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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Oct 02. 2017

지속 가능한 관광을 통해 마을을 살릴 수 있을까?

북극권 핀란드 시골마을에 전 세계 학생들이 모인 까닭

Arctic Circle(25.09.17)

2017.09.25일 내 생에 최초로 북극권을 넘어섰다. 북극권에서는 여름에는 24시간 해가 수평선 아래로 지지 않는 백야 현상이 뚜렷하며, 겨울에는 수평선 위로 오르지 않아 하루 종일 어둠이 자리한다. 핀란드 북극권(Artic circle)을 지나 차로 3시간쯤 달려 핀란드 라플란드(Lappland)에 위치한 작은 마을 Kolari에 도착했다. 아무도 살지 않을 것 같던 북반구 작은 시골 마을, 4,0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 Kolari에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스웨덴, 핀란드에서 관광, 건축, 지리학을 공부하는 전 세계 학생들 스무 명이 모였다. 지속 가능한 관광을 통해 마을을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이름하여 Kolari 프로젝트. 1주일 간 작은 마을에서는 어떤 일들이 펼쳐졌을까?



지속 가능한 관광업이 죽어가는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Kolari 프로젝트는 관광, 건축, 지리학의 접점을 찾아 핀란드 북극권의 작은 마을 Kolari에 지속 가능한 관광 인프라를 개발하기 위해 열렸다. 4,000여 명의 인구가 거주하며 스퀘어 미터당 1.51명의 인구 밀도를 보이는 이 작은 마을은 인구의 고령화와 큰 스키 리조트 산업을 바탕으로 1년 내내 관광업이 성행하는 주변 마을 주변의 Ylläs로 일자리 및 인구 유출이 심하다. 겨울에 반해 Kolari의 여름은 유럽에서 가장 큰 자연산 연어의 서식지인 이 곳으로 연어 낚시꾼들이 모이는 바람에 꽤나 바쁘지만 여름을 제외한 나머지 계절은 고요하다. 하지만 마냥 1년 내내 두 손 놓고 마을이 죽어가는 것만을 지켜볼 수는 없는 법. 왜 마을을 살려야 하냐는 당위성에 관한 질문에 지역 주민들은 "나의 삶의 터전이고, 내가 사랑하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마을을 살릴 수 있을까? 마을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 주민들은 자연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에코투어리즘을 해답으로 꼽는다. 자연에 최소한의 피해를 끼치면서 인간이 자연 속에서 느끼는 경험을 극대화하며, 관광업을 통해 발생한 수익이 커뮤니티로 돌아가게끔 하는 에코 투어리즘. 더군다나 천혜의 자연환경과 그 속에 녹아있는 역사를 오롯이 간직한 노르딕 국가의 북부에서는 자연이 함의하는 바가 굉장히 크다. 실제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데 스웨덴의 나무호텔들도 이 관점에서 시작해 지속가능한 관광 비즈니스를 창출한 케이스다. Kolari 프로젝트는 어떤 에코 투어리즘이 이 작은 마을 Kolari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에 대해 관광, 지리, 건축학의 접점을 통해 해답을 찾는 여정이었다.




Kolari 프로젝트의 출발이 된 물음 -
인간이 짓는 건축물은 항상 자연을 해치는 것일까?

    인간이 짓는 인공물인 건축물은 쉽사리 자연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인식된다. 우리는 흔히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 인간이 자연을 거스르고 우리의 필요와 욕구를 위해 무언가를 짓는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곤 한다.  또한 건축물이 자연으로부터 인간을 분리시킨다는 생각도 흔하다. 그런데 과연 인간이 짓는 건축물이 항상 자연을 해치거나 인간과 자연을 단절시키는 것일까? 건축물이 오히려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는 매개가 될 수는 있지 않을까? 이 물음으로부터 Kolari 프로젝트는 시작했다.


<건축물이 관광 경험에 끼치는 역할에 대한 재해석>

1) 초대 (Invite)

    노르웨이 반도 북반구 끝쪽에 위치한 Varanger지역은 철새의 이동을 관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광활한 자연환경에 둘러싸여 조용히 새들의 이동을 지켜볼 수 있는 이 곳은 칼바람이 매섭게 부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때문에 노르웨이 바람을 막아주는 쉼터(Wind shelter)가 있다. 언뜻 보면 콘크리트나 나무로 지어진 못생긴 건축물이 자연경관을 훼손하고 있는 게 아닌지 염려가 들기도 하지만 사실 이 쉼터 때문에 관광객들이 이 곳으로 직접 찾아온다고 한다. 노르웨이의 건축사무소 Biotope가 설계한 바람을 막아주는 Wind shelter는 단순한 쉼터가 아니다. 절벽 위에 위치해 관광객들을 때로는 가혹한 자연으로부터 보호해주면서도 이들의 자연 관광 경험을 극대화시켜주기도 한다. 이색적인 이 쉼터는 멀리서부터 관광객들이 일부러라도 찾아오게끔 그 자체가 목적지가 되어 사람을 초대한다.

