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나이를 빨리 먹고 싶다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시간이 너무 더디 흐른다
나는
나이를 천천히 먹고 싶다
아이가 천천히 자랐으면 좋겠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
아이와 나는 같은 날 같은 곳에서 정반대의 생각을 한다
아이의 투정 어린 말을 들으며
그래 그때는 나도 그랬지.. 미소 짓는다
속절없이 흘러가버리는 이 시간들이 아쉽다
아이가 아장아장 걷던 시절이 벌써 아득하다
이제 열 살이 되었으니 아홉 살의 일도 금세 가물거릴 테지
함께하는 순간에 집중하는 거 말고는 도리가 없으니
자꾸만 '오늘'에 질척이게 된다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