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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Nov 30. 2017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스웨덴 대입이야기

(교육) 스웨덴의 고등학생들은 어떻게 대입을 준비할까?


1등만 살아남는 사회, 무엇이 잘 못 되었을까? (출처: hangyo.com)

 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시점 수능 시험 결과 발표를 앞두고, 대한민국의 수많은 고3 수험생들이 얼마나 가슴을 졸일지 같은 관문을 거쳐온 사람으로서 조금은 상상이 간다. 짧으면 고등학교 3년, 길게는 어쩌면 평생을 대입을 향해 달려온 수험생들에게 수시 전형이 있다손 치더라도 1년에 단 한 번뿐인 대입 시험 기회는 가혹하기도 하다. 문득, 나의 수험생 시절을 돌이켜보면 지방에 살던 나는 서울에서 공부하는 친구들보다 비교적 내신 성적이 강했고, 한창 정부에서 지역 간 격차를 줄이고 수시 비중을 늘린다는 소식에 국, 영, 수, 사, 과 주요 과목의 성적을 상위권으로 유지하며 수시 준비를 엄청 열심히 했었다. 그러나 결국 수시에서 탈락의 쓴 맛을 여러 번 맛보고, 정시로 대학에 진학했다. 수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대학에 다니느냐가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여러 기회 및 직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최근 논란이 되던 학생부 전형 및 수능 제도를 둘러싼 이슈들을 보면 여전히 대학이 한 사람의 일생에 끼치는 영향은 어쩌면 더 커진 건지도 모르겠다. 이런 무자비한 경쟁적인 교육 시스템이 싫어 스웨덴으로 온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평등’을 사회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는 스웨덴에서도 고등학교 졸업 후 한국과 비슷한 비율로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한다. 이 곳의 많은 학생들도 우리처럼 날 때부터 대학 입시에 목을 매달고 있을까? 혈기왕성한 아름다운 10대 시절을 교실과 학원에 갇힌 채 지옥 같은 입시 스트레스를 견뎌내고 대학이라는 관문을 통과한 것일까? 그들이 사는 세상은 어떨까?



스웨덴의 대입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스웨덴 수능 시험지 (출처: svd.se)

스웨덴에도 대입 전형에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스웨덴 수능인 Högskoleprovet (호그스콜레프로비엣)과 학생부 전형이다. 먼저, 스웨덴식 수능인 Högskoleprovet (호그스콜레프비엣, 이하 스웨덴 수능)이 있다. 우리나라의 수능이 11월 한 번 실시되는 것과 달리 스웨덴 수능은 봄(3월 말 또는 4월 초)과 가을(9월 말 또는 10월 초) 1년에 두 번 열린다. 고등학교 졸업을 위해 필요한 학점을 이수한 사람들에 한해 응시할 수 있으며, 응시과목은 스웨덴어, 수학, 영어 등으로 우리나라의 주요 과목이 언어, 수리, 영어인 것과 비슷하다. 시험문제는 모두 스웨덴어로 낸다.

