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컬쳐커넥터 김도희 Dec 12. 2017

[W]스웨덴에서는 최저임금이 0원이다.

[Welfare]노동자의 나라 스웨덴은 어떨까

스웨덴 우메오의 한 쇼핑몰 내에 있는 아시아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유학생 D.  유학 기간 동안 스스로 생활비를 벌어보고자 시작한 일.  9월 중순 이력서를 식당 매니저 이메일로 보내고 연락을 기다린 지 4일.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아 이력서를 직접 뽑아 들고 식당에 남겨두고 올 작정으로 매장에 찾아간 D. 무작정 이력서를 놔두고 오기에는 무안스러워 비빔밥을 하나 시켜 우걱우걱 먹고 있었는데, 마침 그때 매니저로부터 인터뷰를 보고 싶다는 문자를 받는다! 계획했던 손님을 가장한 아르바이트 지원 계획은 없었던 척, 매니저에게 우연히 쇼핑하러 와서 배가 고프던 참에 매장에서 지금 비빔밥을 먹고 있다 하니 자신도 곧 매장에 도착한다고 오늘 당장 인터뷰를 보자고 한다. 기회는 올 때 잡아야 하는 법! 간절한 마음으로 비빔밥으로 정신 무장을 하고 매니저와 이력과 업무에 관련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임금에 대해 질문을 던진 D.

"그.. 그런데, 혹시 시급은 어떻게 되니?"
"우리는 평일과 토요일에는 시간당 120크로나(한화 15,600), 평일 및 토요일 오후 4시 이후와 일요일에는 141크로나(18,300원 정도)를 지급해"

한국의 최저 임금 6,470원에 비하면 평균 2.5배는 높은 임금! (떠...떠억.... 고임금에 놀라지 않은 척) 주말만 일해도 한 달에 세후 한화 100만 원 정도는 쥘 수 있었다. 그렇게 D는 트레이닝 기간을 거쳐 야채 다듬기 장인이 되어간다.


스웨덴의 최저임금은 0원

시급 평균 17,000원을 받으며 유학생 D가 아르바이트를 한 지 3개월,  얼마 전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D의 임금이 스웨덴에서 그리 높지 않은 편이라는데 한 번 놀라고, 스웨덴에는 법적으로 최저 임금이 없다는데 또 한 번 놀랐다.


1. 스웨덴의 법적 최저 임금은 0원이다.

출처: srat.se

    스웨덴에는 우리나라처럼 정해진 법적 최저 임금이 없다. 공식적으로 최저 임금은 0원인 것이다. 그렇다면 고용주는 노동자에게 노동의 대가 없이 노동을 시켜도 된다는 의미일까? 법적 최저 임금이 없다면 노동자는 자신의 임금을 어떻게 보장받을까? 결론적으로, 스웨덴의 임금은 정부가 아닌 노사가 협의하여 정한다. 이름하여 'Kollektivavtal(콜렉티브아브탈)'이라는 노사 합의문에 의해 노동자들의 임금이 정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수많은 노동자들과 고용주가 직접 1:1로 만나 합의를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Kollektivavtal(콜렉티브아브탈)은 누가 어떻게 작성하며 그 효력은 누구에게 적용되는 것일까?

    Kollektivavtal(콜렉티브아브탈)은 노동조합 대표들과 사용자 대표들이 만나 1년에 한 번씩 협의한다. 스웨덴에는 노조 문화가 굉장히 잘 발달해 있는데, OECD국가 중 아이슬란드 다음으로 2위로 그 가입률이 약 70%에 이른다. 노조마다 가입률이 다르지만 블루칼라 계층이 가입하는 노조 LO 가입률은 85%에 이르기도 한다. 사용자들도 각 업종별로 연합을 만들어  Kollektivatal(콜렉티브아브탈) 합의에 참여한다. 스웨덴의 대표적인 노조로는 LO(Land Organisation), SACO(Sveriges Akademikers Central Organisation , TCO(Tjänstemännens CentralOrganisation)등이 있는데, 이들은 하위 수십 개의 노조의 모조직(Umbrella Organisation)이다.노조는 조합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데, 이 회비도 자신의 임금 수준에 따라 다르다. LO의 경우, 임금에 따라 연 100크로나(한화 13,000원)에서 300크로나(한화 39,000원) 정도이다. 한편, 노조의 가입 조건은 쉽게 말하면 학력을 기준으로 나눠진다. 내가 만난 LO 담당자에 의하면 학력에 따라 노조 가입을 차별하려는 목적보다 학력에 따라 임금이 다르기도 하고, 일하는 분야가 달라 학력을 기준으로 뒀다고 한다. 예를 들면, LO는 대학 학위가 없는 사람들이 가입하는 노조이고 블루칼라 계층을 대변한다. 한편, SACO나 TCO는 대학 학위가 있는 사람들이 가입하는 노조로 그 분야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법, 금융, 의료업계 등 화이트 칼라 계층을 대표한다. 각 노조의 대표자들은 고용주들과 만나 최저 임금뿐만 아니라 임금 인상률, 휴가 및 복지에 대해 합의한다. 흥미롭게도 노조마다 임금 상승률에 대해 합의하는 방식은 다르다. 어떤 조직은 %(퍼센트) 단위로 임금 임상률을 하는가 하면, 어떤 조직은 화폐 단위(스웨덴 크로나)로 인상하기도 한다.

