘고 살림 지식도 늘었다고 합니다.



1. 어떻게 우메오로 오게 되었나요?
 
스웨덴 장학금 시상식, 2015

    사실 처음엔 미국 대학을 중심으로 석사 프로그램을 찾았어요. 실제로 석사 과정 지원을 마친 후 제 전공인 산림 분야에서 유명한 대학들의 어드미션까지 받았어요. 석박 통합 과정으로 진학을 하고 싶었는데 유학생활을 위한 자금(펀딩)이 부족했어요. 미국은 학비도 비싸지만 생활비도 어마어마하니까요. 그래서 미국 외에도 유럽에 지원을 했죠. 유럽에서는 독일과 스웨덴 대학으로 지원을 했고 두 곳 다 합격했어요. 하지만 독일 대학의 과정은 바이오프로세스엔지니어링 쪽에 더 가까워서 제가 공부하고 있는 식물학과 분야가 조금 어긋났어요. 스웨덴의 경우에는 복지와 우수한 교육으로 명성이 높은 만큼 평소에 관심을 꾸준히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그 당시 Swedish Institute(SI)에서 진행한 한국 학생들을 위한 장학 프로그램인 Korean Talent Race(KTR)을 알게 되었어요. 사실 그 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삶과 교육 곳곳에 베어있는 과열된 경쟁과 국민들을 기만하는 정치 행태에 대해서도 지쳤었고, 위계질서가 심한 대학원 생활 이야기를 익히 들어왔던터라 해외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게 되었어요.

    특히, 합격 이후 모든 대학을 비교해봐도 미국에서의 유학생활은 고생길이 훤했어요. 실력위주의 경쟁사회인 미국은 우리나라 생활과는 많이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했고, 미국에는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학생들이 많이 오는 만큼 제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사회에서 공부하고 싶었어요. 독일과 스웨덴 두 국가 중 좀 더 희소성이 높은 곳은 스웨덴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스웨덴에는 산림 생명 공학 분야에서 저명한 교수님들이 많이 계세요. 우메오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Umea Plant Science Center를 가지고 있기도 하구요!


스웨덴의 많은 대학 중 왜 우메오로 오게 되었어요?

    저는 엄연히 말하면 우메오 대학 학생이지만 Swedish University of Agricultural Scinece(SLU)와 우메오 대학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연구기관인  Umea Plant Science Center(USPC)에서 석사과정을 하고 있어요. SLU는 지속가능성을 바탕으로 하는 농/수산/산림 생명공학을 공부하는 기관이에요. SLU는 우메오, 웁살라, 고틀랜드에 있는데 그 중 우메오로 결정한 이유는 우메오 대학이 '산림학'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우메오 대학과 SLU가 합작해 만든 USPC (https://www.upsc.se/)유럽 최대의 식물 연구 기관으로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명성이 높아요. SLU는 실제로 지난 수 십년간 식물의 성장과 발달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농업산림학, 생태학, 수산학 연구기관 중 탑 10에 꼽혀요.

    제가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우메오 도시 자체도 스웨덴 북부에서 잘라 낸 산림 자원을 우메오 강을 따라 남부로 운송하기 위해 형성된 도시에요. 지금은 우메오 디자인 대학과, 스웨덴의 자동차 브랜드 볼보 공장으로 유명하기도 하죠.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산림학을 육성하기 위해 우메오에 투자한 결과 우메오 도시 내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오 뱅크가 있어요. 인간 유전자 샘플을 모아두는 곳인데 식물산림학이 발달하다보니 의학 생물학 쪽도 자연스럽게 발달했어요. 지금은 세계 최고의 바이오 뱅크로 성장했죠.  우메오 대학 병원인 놀란즈(Norllands) 병원 내에 위치해 있어요. 산림 자원은 스웨덴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자 수출량이 많은 자원 중 하나이기 때문에 산림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연구가 중요한데 USPC를 중심으로 산학연계가 잘 이루어지고 있어요.


우메오 대학, SLU의 수업의 장점은요?

