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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Feb 26. 2018

스웨덴 북극권 작은 마을, 세계적 호텔을 짓다

전 세계 여행자들의 워너스테이 버킷리스트, 나무호텔에 숨겨진 이야기

4차 산업혁명 시대, 20년 이내에 현존하는 직업의 40%가 로봇으로 대체되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직업의 소멸은 특정 지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발생해왔다. 바로 대도시로 직업들이 집중되면서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한 시골 지역들이 그곳이다. 도시로 재화와 자본이 모이면서 자연스레 도시를 중심으로 일자리가 생겨온 결과 도시로 인구가 집중되었고, 다시 도시는 더 켜졌다. 우리는 이를 ‘도시화’라 배웠다. 인구 1천 만,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인구가 적고 빼어난 자연경관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스웨덴은 어떨까? 스웨덴에는 ‘도시’가 있기는 한 걸까?  

한국민족문화 대백과 사전에 따르면 ‘도시’는 ‘사회, 경제, 정치 활동의 중심이 되는 곳으로써, 항상 수 천/수 만 명 이상의 인구가 집단 거주하여 가옥이 밀집되어 있고 교통로가 집중되어 있는 지역’이다. 스웨덴에도 당연히 거점 도시가 존재한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두 번째로 큰 우리나라의 부산 격인 ‘예테보리’ 그리고 덴마크와 다리 하나로 연결된 스웨덴에서 세번째로 큰 남부의 ‘말뫼’가 대표적인 도시다. 각 도시는 인구 95만, 57만, 34만의 규모를 자랑하는데, 작년 인구 1천 만을 갓 넘긴 스웨덴에서는 꽤나 큰 규모다. 참고로 내가 사는 우메오는 인구수가 12만에 이른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정말 작은 규모지만 스웨덴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상대적으로 직업을 찾을 기회가 많은 대도시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또한 남북으로 영토가 긴 스웨덴의 지리적 특성상, 날씨가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긴 일조량을 가진 중부 스톡홀름 남쪽 지역으로 인구의 80%가 거주한다. 때문에 스웨덴 중, 북부 영토의 80%에는 단 20%만이 살고 있으며, 내가 사는 북부 지역의 작은 마을들은 특히 경제적인 활동 때문에 큰 도시로 이주하는 사람들 때문에 지속적인 인구 감소를 겪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각 마을 공동체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고 머무를 수 있도록 돕는 지속적인 경제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 일환으로 새로운 인프라와 콘텐츠를 개발해 관광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이윤을 창출하도록 돕는 관광업은 ‘원거리 지역의 지속 가능한 경제’를 가져다줄 수 있는 산업으로 많이 연구되고 활용되어 왔다. 광활한 영토에 비해 인구가 적고 특히 남쪽으로 집중된 스웨덴에서는 북부 원거리 지역에 관광업이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관한 연구도 활발하다.  



이 중 스웨덴 북부에 뛰어난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관광업으로 전 세게의 주목을 받은 곳이 있다. 바로 스웨덴 북부 Harads에 위치한 나무 호텔이다(www.treehotel.se). 스웨덴 북부의 공업 도시이자 페이스북의 데이터센터가 위치한 Luleå(룰레오)에서 100km 정도 떨어져 있다. 스웨덴에는 사실 이 외에도 나무 호텔이 하나 더 있는데(https://brunch.co.kr/@enerdoheezer/60), 오늘 글에서 소개할 나무 호텔은 각 호텔룸의 독특한 컨셉을 바탕으로 전 세계 여행객들의 워너스테이 1호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안젤리나 졸리, 저스틴 비버 등 할리우드 스타들도 대서양을 건너 머무르고 가기도 했다. 북극권 바로 아래에 위치해 여름에는 거의 24시간 내내 해가 떠 있고, 겨울에는 방에서 오로라를 직접 감상할 수도 있다. 트리 호텔은 7개의 방을 보유하고 있는데, UFO, 새둥지, 잠자리 모양, 큐빅 거울 등의 모습을 띤 각 방은 수많은 나무에 둘러싸여 고요히 자리 잡고 있으며, 독특한 컨셉은 숙박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나는 지난여름 친구들과 우메오에서 차를 5시간 몰아 트리 호텔을 방문하고 호텔 투어를 한 적이 있다. 숙박을 하지 않아도 1인당160크로나를 내면 1시간 동안 투어가 가능하며 빈 방은 둘러볼 수 있다. 오늘 이 글에서는 트리 호텔이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 어떤 컨셉을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 지역 경제에는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나눠보고자 한다.  