   


2. Kollektivavtal(콜렉티브아브탈)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것일까?

     앞서 스웨덴 노동 시장에서 노조 가입률이 70%~ 85%에 이른다고 했는데, 높은 수치지만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은 Kollektivavtal(콜렉티브아브탈)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Kollektivavtal(콜렉티브아브탈)은 노조 가입 여부에 상관없이 Kollektivavtal(콜렉티브아브탈)을 가진 사업체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된다. 때문에 노조에 가입하지 않고 Kollektivavtal(콜렉티브아브탈)에 근거해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는 사람들은 무임 승차자로 여겨져 다른 노동자들의 미움을 사거나 눈치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스웨덴 사람들은 노조에 가입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시 여긴다. 실제로 스웨덴 친구의 경우에도 집에 갈 때마다 아버지뿐만 아니라 친척들이 일을 하게 되면 반드시 노조에 가입하라는 권유를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만큼 노동자들이 노조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 임금 착취나, 계약서 미작성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아도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통로가 없다. 모든 노동문제는 노조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을 위해서도 노조가입은 중요하다.이 외에도 단순히 임금을 보장받기 위해서 뿐만아니라 자신의 권리를 사용자 측에 요구하기 위해서도 노동자들은 노조의 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이슈가 되었던 소방관들의 예를 들어보자. 소방관들이 방화 장갑, 헬멧 등 새로운 장비가 필요할 시 소방관들은 같은 뜻을 지닌 동료들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노조를 통해 회사와 협의하여 필요한 장비들을 갖추게 된다.

    동일업종 동일임금을 원칙으로 하는 스웨덴이지만 Kollektivavtal(콜렉티브아브탈)의 세부 사항은 동일 업종이어도 자신이 근무하는 곳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먼저, National level(국가/전국구 차원)에서 노사 협의가 이루어진 후 Local level(지역 차원)에서 사업장마다 상위 단계의 협의문에 근거해 세부사항을 정하기 때문이다. 가령 호텔 업계의 경우, 스웨덴 내의 모든 호텔 업 종사자들의 올해 최저 임금을 20,000원이라고 정했다 치면, 스톡홀름에 있는 호텔 A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복지와 우메오에 위치한 호텔 B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복지는 다른 내용으로 보장된다. National level의 Kollektivavtal(콜렉티바탈)의 협의는 전체 협의의 3% 정도만 차지하고 나머지는 모두 Local level에서 구체적으로 정해진다고 한다.



3. 노동자 개별 계약서, Anställningsavtal(안스탤닝스아브탈)

스웨덴의 노동계약서 예시

    그렇다면 스웨덴에서 구직 시 노사는 어떻게 계약을 진행할까? 노사의 협의문인 Kollektivavtal(콜렉티브아브탈)이 정해지면, 각 사업장에서는 노동자들과 계약 시 Kollektivavtal(콜렉티브아브탈)에 근거해 개개인의 계약서인 Anställningsavtal(안스탤닝스아브탈)을 작성해야 한다. 이 계약서에는 사용자 및 노동자의 정보뿐만 아니라 계약 기간, 근무 시간, 임금, 임금 지급 계좌 정보 등이 기입된다. 노동자는 Kollektivavtal(콜렉티브아브탈)을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며, 자신의 계약서를 계약이 끝날 때까지 반드시 잘 보관해야 한다. 법적으로 첫 업무를 시작한 날로부터 한 달 안에 이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며, 동일한 내용의 계약서를 노동자 1부, 사용자 1부 보관한다. 노동자는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 사용자의 요구에 의해 이 업무가 자신과 맞는지 시도해볼 수 있는 시험 기간을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해서 무임금으로 근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스웨덴에서 법적으로 최저임금이 보장되어 있지 않다고 해도, 무보수로 일하는 것은 불법이다. 반드시 모든 노동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업종마다 차이는 있지만 유학생 D의 경우 시험 기간 동안 시급 100크로나(한화 13,000원)와 무상으로 식사 한 끼를 제공받으며 한 달간 일했다. 보통 시험 기간은 2주다.