    연구 기관인 UPSC소속으로 석사를 하다보니 이론적인 공부보다 실용적인 공부를 할 수 있어요. 특히 최신의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를 실제로 하고 있는 연구자들이 와서 직접 강의하기도 해요. 수업도 연구 트렌드에 맞게 유동적으로 이루어지구요. 제가 공부하고 있는 분야의 트렌드를 아카데믹한 필드인 대학에서도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한 기수에 15 ~ 16명 정도가 함께 코스를 등록하는데, 너무 크지 않아 토론하고 함께 연구를 하기에 적당한 규모에요.

    

공부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나요?

    전반적으로 코스 만족도는 굉장히 높았어요. 다만 제가 부족해서 따라가는게 조금 버거웠을 뿐이죠. 스웨덴의 대학진학률은 30 ~ 40%로 높지 않은 편이에요. 대학에 진학하는 친구들은 공부를 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친구들이죠. 스웨덴 학생들은 학사기간동안 기초를 튼실히 잡고 올라와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공부가 대부분 진짜 지식을 쌓는다기보다 학점 싸움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스웨덴에서는 모든 시험이 절대 평가제로 정말 내 실력이 검증되어야만 한 코스를 통과할 수 있어요. 실제로 공부하는 동안 친구들이 '진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도 많이 느꼈구요. 저도 산림학을 전공했지만 성적 받기 위한 공부를 했다보니 이 곳에서 석사를 시작한 후 다른 친구들 따라가느라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요(저엉-말!) 특히,  이과 공부는 기초를 모르면 답을 쓸수도없고 다음 과정으로도 넘어 가기가 어려워 석사 1년은 정말 정말 지~인짜 열심히 공부했어요!!!


학업도 유학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스웨덴 생활도 어떤지 궁금해요!

    먼저, 날씨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스웨덴 날씨, 특히 겨울 추위에 대한 편견이 많아요. 사실 여름/ 가을 사이 기온차가 컸어요.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잖아요? 살다보니 살아지더라구요.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제가 살고 있는 우메오는 한국보다 체감상 덜 춥다는 사실이에요!!!!! 한국은 시베리아 기단과 서고동저형의 기압골 때문에 겨울에 바람이 많이 불고 습해서 체감 추위가 더 심한데 반해, 우메오는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 더 고요해요. 눈이 많이 와서 날씨가 포근하다고 느껴지기도 하고요. 추운만큼 보온에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따뜻하게만 껴 입으면 얼어죽겠다고 추위 앓이 할 정도는 아니에요. 또 학교 생활을 하다보니 실내 생활을 많이하는데 모든 건물이 이중창문에 단열이 잘 되어있어 춥지 않아요. 솔직히 마지막으로 고백하면 1월에 -34도 내려갈 때가 있긴 하지만 저~엉말 드문 날이에요.


우메오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1) 학업

김설종 씨가 찍은 우메오 오로라 사진 @인스타그램

    우선 우메오 대학은 지구상 같은 위도상에 있는 4년제 종합 대학 중 가장 규모가 크고 명성이 높은 곳이에요. 학업에 대한 만족도도 높죠. 이 정도 규모에서 공부하면서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일지도 몰라요. 학생들이 연대할 수 있는 기회도 정말 많은데 특히 외국 학생들을 챙기는 곳은 우메오만한 곳이 없어요. 실제로 국제 학생들의 만족도 면에서 우메오는 유럽 내 1위를 놓지 않고 있어요. 학교 차원의 버디 프로그램도 많고, 기숙사 파티도 많이 열리고, 학생들이 운영하는 바에서 맥주나 밥을 함께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 하기도 해요. 저는 수업 이후 자연과학대 학생들이 운영하는 오리고라는 바에서 스웨덴 클래스 친구들과 밥을 먹고 맥주 한 잔 하는게 낙이었어요!(크으)

2)생활 환경

    우메오는 스웨덴 남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값이나 물가가 싸요. 그래서 유학 생활의 질이 높다고 할 수 있죠. 도시 자체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생활반경이 그렇게 크지 않아요. 쇼핑몰, 영화관, 시립 도서관이 있는 시내까지 자전거로 20분, 도보로 40분 정도 걸려요. 심지어 공항, 이케아, 스웨덴의 이마트인 이카 막시까지 모두 자전거로 이동 가능해요. 도시 주변부에 있는데도 자전거로 30~40분 걸리네요.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때에도 버스, 기차, 비행기로 이동하기가 쉬워요.


