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아이와 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urney Aug 26. 2021

공연장에서

9년차 엄마

뮤지컬이나 음악회에 가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아이와 취향이 다르다 보니 공연 선택의 폭이 좁다.

몇 달 전에

가족 모두가 좋다고 하는 공연이 있어

설레는 마음으로 예매했다.

이게 얼마만이야!


2021.08.24 공연 날.

공연 시작 직전 화장실에 다녀온 아이는

십 분쯤 뒤에 또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더니 자꾸 화장실에 가고 싶어 진다며

그냥 밖에 있으면 안 되냐고 한다.


공연이 시작하고 겨우 15분이 지났다.

아이를 설득해 재입장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해 맨 뒷자리에 앉았다.

저 앞에 공연을 즐기는 남편과 부모님이 보였다.


"엄마, 나 나가고 싶어. 자꾸 화장실에 가고 싶어.

 조용한 곳에 있고 싶어."

앉자마자 안절부절못하던 아이가 속삭였다.


관람 포기하고 아이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아이는 금세 안정을 찾았다.

화장실에도 가지 않았다.

(그 모습에 솔직히 조금 허탈했다)


가슴까지 울리는 타악기 소리에

아이의 청각이 민감하게 반응했나 보구나.

야외 공연장에서 비슷한 공연을

즐겁게 봤기에 예매한 건데

아직은 더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다른 가족을 기다리며

로비 의자에 앉아 모니터로 남은 공연을 보면서

다음 공연은 좀 더 신중하게 골라야지 생각했다.


아이와 나는 다른 사람이기에

아이 몸의 반응, 생각이나 감정 등을 내가 다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하지 못하면 답답해지고

답답하면 화가 나기 쉽다.

하지만

관찰을 하면

이해하기 어려울 때

'너는 그렇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러면 이다음에 내가 할 일이 뭔지 떠올리기도 쉽다.


아이를 관찰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덕분에

오랜만에 공연을 즐길 생각에 한껏 부풀었던 마음이

화가 되어 아이에게 흘러가지 않을 수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도 엄마한테 꼭 붙을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