트리 호텔의 탄생을 이야기하다

1) 트리 호텔 전 생긴 최초의 트리하우스

트리 호텔은 켄트와 브리타라는 두 명의 평범한 스웨디시 부부의 자신들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에 대한 무한한 애정의 결과물이다. 트리 호텔의 창시자 켄트와 브리타는 트리 호텔이 위치한 북부 Lapland(라플란드 주)의 Harads(하라드)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서로에 대해 모를 것이 없을 정도로 가깝게 지낸 죽마고우다. 그리고 그들은 평생을 약속한 결혼에까지 이르렀다. 결혼 후 자신들의 고향을 떠나기보다 그들은 많은 라플란드 출신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태어나고 자란 마을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둘은 각각 교육, 의료분야에서 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향에 대한 두 사람의 애정은‘어떻게 하면 경제활동 때문에 사람들이 이 곳을 떠나지 않고 살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는 모험으로 둘을 이끌었다. 그때 그들이 집중했던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의 아름다운 고향이 이미 가진 것들이었다.

트리호텔 게스트하우스 및 리셉션

사실, 트리 호텔 사업을 시작하기 전 남편 켄트는 관광객들에게 낚시 투어를 제공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브리타는 지역 주민 및 해외 클라이언트들과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중 한 프로젝트가 켄트와 브리타 부부와 트리 호텔의 운명적인 만남을 이끌었다. 브리타는 오래전 버려진 노후주택을 개선하여 만든 게스트하우스에 지속 가능한 경제 모델을 부여하는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었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를 바탕으로 켄트와 브리타가 살아온 지역에 오랜 역사와 수많은 이야기를 품은 보물창고와 같았던 이 게스트하우스는 안타깝게도 게스트하우스가 운영되기에 충분한 수입을 벌고 있지는 않았다. 게스트하우스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치가 취해져야 했던 것이다. 골머리를 앓으며 게스트하우스를 부활시킬 대책을 고민하던 중 우연히 브리타는 관광업의 다양한 형태와 기능을 배우는 것에 초점을 둔 디자인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었다. 자신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는 트리 호텔을 설립할 것이라는 것을 상상하지도 못한 채...


최초의 트리하우스

어느 날 Jonas Selberg Augustsen(이하 요나스)라는 한 영화감독이 브리타가 프로젝트를 통해 참여한 게스트하우스에 찾아왔다. 그는 켄트와 브리타가 태어나 자랐고, 게스트하우스에 위치한 Harads(하라드)에서 태어난 사람이었다. 한 해 여름 동안 요나스와 그의 동료들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아주 멀리는 떨어지지 않은 숲에서 추후 그들의 걸작이 될 Trädälskaren(The Tree lover)라는 필름을 찍게 된다. 이들은 이 필름을 위해 게스트하우스 근처 숲 속에 나무로 만들어진 집을 지었다. 그런데 촬영의 중심이 된 나무 호텔은 필름이 완성된 후 버려지게 될 처지에 쳐했다. '이렇게 멋진 트리하우스를 그냥 숲 속에 버려진 채로 두게 되다니.. 너무 아까워!'라고 브리타는 생각했다. 문제에 봉착해도 항상 해결책은 존재한다는 신념을 지닌 브리다는 버려진 트리하우스를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 결국 요나스의 동의를 얻어 게스트하우스 방의 일부로 트리하우스를 렌트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예상은 적중했다. 독특한 컨셉 덕분에 트리하우스는 순식간에 유명해졌다. 그런데 유명세와 별개로 그 트리하우스를 유지하는 데는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 또다시 해결사 브리타는 이를 어떻게 해결하면 될까 고민하던 중 게스트하우스에 더 가깝게, 좀 더 많은 트리하우스를 디자인해서 운영하면 어떨까 하고 자문하게 된다.  



