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 B=B여야 한다.
A가 A'나 B인 건 나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연히 상상해 본 적도 없다.
순서도 마찬가지다.
1 다음에는 2, 그리고 3 순서대로 하는 게 좋다.
아이가 아기일 때는
그것이 안정감을 주는 질서가 되었다.
하지만 아이는 자랄수록
A= A' 혹은 A=B이고 싶어 하거나
1 다음에 3을 먼저 하고 싶어 할 때가 많아졌다.
내가 알던 세상에 균열이 생겼다.
내가 맞고 아이는 틀리다고 생각해
A=A, B=B로 바로잡으려고 애썼다.
그 과정에서 상처를 주고, 또 받았다.
그러다 문득
왜 꼭 A=A, B=B여야만 하지?
A가 A'나 B일 수는 없는 걸까?
왜 꼭 내가 정한 순서대로 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느끼는 걸까?
처음으로 A를 B로 받아들여 본 날,
세상은 무너지지도 혼돈에 빠지지도 않았다.
그저 고요하게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내가 맞고 네가 틀린 게 아니라 그냥 다른 거였다.
때로는 1 다음에 3을 먼저 하는 게
더 나을 때도 있었다.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유연함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A의 이유(혹은 목적이나 목표),
그것이 명확하면 A가 B나 C가 되어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육아는 마라톤이라는 말,
큰 그림을 보라는 말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