4. Kollektivavtal(콜렉티브아브탈)이 없는 사업장의 경우는?

    LO 관계자에 따르면 99%에 이르는 스웨덴의 대부분 사업장들은 노사 협의문인 Kollektivavtal(콜렉티브아브탈)을 작성한다고 한다. 사측에도 노동자들과 합의한 사항들에 대해서 보장을 해주면 되기 때문에 노사 간 불필요한 갈등을 막고, 인력을 관리하고 사업을 운영하는 데도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지역의 작은 사업장의 경우 Kollektivavtal(콜렉티브아브탈)을 작성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유학생 D가 아르바이트하는 곳이 그렇다. 워낙 노동법이 강한 나라라 임금을 지나칠 정도로 착취하지는 않지만, 보다 나은 임금과 근무 환경을 위해 이런 경우, 노동자들은 사측에 Kollektivavtal(콜렉티브아브탈)을 작성할 것을 요청하기도 한다. 실제로 레스토랑 비즈니스가 고강도의 노동을 필요로 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다른 업종에 비해 업무 강도가 높고, 제대로 된 휴식시간을 갖기가 어렵다. 또한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편이다. 때문에  D의 매장에서 근무하는 몇몇 직원들은 다른 동료들에게 노동조합에 가입할 것을 권유하고, 함께 사측에 Kollektivavtal(콜렉티브아브탈)을 작성할 것을 요청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 이 Kollektivavtal(콜렉티브아브탈)을 요청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도 노조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최저 임금 인상안을 높고 의견이 분분하다. 작년보다 16% 오른 최저임금 탓에 이를 지불할 능력이 없는 민간 업체들에게 정부는 1년여간 3조 원에 이르는 재정을 투입한다고 한다.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적은 임금이 오른다는 소식이 굉장히 반갑지만, 자영업자, 영세 또는 중소기업 고용주 입장에서는 재정이 확보되지 않고 내수 경기와 기업 성장이 침체된 상태에서 여간 부담일 수가 없다. 그래서 고용주들은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키거나 없던 휴식시간을 근무시간에 포함시킴으로써 최저임금 인상분을 줄이는 꼼수를 펼치기도 한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경제의 물가 상승분만큼 임금이 올라야 하는 건 맞지만 고용주 입장에서는 특히 재정적으로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영업자의 경우 우리나라만큼 가격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16%나 오른 최저 임금을 부담하는 것이 당황스러운 것을 넘어 생존과 직결된 문제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생존 밥그릇을 위해.. 줄다리기하는 사람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정당하고 안정된 노동 시장을 위해 어떤 해결 방법을 모색해야 할까? 스웨덴의 노동 시장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추가: 스웨덴과 한국 물가가 얼마나 나는지 질문이 들어온다. 아무래도 보다 실질적으로 최저 임금을 비교해보시기 위해서라 생각한다. 본문의 생활비 한 달 기준 100만원 정도가 든다는 것은 현재 스웨덴 북부 우메오에 살고 있는 유학생의 지출 기준이다. 스웨덴 정부는 모든 국제 유학생에게 한 달 기준 8,640크로나(한화 110만원 정도)치를 재정적으로 증명할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생활비 지출은 사람마다 상이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실질적인 비교를 위해 아래 사이트를 참조하오니 필요하신 분들은 참고하시면 되겠다.

    요약하면, 평균적으로 서울에서는 렌트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서울에서 5백 만원 정도 가치를 지닌 라이프 스타일과 비등한 삶을 스톡홀름에서 누리려면 532만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교통비나 외식비는 고임금 국가인 스웨덴이 훨씬 비싸지만 대부분 자전거를 애용하거나 정기권을 끊을시 훨씬 많이 절약을 할 수 있다. 또한 스웨덴 사람들이 외식을 우리만큼 자주 하지 않기에 생활비에서 큰 비율을 차지는 하지 않는다. 인상 깊게도 마트물가는 역시 예상했던 대로 한국이 30%정도 더 비싸며, 평균 아파트 값(수도 스톡홀름은 1
5배 정도 비싼 듯)은 비슷하다.

-> 스웨덴 스톡홀름과 서울의 물가차이: 클릭


매거진의 이전글 스웨덴 북극권 작은 마을, 세계적 호텔을 짓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