ⓒBiotope


2) 매개(Intermeidate)

이 쉼터는 또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매개가 된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부분 도시에 살고, 도시에서도 수많은 건축물로부터 보호받으며 살아간다. 때문에 우리는 갑자기  광활한 자연 속에 아무것도 없이 그저 내던져지는 순간 쉽게 불안해진다. 최소한의 장비들로 자연 체험 관광을 가는 관광객은 더욱 그 불안감이 클 것이다. 노르웨이의 이 쉼터는 하지만 사람들에게 우리들에게 익숙한 인공적인 '공간'을 제공하면서 우리가 무언가로부터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준다. 또한 이 쉼터는 관광객들이 어떤 위치에 자리 잡느냐에 따라 다르게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프레임을 제공한다. 압도적인 자연 속에서의 인간의 불안을 달래주면서도,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인간이 자연에 한층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쉼터는 돕고 있다.

ⓒBiotope


3) 극대화(Enhance)

    쉼터는 자연 속에서 우리의 경험을 극대화시켜준다. 먼저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고 프레임을 제공함으로써 인간이 자연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때로는 시야를 제한하는 것이 특정 요소에 감각을 집중하게함으로써 관광 경험을 더욱 극대화시킬 수 있다. 더욱이 이것을 넘어, 이 쉼터는 우리가 쉼터 없이는 누리지 못했을 경험들을 가능하게끔 해준다. 노르웨이 Varanger 지역의 절벽에 위치한 콘크리트의 못생긴 사각형 모양의 이 쉼터에서는 절벽 아래도 기꺼이 내려볼 수 있다. 혼자서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위태롭게 세워진 이 쉼터는 절벽 끝 방어막이 되어 사람들이 절벽 아래를 내다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아슬아슬 떨어질 것만 같은 절벽 아래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쉼터 덕분이다. 쉼터는 자연에서의 관광객들의 경험을 극대화시켜주고 있었다. 이질적인 재질과 형태로 처음 이를 본  관광객들에게는 쉼터는 미움을 사기도 하지만, 결국 가장 사랑받는 곳이 된다.

ⓒBiotope


프로젝트 첫날 건축과 관광의 관계에 대한 재해석은 우리들의 눈을 뜨게 했다. 건축물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인간과 자연을 연결할 수 있다는 것과 그 매개물이 랜드마크가 되어 관광객들을 초대하고 있는 노르웨이 Wind shelter의 사례는 굉장히 인상 깊었다. 핀란드 대학의 관광학과 건축학 교수님 두 분의 관광과 건축의 관계에 대한 재해석을 바탕으로 우리는 Kolari 마을에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며, 인간의 자연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인프라를 디자인하도록 미션을 부여받았다. 관광, 건축, 지리학을 공부하는 학생들로 구성된 4개의 조가 Kolari의 가장 중요한 자원인 강을 따라 난 도로를 탐방하며 1주 내내 제 각기의 아이디어를 디자인했고, 마지막 날 그 결과물을 공유했다.



지속 가능한 에코투어리즘을 위해 Kolari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5일 간의 탐방과 아이디어 회의를 거쳐 트리하우스, 강 위에 떠다니는 캐빈, 강과 도로를 연결하는 보행도로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형태는 모두 달랐지만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같았다. 인간이 최소한의 공간을 자연 속에 허락받아, 자연 그 자체에 온 감각을 열고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돕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강을 따라 난 9개의 체크포인트에서 각 팀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은 곳을 뽑아 해당 장소가 품고 있는 자연적 속성에 주목했다. 가령, 강이 높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는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트리하우스를 설치하여 시각적 경험을 극대화하고 나무에 둥지를 튼 새처럼 자연 속에 동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강의 위치나 환경에 따라 강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강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에만 프레임을 맞출 수도 있고, 강 전체를 볼 수도 있다. 강을 위에서 볼 수도 있고, 해수면의 내 눈높이를 맞춰 강 속에서 강을 감상할 수도 있다) 플랫폼을 제공할 수도 있다. 각자 다른 배경을 지닌 학생들은 똑같은 곳에 도착해 똑같은 것을 보았지만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학생들. 그 아이디어의 중심에는 어떻게 인공물이 자연과 인간을 매개하며, 자연에 피해를 최소한으로 주면서 자연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오롯이 녹아들어 있었고 저마다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그리고 이 것이 왜 지금 Kolari에 필요한지, 어떻게 이 곳에 지속 가능한 관광 경제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지 관광학적인 의견도 함께.



Kolari를 흐르는 두 강이 만나는 지점

지속 가능한 관광의 필요성에 대한 담론은 익히 들어왔지만, 실제로 이 것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사실 깊게 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Kolari에서 열린 5일간의 필드코스에서 나는 이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지속 가능한 관광업이 마을을 살릴 수 있는 희망의 길이 될 수 있음을 보았다. 그리고 이 관광업을 실현하기 위해 인공물인 건축물이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직접 디자인할 수 있었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한 덕분에 어떻게 실행할지에 대한 방법론에 대해서도 다각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다. 스웨덴에 오기 전까지 내가 배운 관광학은 주로 관광산업의 핵심은 크고 화려한 리조트와 쇼핑/컨벤션 센터를 지어 무에서 유를 창출해내고 지속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 오히려 이러한 발전 방식은 자연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창출된 부가 지역 커뮤니티에 머무르기보다 투자한 자본가의 주머니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이제는 관광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할 때임을 그리고 이를 위해 행동해야 함을 느낀 5일이었다. 전통적으로 강을 따라 철, 타르를 생산 운반하던 작은 마을 Kolari는 해당 산업의 쇠퇴로 마을의 발전이 오랫동안 주춤했지만 이제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한 지속 가능한 관광업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북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순록
스웨덴과 핀란드를 잇는 다리 아래로 강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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