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내 내리던 빗줄기가 그치고
차갑게 부는 바람 따라 파도가 춤을 춘다
오늘 가면 언제 또 보러 올 지
기약 없는 바다가 아쉬워
아이는 아빠 손을 끌고 바다로 나간다
세게 밀려왔다 사라지는 물결을
가만히 서서 바라보다가
카메라를 꺼내 순간을 담는다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나 싶더니
이내 풀어헤친다
모래밭에 나란히 앉아 바다를 바라본다
바닷가 카페에서 책을 읽다 말고 한참을 바라본다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와 회색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
창문 너머로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이 사랑스러워
지금 이 순간을 붙잡아두고 싶다
꽁꽁 싸매 상자에 넣어 서랍 깊이 넣어두고 싶다
손바닥 위의 모래처럼 속절없이 흘러가버리는 시간
붙잡고 싶어도 붙잡아둘 수 없기에 애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