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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in Apr 09. 2024

일상에 이상을 전사하는 방법

쓰임에 가치를 더하면


  물 마시기를 좋아한다. 차와 커피도. 하루 10잔 이상, 평균 4-5개의 컵을 쓰면 머그와 텀블러는 생필품이 된다.


 날마다 다정하게 입 맞추는 물건이니 애중하는 문구(ex. 작가의 명문장 등)나 그림(비건, 명상 관련)이 있으면 좋을 텐데. '이런 머그는 없나?' 하고 찾아보면 원하는 디자인은 보이지 않고. 해외직구는 비싼 데다 깨진 컵을 받은 적도 있어 내키지 않았다.


 '한 번 만들어볼까?'


 어릴 때 빵을 사 먹으면 부록으로 나오던 ‘판박이‘. 비슷한 방법으로 원하는 머그를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얼마 전부터 눈여겨봤다. 물전사라는 방식이다. 프린터, 전사지, 머그, 고무스크래퍼 정도로 준비물도 꽤나 소박한 편.


 우선 마음에 드는 스타일의 무지 머그부터 검색했다. 처음부터 많이 사기가 부담됐지만, 낱개로 사자니 생각보다 비싸 그냥 여러 개 만들기로. 전사지와 보조용품들도 주문하고 발송되기까지 원하는 이미지를 준비했다.

 일러스트레이터(무료체험판을 썼다) 파일로 a4용지 한 장 가득 배열하고, 전사지에 딸려온 설명대로 프린터 설정 완료. 하지만 별도의 수동급지대가 없는 레이저복합기여서 과연 인쇄가 될까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걸리지 않고 잘 나왔다.


처음 인쇄한 이미지들

  이미지를 오려 붙일 때는 약간의 숙련과 세심함이 요구된다. 가장자리를 3-5mm 남기고 오려서 3-5초 물에 담갔다 뺀 후 살짝 말리는 동안, 컵에 수성 접착제를 발라 그 위에 전사지를 올린다. 종이를 누르면서 옆으로 밀면 이미지만 남는데 이때 재빨리 정확한 위치를 잡고 스크래퍼로 기포를 빼준다.


이렇게 가장자리를 적게 남기면 매우 고생.


몇 번 해보니 알게 된 작업의 복병들.


1. 원하는 색으로 표현되지 않을 수 있다

: 화면에 보이는 색과 인쇄된 색, 컵에 붙였을 때의 색상이 다르다. 인쇄된 컬러의 밀도 차이도 있어(우리집 구형 복합기 문제일지도) 같은 이미지를 여러 군데 배열, 인쇄해 잘 나온 것을 오려썼다.


2.  깔끔하게 흡착시키기 어렵다

:  접착제 위에 올린 이미지의 위치를 조금씩 이동시키다 구겨지거나 들뜨는 순간 잉크가 떨어져 나간다. 순식간에 B급, C급 머그 탄생. 좌우대칭 완벽주의를 버리고 최소한만 움직여서 위치를 빨리 고정하는 게 요령이다. 이미지를 오릴 땐 가장자리를 너무 타이트하게 남기기보다 3-5mm는 남겨야 편하다.


3. 충분히 잘 말려야 한다

: 전사한 머그를 100도씨의 오븐에 구워 말리고(드라이어나 전자레인지로도 가능), 필름 제거 후 강도를 높이기 위해 200도씨에 한 번 더 구웠다. 충분히 말렸다고 생각했는데도 필름 제거 시 잉크가 함께 벗겨지는 부분이 있다. 흑. 완전히 마르는 온도와 시간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


 * 다행히 한 번 말린(구운) 이미지까지는 베이킹소다로 문질러 지울 수 있었다. 컵의 바닥에 'made in china' 와 같은 표기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때 함께 꾹꾹 지워버리자!

 


 

 일상의 쓰임에 중요시하는 가치를 더하니 개인적으로 만족스런 특별함이 탄생했다. 생활 속의 다양한 만남과 사건들에도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입히면 삶이 훨씬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창작의 소재는 나를 둘러싼 모든 것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추구하는 바가 명확하다면.



판매도 해볼 예정입니다. 헤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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