 그렇다면 스웨덴 학생들은 대입을 어떻게 준비할까? 스웨덴 수능을 세 번이나 치른 삼수생 친구 요한나스에 따르면, 스웨덴 수능 준비는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으로 충분히 해낼 수 있기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별도로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지 않는다. 더군다나 스웨덴에는 학원이나 과외와 같은 개념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기출문제집을 사서 개인적으로 문제집을 풀며 대비를 한다. 우리나라에서 고2나 고3이 되면 모든 교과 과정이 모의고사나 수능 위주로 돌아가는 것과 달리, 스웨덴의 정규 교과과정은 스웨덴 수능을 별도로 대비해주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스웨덴의 고등학교들은 스웨덴 수능에 무관심한 것일까? 친구 요한나스는 스웨덴 수능을 통해 우메오 대학에 진학했는데 그와 얘기하는 동안 스웨덴 수능은 고등학교 내신성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운 경우 학생들이 선택하는 대체 제도 느낌이었다. 대학은 학과별 전체 정원 중 1/3은 수능을 통해, 1/3은 고등학교 내신 성적을 통해 선발해야 하며, 나머지 1/3은 자율적으로 선택해 뽑는다. 하지만 많은 대학들이 스웨덴 수능 성적이 높은 학생들보다 내신 성적이 학생을 선호한다고 하는데, 이는 대학들이 스웨덴 수능에 응시하는 학생들이 고등학교 생활을 상대적으로 게을리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수능 점수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보다 고등학교 내신 성적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응시 자격에 관해서는 응시의 자유가 1년에 두 번이나 있으며 그 결과도 5년이나 유효하다. 그렇다면 스웨덴 학생들도 우리나라 학생들처럼 재수를 많이 할까? 흥미롭게도 재수보다 삼수가 많다고 한다. 즉 스웨덴 수능을 세 번이나 응시한다는 것이다. 요한나스의 말에 따르면, 스웨덴 수능에 응시하는 스웨덴 학생들의 경우 보통 세 번 정도 시험을 본다고 한다. 이유인즉슨, 보통 세 번째 치는 시험에서 가장 높은 점수가 나오기 때문이며, 평균적으로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받아야 자신이 원하는 과에 들어갈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점수가 높은 학생들이 반드시 소위 좋은 대학(점수 컷이 높은 대학)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스웨덴은 3개의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다 국립이며, ‘평등’을가장 중시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대학 별로 뚜렷한 레벨 차이가 없다. 스웨덴 친구들도 대학 레벨을 우리나라만큼 따지지 않는다. 더욱이 졸업 후 직장을 구할 때에도 단순히 어떤 대학을 졸업했느냐 보다 어떤 경험을 해왔는지가 더 중요하다. 물론, 학교마다 특정과가 유명한 학과가 존재하긴 하지만 많은 학생들은 자신의 거주지역(남쪽 또는 북쪽)과 흥미를 고려해 본인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으로 선택한다. 요한나스의경우 스웨덴 수능에서 충분히 높은 점수를 받아 본인의 전공인 산업 공학이 좀 더 유명한 룬드나 샬머스 대학으로 진학할 수도 있었지만, 북쪽에서의 라이프 스타일을 더 선호했고 우메오의 프로그램 역시 만족스러웠기에 우메오 대학으로 진학했다고 한다.




 또 다른 대입 전형, 수시 전형
우메오의 미네르바 중/고등학교(출처: Wikipedia)

    스웨덴에서 또 다른 대입 진학 방법은 고등학교 성적으로 가는 것이다. 제도적으로는 우리나라의 학생부 전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수시 전형은 오로지 학생들의 고등학교 성적에만 기반한다. 별도로 논술, 자기소개서, 봉사활동과 같은 항목이 존재하지 않는다. 스웨덴 고등학교는 대학교처럼 학점을 이수하는 방식이라 고등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필요한 학점 이상을 이수하고, 스웨덴어, 수학, 영어 과목에서 일정 기준을 통과해야 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 학생들의 성적은 과목별로 A에서 F까지 총 6단계로 성적을 매겨지는데, 이를 점수로 환산에 대학 진학에 사용한다.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고등학교 진학 시 특목고, 인문계, 자연계, 실업계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처럼 스웨덴 고등학생들도 총 18개의 고등학교 프로그램 중 하나를 선택한다. 18개중 12개는 토목공학, 환대산업, 사회복지 등 직업 교육 프로그램이며, 나머지 6개인 경영/경제, 예술(디자인), 인문, 자연과학, 사회과학, 기술 프로그램이 대학 진학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다만, 대입 프로그램 진학 시 특이한 점은 고등학교 자연계열 학생의 경우 대입 진학 시 전공에 상관없이 사회과학 계열도 지원할 수 있지만, 고등학교 인문계열 학생의 경우에는 사회과학 계열로만 진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곳도, 의과, 치과 계열의 경우 소위 최상위 학생들만 진학하는 인기 과인데, 고등학교에서 자연계열을 이수한 학생들만이 진학할 수 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한 번 내가 정한 고등학교 자연계 또는 인문계열이 평생 내 발목을 잡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스웨덴의 고등학교는 학점 이수 방식이기 때문에 내가 사회계열로 진학해 대부분 언어나 사회 과목을 주로 듣고 졸업하더라도, 추후 대입 진학 시 이공계를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 바로, 이공계 진학에 필요한 교과목들을 Komux(이하 콤북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추가로 듣는 것이다. 콤북스는 성인들의 재교육을 위한 정부 프로그램인데, 제대로 고등 교육 과정을 이수하지 않은 성인들이나, 자신이 원하는 대입 프로그램이 있지만 자격 요건이 되지 않는 경우 누구나 필요한 추가 과목들을 이수할 수 있다.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 테스트를 통해 현재의 지식수준을 평가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레벨에 맞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이 곳도 경쟁은 존재한다. 그러나..