2) 트리 호텔 최초의 방이 구현되다

큐빅 거울과 UFO 룸/ 출처: 헤이스웨덴

이 시기 브리타의 남편 켄트는 러시아에서 친구들과 함께 낚시 투어를 하는 중이었다. 우연히도 이 친구들은 스웨덴에서 전도유망한 건축가 Bertil Harström(베르틸 하스트롬), Thomas Sandell(토마스 산델) and Mårten Cyren(모르텐 시렌)였다. 켄트는 브리타의 디자이너 호텔 아이디어를 친구들에게 나눴는데 그의 아이디어를 듣자마자 건축가 친구들은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러시아 동맹을 결성하게 된다. 바로 러시아를 떠나기  그들은 각자  방씩 디자인하기로 동의를 한 것이다. 절친한 친구 사이였지만 호텔  디자인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하던  명의 친구들 결국 현재 트리 호텔의 가장 핵심적인 방들을 디자인하게 된다. 바로 UFO,  둥지, 큐빅 거울 그리고 붉은 콘 모양(원래 파란색이었다) 지붕을 가진 방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트리호텔 사우나, 룸 외부에 위치/ 출처: 헤이스웨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특이하고 굉장히 흥미로운 디자인과 지속가능성을 바탕으로 설계된 친환경 트리 호텔은 순식간에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된다. 사실 과연 이런 독특한 컨셉의 디자인 호텔이 성공할  있을지 회의론이 많았지만 트리 호텔은 결국 국제적인 언론 보도와 디자이너들의 주목을 받으며 남녀노소 그리고 셀럽부터 평범한 여행객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  하나로 당당히 자리하게 되었다. 고요한 자연 속에서 최대한 자연에 가깝게 그리고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트리 호텔은 복잡하고 바쁜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곳이었다. 더군다나 모든 트리 호텔의 시설은 친환경적인 시스템과 경제, 환경, 사회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운영된다. 예를 들어, 게스트하우스의 직원들은 호텔이 위치한 지역의 주민들이며,  호텔 식당은 지역에서 나는 로컬 재료들로 요리를 한다. 또한,  방의 화장실은 분뇨를 배출하기보다 태우는 방식을 취해 자연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자연과 벗 삼아 살아가며 환경에 대한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웨덴 사람들의 실천적 지속가능성이 곳곳에 녹아든 것이다.


7번 째 방 실내, 외관 / 잠자리 모양의 방 침실(우)

북극권 바로 아래 위치한 인구 600명의 작은 마을의 기적. 트리 호텔은 여름에는 70% 겨울에는 만실이 되어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높은 객실 점유율을 자랑하며 성공적인 관광 비즈니스로 자리 잡았다. 압축된 기사 내용을 보고 혹자는 우연히 연결된 사람들의 접점을 통해  우연히 발생한 아이디어가 대박을 쳤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트리 호텔은 왕자와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성공한 기적적인 신데렐라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경제 활동을 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뿌리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바탕으로 이 공간을 떠나기보다 직업을 창조한 평범한 두 사람이 만들어 낸 혁신이다.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안착시킨 켄트와 브리타는 항상 어떻게 트리 호텔을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 결과 2016년 콘퍼런스 룸 기능을 갖춘 잠자리 모양의 5번째 방이 생겼으며, 2016년에는 트리 호텔 스위트 룸 격인  7번째 방을 지어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다른 방들보다 더 넓고, 더 크고 더 럭셔리한 이 방은 주로 성인 두 명까지 수용 가능한 다른 방과 달리 성인 5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리셉션에 비치된 세계 지도, 방문객들의 출신 국가를 마크할 수 있다.

내가 만난 트리 호텔의 직원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도록 미래의 방들을 디자인하기 위해 꾸준히 그들은 전 세계 디자이너들의 포트폴리오를 제안받고 있다고 했다.  나란 지역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바탕으로 그 지역의 잠재성을 깨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평범한 사람들의 끈기 있는 노력의 결실인 트리 호텔. 관광업이 죽어가는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을 넘어 수많은 사람들의 과거, 현재, 미래의 이야기를 써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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