3) 스포츠 센터, 익수

    우메오하면 빼놓지 않고 제가 꼭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우메오에 있는 스포츠센터 익수(IKSU)인데, 헬스, 비치볼, 스쿼시, 수영, 싸이클, 줌바 등 다할 수 있는 곳이 그 어디에도 없어요. 지금 웁살라에서 운동을 하고는 있지만 이 곳에서는 스쿼시를 하려고 하니 너무 비싸서 끊기가 겁나더라구요. 시설도 크지도 많지도 않구요. 우메오 생활을 하는 동안 공부에 지친 제게 익수는 하루의 가장 Refresh한 순간이었어요!

*에너도희져의 익수이야기: https://brunch.co.kr/@enerdoheezer/19


4) 사람

    개인적으로 북쪽 사람들이 남쪽 사람들보다 더 순하고 따뜻한 것 같다고 느꼈는데, 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느끼더라구요. 스웨덴 사람들이 보통 차갑다고 하는데, 북쪽 사람들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요!


말씀해 주신 것을 듣다보면 지원자분들의 마음을 다 우메오로 끌어드릴 것 같아요. 그래도 혹시 우메오에 살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나요?

    우메오만의 문제는 아니고 스웨덴 자체가 외식 물가가 비싸서 항상 요리를 해가야해요 ... 하지만 요리실력은 일취월장 하고 있어요! 제가 이 곳에 산림공부를 하러 온건지 살림 공부를 오러 한건지 헷갈릴 정도로.. 

    날씨 관련해서는 우메오는 너무 극적이에요. 여름에는 너무 밝고 겨울에는 너무 어두워요(여름에는 해가 밤 12시 넘어서도 안 지고, 겨울에는 일조 시간이 3시간 정도 밖에 안되니까요). 근데 사실 학교 생활하다보면 바빠서 신경 잘 못써요. 제 생각엔 사람들 모두 정해진 생활 패턴이 있어서 날씨가 크게 문제는 되지 않는 것 같아요. 대신 개인의 성격에 따라 날씨 영향은 다르게 느껴진다 생각해요.

    이 외에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한국에 대한 향수가 컸던 것 같아요. 우메오에 한 학기에 매번 15~ 20명의 학생이 오지만 대부분 교환 학생이에요. 석/박사 하는 사람들 수가 너무 적은게 사실이죠. 하지만 최근 2년 새 많이 나아지고 있어요. 석/박사/박사 후 과정에 진학한 분들도 여럿 계시고 대사관에서도 우메오에 있는 한국 학생들에게 관심을 많이 주고 계세요(북반구에 이렇게 많은 한국 학생이 있는지 몰랐다고 하세요 ㅎㅎ). 그리고  우메오 대학교 자체에서 한국 동문들 관리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구요. 실제로 매년 한국에 국제 교류처직원 분께서 가실 때마다 피카나 저녁을 함께하곤 해요. 페이스북 그룹에서도 꾸준히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구요.


스웨덴 유학은 독일, 프랑스에 비해서는 비싸지만 영국, 미국에 비해서는 저렴한 등록금과 생활비 면에서 이점이 많아요. 대부분 수업이 영어로 이루어지고,교육의 질이 굉장히 높아요. 설령 스웨덴에 정착을 못하고 석사 후 다른 나라로 가더라도 이 곳에서 생활한 2년이 학문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가 앞으로 삶을 살아가면서 요한 태도와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소중한 시간이 된다고 생각해요 . 한국에 돌아가 쳇바퀴 굴러가는 삶을 살게 될지라도 스웨덴에서의 2년이 내게 분명한 삶의 지침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안절부절 하기보다 오롯이 제 길을 묵묵히 갈 수 있도록.  

 또한 스웨덴은 창의성을 발현하기 좋은 환경이에요.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까 다른 활동들을 많이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시간이 창의성으로 이어지는게 아닌가 싶어요. 이 외에도

인적 네트워크가 강하고 꾸준히 유지되기 때문에 자신이 신뢰할 만하고 실력있는 사람이라면 석사 기간 뿐만 아니라 후에도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또 다른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스웨덴은 충분히 매력있는 선택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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