스웨덴 수능 시험장

    스웨덴도 마찬가지로 대학 및 특정 학과의 정원은 정해져 있고, 지원자는 그 보다 많기 때문에 대입 경쟁이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이 곳도 의과, 치과, 경영, 경제, 법학과 등 상대적으로 졸업 후 취업이 용이하거나 임금이 높은 직업을 가질 수 있는 학과들이 인기가 많아 대입 경쟁률이 꽤나 높다. 하지만 스웨덴 고등학생들은 맹목적으로 인기 있는 과나 대학으로 진학하지는 않는다. 스웨덴은 OECD 국가 중 고졸과 대졸 간 임금 격차가 가장 적은 나라여서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일정 소득이 보장되는데, 대학 진학의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직업별 임금격차가 적고, 소득이 높아질수록 세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공부를 하며 만난 대부분의 스웨덴 학생들은 자신의 흥미를 먼저 고려한 후, 전공을 정하고 해당 전공 프로그램이 유명한 대학들을 살펴보았다고 했다. 흥미로운 점은 많은 학생들이 대학 자체의 명성보다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대학을 고른다는 것이며, 대학 생활 동안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 많다는 점이다(국토가 남북으로 긴 스웨덴은 남, 북쪽의 라이프 스타일이 굉장히 다르다). 친구들과 대학 랭킹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던 하루는 '대학 랭킹은 각자가 공부하고 있는 분야에 따라 다르지 않아?'와 '대학 랭킹보다 내가 공부하고 있는 곳에서 공부 외에도 어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지도 중요해. 공부는 인생의 한 부분이지 전부가 아니잖아'라고 말을 하는데 신선한 충격이었다. 물론, 암묵적으로 이 곳 스웨덴에도 어떤 대학을 나오느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달라 특정 대학을 선호하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스웨덴의 대학은 모두 국립이며, 이 사회는 구직시 대학 졸업장 그 자체보다 개인이 어떠한 경험을 쌓아왔느냐를 더 중시하는 곳이기 때문에 스웨덴 학생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우리나라 학생들보다 더 적다.


우리나라와 스웨덴 모두 학생부와 수능 성적을 가지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또한, 학생들에게 고소득 직업을 보장하는 특정과 가 인기 있다는 점에서 대학 교육이 지식을 쌓기 위함뿐만 아니라 더 나은 직업을 구하기 위한 관문으로 여겨지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고졸과 대졸 간의 임금 격차가 적고, 특정 직업군을 천시하지도 않으며, 구직시 중요한 것은 대학 졸업장보다 개인의 실력과 경험이다. 이런 사회제도와 분위기는 학생들에게 대학 진학 및 직업 선택의 자유를 주며, 어떤 일을 하더라도 존중받는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결국, 이제 막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는 학생들에게 사회는 살아남기 위해 유리한 길만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선택지를 주고 개인이 선택하도록 한다. 개인은 선택에 대한 책임만 지면 되는 것이다.

수험생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출처: ww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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